lacri [2] · MS 2002 · 쪽지

2012-11-06 11: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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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때 각종 돌발상황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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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는 오랜만에 수능 보는 꿈을 꾸었습니다. 인생을 걸고 제대로 된 수능 시험을 본지는 10년이 지났는데도 이런 것을 보면, 그 시험을 코앞에 둔 수험생들의 마음은 굳이 공감을 표현할 필요조차 없지 않을까 싶네요. 적어도 외국어물리 만큼은 만점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에 꿈속에서도 끙끙거리며 시험을 보고 있는데,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모여들어서 ‘형 수리 영역 난이도 어떘어요’라고 자꾸 묻길래 ‘그건 포카칩한테 물어보고 너네들은 시험 끝나면 가채점하고 점수나 나한테 보내’라고 했습니다.

저는 타고난 유리멘탈과 강박증 덕택에 수능 시험을 여러 번 보면서 온갖 종류의 멘붕과 돌발사태를 경험하였는데요, 시험을 이틀 앞둔 지금은 아무래도 성공 수기보다는 실패 사례에서 배울 게 더 많은 시점이니 각종 돌발 상황들과 극복 방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물론 제 글에 빠질 수 없는 제 자랑도 조미료처럼 섞어서요.


잠을 못 잤어요.  

모두가 겪을 문제라 이에 대해서는 길게 쓰겠습니다. 잠은 못 자는 게 정상입니다. 안심하세요. 쿠크다스 멘탈들은 며칠 전부터 잠이 안 오죠. 저는 수능 때면 아직도 잠이 안 옵니다. 일거리가 늘어날 걱정에요. 
저는 현역 때는 수능 전날 30분 자고 가서 시험 봤고, 재수 때는 2시간, 삼수 때는 다 합치면 7시간을 자긴 했는데 중간에 5번을 깼습니다. 그래서 잠을 못 자고 시험을 보러 갔을 때의 상황에 대해 알만큼은 알고 있는데 내일 밤 잠에 못 들고 모레 시험을 보러 갈 여러분들의 걱정에 대해 미리 답을 해 드리죠.

어젯밤에 못 잤는데 시험 보면서 졸면 어떡하지? 

잠 안 옵니다. 시험 전날 잠을 못 자는 학생일수록 예민하고 긴장을 많이 하는 것이라, 아예 밤을 꼴딱 새고 가도 시험 보다가 조는 일은 없습니다. 대신 시험이 다 끝나고 나면 긴장이 확 풀리면서 몸이 아플 수 있어요. 요즘 같아서는 아마 논술 시험 걸어놓은 학생이면 수능 끝났다고 갑자기 아프지도 않고 주말에 논술 보고 나서야 몸이 안 좋아질 겁니다. 요는, 예민한 학생들은 졸거나 멍해지는 일은 있을 수 없어요. 이런 학생들은 오히려 시험 중간이나 보러 가는 길에 긴장을 많이해서 복통이 좀 있을 수 있습니다. 그건 뒤에서 또 설명을 하기로 하죠. 수능 보다 조는 학생들도 물론 있는데, 애초에 수능 시험이 인생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학생들입니다. 이런 학생들은 전날 밤 잠도 잘 자죠.

잠이 안 오는데 수면제를 먹어야 할까요? 

먹지 마세요. 위에서 말했다시피 잠을 못 자서 입는 손해는 별로 없는 반면, 수면제를 먹으면 제때 못 일어나는 엄청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차라리 조는 게 시험 자체를 치르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얘기죠. 그리고 수면제를 먹은 상태에서는 억지로 깨더라도 정신이 몽롱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계속 수면제를 먹어온 분이 아니라면 갑자기 시험 전날 먹지는 마세요.

가슴이 너무 뛰어요. 안정제(청심환)를 먹어야 할까요? 

