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taOmicron [98720] · MS 2005 · 쪽지

2016-01-13 00: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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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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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때 배웠던 기억에 남는 소설

따뜻해도 귀찮은 체조 시간이 이처럼 살이 터지도록 추운 날이었다.

“어떻게 이 추운 날 체조를 한담.”
“또 그 무섭고 딱딱한 선생님이 웃통을 벗으라고 하겠지……. 아이구, 아찔이야.”

하고, 싫어들 하는 체조 시간이 되었다. 원래 군인으로 다니던 성질이라, 뚝뚝하고 용서성 없는 체조 선생이 호령을 하다가, 그 괴상스런 창남이 구두를 보았다.

“한창남! 그 구두를 신고도 활동할 수 있나? 뻔뻔스럽게…….”
“예,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이것 보십시오.”

하고, 창남이는 시키지도 않은 뜀도 뛰어 보이고, 달음박질도 하여 보이고, 답보 제자리걸음 도 부지런히 해 보였다. 체조 선생님도 어이없다는 듯이,

“음! 상당히 치료해 신었군!”

하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호령을 계속하였다.

“전열만 삼 보(세걸음) 앞으로 ─ 옷!”
“전 후열 모두 웃옷 벗어!”

죽기보다 싫어도 체조 선생님의 명령이라, 온반 학생이 일제히 검은 양복 저고리를 벗어, 셔츠만 입은 채로 섰고, 선생님까지 벗었는데, 다만 한 사람 창남이만 벗지를 않고 그대로 있었다.

“한창남! 왜 웃옷을 안 벗나?”

창남이의 얼굴은 푹 숙이면서 빨개졌다. 그가 이러기는 처음이었다. 한참 동안 멈칫멈칫하다가 고개를 들고,

“선생님, 만년 셔츠도 좋습니까?”
“무엇? 만년 셔츠? 만년 셔츠란 무어야?”
“매, 매, 맨몸 말씀입니다.”

성난 체조 선생님은 당장에 후려갈길 듯이 그의 앞으로 뚜벅뚜벅 걸아가면서,

“벗어랏!”

호령하였다. 창남이는 양복 저고리를 벗었다. 그는 셔츠도 적삼도 안 입은 벌거숭이 맨몸이었다. 선생은 깜짝 놀라고 아이들은 깔깔 웃었다.

“한창남! 왜 셔츠를 안 입었니?”
“보여드리기 위해 안 입었습니다.”

그때, 선생님의 무섭던 귀에 한 가락 멜로디가 들렸다.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마음 모두 네게 줄게에~. 예히 예~~에...'

학생들의 웃음도 갑자기 없어졌다.

“창남아! 일부러 셔츠를 안 입었니?”

다정히 묻는 소리에,

“보여드리기 위해 안 입었습니다."

체조 선생님은 다시 물러서서 큰 소리로,

“한창남은 오늘은 웃옷을 입고 해도 용서한다. 그리고 학생 제군에게 특별히 할 말이 있으니, 제군은 다 한창남 군 같이 용감한 사람이 되란 말이다. 여기 섰는 제군 중에는 셔츠를 둘씩 포개 입은 사람도 있을 것이요, 재킷에 다 외투까지 입고 온 사람이 있지 않은가……. 맨몸으로 나오는 용기가 좋단 말이다. 한창남 군의 의기는 일등이다. 제군도 다 그의 의기를 배우란 말야.”

만년 셔츠! 비행가란 말도 없어지고, 그 날부터 만년 셔츠란 말이 온 학교 안에 퍼져서, 다들 만년 셔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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