가슴이 안 뛸려면 사수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긴장되고 떨리는 건 당연한 거니까, 되도록이면 먹지 마세요. 다만 예전에 다른 시험에서도 안정제를 먹고 시험을 치러본 적이 있고, 그때 특별히 부작용이 없었다면 크게 문제될 건 없어요. 다만 이번이 첫 테스트라면 금물.

밤을 샜으니 컨디션이 안 좋아서 손해보지 않을까요?  

손해 안 봅니다. 시험 보는 사람 대부분이 잠을 못자고 온 상태라 공정한 경쟁이거든요. 모두가 보는 손해는 손해가 아닙니다. 대신 잠을 정말 푹 자고 컨디션이 좋으면 ‘이득’을 볼 수는 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컨디션이 좋은 상태에서 본 시험은 서울대 의예과 학생증을 신분증으로 들고가서 인문계 시험을 본 네 번째 수능때였죠. 어차피 과 옮기려고 보는 시험도 아니고, 망치면 그냥 계속 서울대 의대 다니면 되는데 ㅋ 라고 마음을 먹고서 전날 밤 꿀잠을 자고 갔죠. 그게 처음으로 제가 마음 편하게 ‘제 실력’으로 본 수능 시험이었습니다. 수능 공부를 손에서 놓은지 2년이 지났는데도 제일 난이도가 높았던 선택과목이었던 경제를 만점을 받고 서울법대 안정권 점수가 나왔죠. 이 사례가 시사하는 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 정말 제대로 된 수능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 컨디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온갖 컨디션 난조와 고초를 다 겪으면서도 6년 동안 치렀던 언-수-외 18개 영역 중에서 2등급은 아예 시험 중간에 의식을 잃었던 첫번째 수리 영역 시험밖에 없었죠. 나머지 17개 시험 중에는 시험 중간에 배가 아파서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린 과목도 있었고, 시험 시간에 늦어서 20분을 뛰어서 헥헥 거리며 본 시험도 있었고, 30분 자고 간 시험도 있었고, 수능 공부에서 손을 완전히 뗀지 4년이 지나서 본 시험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다 1등급이었죠.

둘. 정말 컨디션이 좋은 상태에서 보면 점수가 잘 나오기는 한다. 그런데 그렇게 컨디션이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시험은, 나름대로 시험에 노련했던 저도, 서울대를 합격하고 나서 재미로 치른 수능 시험밖에 없었습니다. 모레 시험장에 그런 수험생이 올해는 전국에 1명이라도 있을까요? (아마도 몇 년 전에 매년 1명씩밖에 없지 않았을지?)  그러니 어차피 컨디션이 엄청 좋은 학생에 비해 불리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특히 상위권 수험생들의 경우 신경이 극도로 예민한 상태에서 시험을 치르고 다들 최적의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제 실력’으로 시험을 보는 학생은 실질적으로 없습니다.


배 아프면 어떡하지?  

저도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오는 복통이 있어서, 시험 중간에 배가 아파 고생한 적이 많습니다. 특히 수능 시험처럼, 등교부터 시작해서, 매 시간 시간 제한에 쫓겨야 하는 경우에는 복통을 피해갈 수 없죠. 시험 중간에 배가 아프면 어떡하지? 전날 잠을 못자고 가서 아침에 가는 길에 늦으면 어떡하지? 그러면 시험 시간이 부족해질텐데…라는 생각 자체 때문에 배가 아프죠. 이런 증상은 아는 사람만 알텐데… 이건 의학적으로 얘기하면 유기적(organic)인 문제가 아니라 기능적(functional)인 문제라서 약으로 해결도 안 됩니다. 만약 약이 효과가 있다면 그건 그냥 위약(placebo) 효과일 뿐이죠. 위약 효과는 위약 효과라는 개념을 모르는 상태에서만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알고 나면 위약 효과 마저도 없습니다. -_- 
근본적인 해결책은 걱정이 사라져야 합니다. 시험이 끝나고 나면 씻은듯이 갑자기 사라지는 종류의 복통이죠. 시험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게 되더라도 사라집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는 없죠. 
손난로를 이용하는 방법이 그나마 제일 현실적입니다. 얇은 옷을 몇 벌 겹쳐 입어서, 시험장의 환경에 그때 그때 적응할 수 있게 옷을 입고, 배가 아프면 등과 배에 손난로나 핫팩을 대거나 붙이고 계세요. 너무 오래 붙여놓으면 저온화상을 입을 위험이 있으니 적당하게 위치를 옮겨가며 쓰면 됩니다. 그리고 정 복통이 심하면 시험 중간에라도 화장실 갔다 오세요. 시간이 부족해 지겠지만, 시험 전체를 멘붕 상태에서 치르는 것보다는 조금 부족한 시간에 집중해서 빨리 풀 수 있게 노력하는 편이 더 나았습니다. 저는 화장실 제일 심하게 들락날락했던 과목에서도 만점 받았었습니다. 시험 점수에 미칠 영향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옆 사람이 다리 떨면 어떡하지? 코를 훌쩍 거리면 어떡하지? 내가 앉은 자리가 히터 밑이라 너무 더우면 어떡하지?   

본인이 강박증 기질이 있는지는 여러 가지로 알 수 있는데, 평상시에 너무 결벽증이 심하거나, 한 번 손을 씻을 때 너무 오래 씻거나 혹은 자주 씻거나, 손톱을 계속 물어뜯는 버릇이 있거나, 머리 속에 자꾸 뜬금없는 생각이 떠오르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문제에 대한 걱정 즉 '기우'를 너무 자주 하거나, 한치의 오차나 실수를 허용할 생각이 없을 만큼 완벽을 추구하거나 ... 이런 것들 모두 강박증 내지는 강박 성향입니다. 
IQ가 높은 사람들에게 많은 성향이기때문에 아마 오르비에도 많겠죠. 저도 어느 정도는 강박증이 있기도 하고요. 이런 학생들일 수록 걱정을 많이 하고 실제로 그런 상황에 접하면 분노를 억누르다 시험 중간에 표출하고 스스로 붕괴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리를 떨거나 코를 훌쩍 거리는 걸 증오하는 심리를 제3자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면, 그냥 본인의 실력이 부족해서 문제를 풀지 못하고 중간에 막혀버리는 것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투사에 불과하죠. 옆 사람이 다리를 떨어서 못 볼 시험은 혼자 봐도 못 봅니다. 투사가 심한 학생은 그렇게 되면 컨디션 탓, 감독 탓, 심지어는 조명 탓이라도 하겠죠. 
애초에 주변에 신경을 꺼버리세요. 강박증이 있는 사람은 훈련이 되면 주변 환경의 특정 요소에는 관심 스위치를 아예 off해 버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시험지에만 적당히 집중하고, 시계를 적당히 견제하는 정도의 집중력만 유지하고, 시험 문제 하나하나를 따라 물 흐르듯이 흘러가세요. 
너무 집중하면 글씨만 보이고 내용은 읽히지 않는 -정확한 표현은 아닌데 이 표현을 많이 사용하니까 인용하자면- 소위 게슈탈트 붕괴에 빠져서 정신 차리고 보니 시간이 다 지나있었다라는 상황이 될 수 있으니 집중도 적당히. 
다만 코를 너무 킁킁 거리거나 듣기 지문을 듣는데 방해가 될 것 같은 정도면 쉬는 시간이나, 시험 중간에라도 감독에게 상황을 이야기하세요. 그 학생이 계속 통제가 될 것 같지 않으면, 그 학생을 따로 시험을 보게 하거나, 정 안 되면 본인을 따로 시험을 보게 하거나 해줄 것입니다.  저는 첫 수능을 양호실에서 봐서, 시험장 책상은 '고정식'이 아니라는 걸 체험했거든요.


수험표를 잃어버리면 어떡하지?  

고사장에 가면 시험감독들이 있는 관리실에서 임시수험표를 발급해 줍니다.  저는 시험 전날 수험표를 잃어버려서 사진을 가지고 가기는 했는데, 당일에 분실하면 사진이 없어서 어떻게 될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방법이 있을 겁니다. 기본적으로 시험감독들도 다들 학생 가르치는 선생님들이라 학생들이 잘 되기를 바라고 (물론 반칙을 용인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지만요) 되도록이면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어하기 때문에 웬만한 일들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제가 서울의대 들어오던 해가 임시수험표 가지고 시험 치르던 해니 수험표 분실과 불운 내지 컨디션 난조는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시험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들은 대부분 시험 점수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하니 당황하지 말고 차분히 시험 치르세요.


감기/독감에 걸려서 컨디션 난조입니다.  

시험 점수 자체에 큰 영향은 없습니다. 물론 안 아픈 것만은 못하겠지만, 며칠 동안 치르는 시험도 아니고, 모레 하루 잘 버티면 되는 것이니까 너무 안타까워하지 마세요. 콧물이나 재채기가 심할 경우 처방받은 약에 항히스타민제가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일부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졸음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이 약은 다른 것으로 대체하든지 빼고 먹어야 합니다. 대신 항히스타민제를 끊으면 시험 내내 콧물이 쏟아져서 고생할 수 있죠. 코를 푸는 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니까 보통은 흐르는 코를 닦으며 입으로 숨을 쉬고 시험을 치르게 되는데 많이 고역이죠. 그래도 저는 그러고도 시험 잘 치러봤으니 실력 발휘에 큰 장애는 아닌 거라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감기약에 들어가는 소염진통제 성분인 NSAID들은 부작용이 없고요, 정말 몸이 안 좋다면 일시적으로 저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써볼 수 있습니다. 시험보는 날 하루 정도는 컨디션을 확 끌어올릴 수 있는데 (정상적인 사람 말고 몸살이 심한 사람 말이에요), 의사 처방이 있어야 하니 의사와 한 번 상담해 보세요. 단기간의 저용량 스테로이드 처방은 일반적으로 부작용이 없습니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에는 시험장에서도 따뜻한 차를 계속 마셔주면 좋으니, 커다란 보온병에 둥글레차든 보리차든을 가득 담아가서 시험 내내 조금씩 드세요. 다만 녹차는 이뇨작용이 심해서 중간에 화장실을 많이 들락날락 거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별 생각 없이 녹차 마시고 있다가 탐구 영역 시간에 (당시에는 2시간 내리 80문제를 푸는 시험이었어요) 소변을 3번 보러 갔는데 그래도 시험 잘 보는데 별 지장 없었습니다. 다만 쉬는 시간에 틈틈이 방광은 비워주는 게 더 좋겠죠.


문제 너무 어렵네 시간은 없고 다리가 후들후들  

수리 시험이 어렵게 나오면 시험장의 1/3 정도는 떨고 1/3은 의연하고, 1/3은 잡니다. 떠는 학생은 바로 여러분같은 사람들이고, 의연한 1/3은 시험 문제가 어려운지 모르고 풀고 있는 학생들이고, 나머지 1/3은 어떻게 나와도 답안지에 줄 세워놓고 잘 학생들이죠. 애초에 한 문제가 5분 이상 안 풀리면 다음 문제부터 푸세요. 이건 아예 감이 안 온다는 확실히 제껴놓고, 맨 마지막에 시간이 남을때나 도전해 보고요. 
제가 재수할 때가 수능 총점이 70점 가까이 떨어지면서 갑자기 난이도가 높아질 때였는데, 수리 영역 문제에서 처음으로 가우스 기호가 나오고 모든 수험생들이 그야 말로 멘붕이었죠. 게다가 바로 전 년도 수능 시험은 수능 역사상 가장 쉬웠던 해라 아무도 어려운 시험에 대비가 안 되어 있었거든요. 저도 수학 시험 시간이 25분 남았는데 못 푼 문제가 7개나 있었어요. 다리가 후덜덜 거리고 볼펜이 (당시에는 수능 샤프가 없었거든요) 막 떨렸죠. 
당시 제가 상황을 극복했던 방법은 이렇습니다.  일단 1분 동안은 그냥 엎드려서 계속 심호흡을 했어요. 너무 당황한 상태라 그렇게 어렵지 않은 문제도 풀어넘기지 못할 것 같아 일단 평점심을 찾는데 1분을 투자했죠. 그리고 마킹 시간을 5분으로 잡고, 나머지 19분을 7로 나누니 문제당 2분 30초 정도가 나왔습니다. 제일 만만해 보이는 것부터 붙잡고 문제당 3분을 넘기면 무조건 제끼기로 하고, 다시 차분히 풀어나갔죠. 어차피 다 맞긴 글렀고, 3문제 정도 찍어서 운 좋으면 1개만 틀리고, 운 없으면 2개 틀리겠다는 전략으로 갔습니다. 다행히 먼저 붙잡은 문제들이 1~2분만에 풀려서 오히려 시간을 남기고 다 풀기는 했는데, 결국 그 해에는 2개 틀렸어요. 서울의대 가는데 1점이 모자랐죠. 
당시의 저는 현명하지 못해서 25분 / 7문제가 남는 상황까지 계속 당황을 했었는데, 여러분들께서는 문제를 풀어보다가 앞 페이지들에서 이상한 낌새(예를 들어 보통 1~1.5분 만에 풀려야 하는 위치에서 3~4분을 잡아먹는다거나)가 보이면 바로 저와 같은 ‘비상 모드’를 발동하시기 바랍니다.


아차 고사장에 늦겠다.   

원칙적으로는 시험 시작하기 몇십 분 전에 도착해야 하지만, 정 사정이 딱하면 5~10분 늦는 건 문제가 되지 않고, 듣기 시작하기 5분 정도 전에 입장하면 보통은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그렇지 않으니, 되도록이면 충분히 이른 시간에 미리 도착해 있을 수 있게 준비하고, 교통사고나 시험장을 잘못 찾는 등 통제 불가능한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는 너무 당황하지는 말고 여건이 허락하는 선에서 최대한 빨리 고사장에 도착하세요. 여러분의 시험 점수 자체는 듣기 1번이 시작하기 전에만 도착하면 아무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시험보다 아파서 기절했다.  

의식을 회복했으면 남은 시간 내에서 되는 데까지 문제 푸세요. 제가 맨날 하는 얘기인데 저희 동기는 시험장에서 충수돌기염(흔히 맹장염이라 하는)으로 뱃가죽 꽉 붙잡고 서울의대 왔습니다. 듣기 중간에 화장실에 가서 시험 문제 몇 개를 못 풀었다고 하더라도 절대 중간에 포기하지 마세요. 시험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에게 포기하지 않아도 될 만큼 본인에게 딱 맞는 시험환경/시험문제는 영원히 다시 오지 않습니다. 




무사한 수능 시험이라는 것 자체가 별로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별 탈 없이 잘 시험 치르고 오시고요, 첫 수능은 첫 수능대로 긴장되고, 두번째 수능은 재수라서 떨리고, 세번째 수능은 또 보면 사수니까 떨리고, 네번째 수능은 이제는 안 떨려서 떨리고 … 아무튼 수능은 그냥 다 떨립니다. 

수능 끝나고 나서 있을 즐거운 일들 생각하면서 남은 이틀 떨리는 것 잘 극복하고, 의연하게 다시 돌아오세요. 돌아오면 오르비에 가채점 입력 꼭 하시고요, 난이도는 저 말고 포카칩한테 물어보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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