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던낙엽 [671282]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6-12-11 00:49:31
조회수 3,686

수능이랑 강박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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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망쳤다..진짜 제대로 망쳤다.

사실 초등학교, 중학교 다닐때 그리고 고등학교 다닐때에도 공부를 잘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이런 외부의 인식 때문에 공부했고 수능이 끝나면 끝날 줄 알았다.


근데 나는 소위 말하는 내신형 인간이었다. 고1,2학년 때에도 내신은 전교권에 있었지만 모의고사 점수는 3등급 정도에 만족해야했다. 그래서 나는 고2 10월 경부터 정시를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그렇게 공부하던 와중에 1월 중순부터 내 인생을 계속 괴롭혔던 병이 고3때 까지 쫓아와서 나를 괴롭혔다. 그것은 강박증이었다. 초등학생부터 있었다. 그 때 생각했었던 것중 하나가 설마 고3때까지 이러겠어? 였는데 진짜로 고3때 갑자기 강박증이 심해지니 정말 멘탈이 나갔었다. 그날 독서실에서 일찍 돌아와 혼자 울었다. 나 혼자 화가나서 책상이 부서질정도로 책상을 발로 찼다. 정말 잘해보고 싶었던 순간에 강박증이라는 것이 날 괴롭히는게 정말 억울했다. 그래서 병원에 갔다. 그 전까지 내 병이 강박증 같다는 추측은 했지만 확진은 받지 않은 상태였다. 당연히 병원에서도 강박증이 맞다고 했고 병의 진행정도는 중기 정도라고 했다. 그리고 내 강박증은 행동보단 생각의 강박증이라 고치기 많이 힘들다고 했다. 그 이후로 방학때 공부량은 그날을 기준으로 눈에 띄게 줄었고 나는 억지로 앉아있었다. 강박증 때문에 내가 수능을 실패하면 정말 억울할것 같았다. 강박증 때문인지 그냥 기분이 안좋은건지 그 이후로 감정이 조절이 안됐다. 특히 기분이 안좋을때가 훨씬 많았다. 그래도 공부했다. 반드시 잘하고 싶었다. 그렇게 3,4월 모의고사를 봤는데 백분위는 고2때보다 더 떨어져있었다. 국어는 2등급에서 5등급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공부했다. 다행히 6월모의고사쯤에는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그나마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국어는 다시2등급이 되고 수학은 처음으로 1등급을 받았다. 그리고 강박증이 많이 나아진것 같아 이제 진짜 달려보겠다고 결심했었다. 근데 여름방학이 오고 사람과의 접촉이 끊어지고, 혼자가 되는 시간이 늘다보니 다시 강박증은 심해졌고 나는 또 절망했다. 하지만 속으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을 외치면서 나는 그냥 공부했다. 그리고 원래 쓰고 싶지 않았던 수시도 쓰려고 했고, 일단 대학가서 살고보자라는 마인드로 바뀌었다. 이유는 강박증때문에 재수같은거 할 수 없을거 같았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영화계열의 학과들로 학종을 쓰고 내가 전혀원하지 않지만 안정적인 대학을 교과전형으로 썼다. 나는 그동안 최저는 계속 맞춰왔다. 그래서 아무리 못해도 교과전형으로 대학을 갈 줄 알았다. 그렇게 계속 공부를 했다. 수능이 다가올쯤에는 나의 마음도 흐트러지고 강박증이 심해질까봐 학교에서 일부러 대화도 많이한것 같다. 근데 결론은 수능에서 최저는 물론이고 태어나서 가장 낮은 백분위를 받았다. 그리고 유일하게 희망을 걸었던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학생부종합 면접에서는 예비 11번을 받았다. 정말 슬퍼서 그날 혼자 울었고, 앞으로의 1년이 너무 두려웠다. 만약을 위해 써놓은 교과전형도 최저를 못맞춰서 더 슬펐다.


그래서 나는 지금 재수를 준비한다. 얼마전부터 재수학원울 알아보고 있고 강박증이 생기는것에대해 많은 준비를 하려한다. 물론 내가 지금 100% 강박증 때문에 수능을 망친것은 아닌것같다. 충격을 받고난 후 생긴 감정기복들과 불안감들도 컸지만 그것만이 내 수능이 망친것의 원인은 아니다. 나도 초심을 잃었었고 정말 많이 흔들렸다. 그래도 재수를 결심했을때 가장 무서운 것은 강박증이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넘어야할 산에서부터 이렇게 지쳐있는게 슬프다. 그래도 가장 큰 다짐은 나는 이겨낼것이라는 것이다. 나는 나중에 모든걸 포기해서 이게 다 강박증때문이야라는 변명을 하는 나를 보기가싫다. 꼭 재수 성공해서 나는 영화학과에 진학하고 싶다.


갑자기 슬퍼져서 글을 썼어요..길어서 죄송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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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urum(Chemistry) · 664662 · 16/12/11 00:51 · MS 2016

    저는 님만큼은 아니지만 좀 심한 수전증이있어서...다행히 수능날엔 느끼지못했지만 항상 신경이 쓰였어요... 미미하긴하지만 작성자분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갑니다...

  • 떨어지던낙엽 · 671282 · 16/12/11 01:10 · MS 2016

    님도 많이 힘드셨겠어요..수능공부할땐 작은것도 다 신경쓰여서..

  • Aurum(Chemistry) · 664662 · 16/12/11 01:14 · MS 2016

    수전증이 정말 힘들더라고요...지금도 지인들이랑 밥먹을때 최대한 견디는데 ㅋㅋ 병원가도 아무이상없다하고

  • 떨어지던낙엽 · 671282 · 16/12/11 01:25 · MS 2016

    병원거도 아무이상없다그러면..님도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겠어요..

  • 말랑모찌 · 604402 · 16/12/11 01:02 · MS 2015

    토닥토닥

  • 떨어지던낙엽 · 671282 · 16/12/11 01:10 · MS 2016

    감사합니다

  • Olaf · 682131 · 16/12/11 01:03 · MS 2016

    뭐라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네요.
    저는 작성자님하고는 조금 다르지만 올해 초에 입시에 실패하면서 일종의 정신병에 걸렸었어요
    의욕이 사라지고 자기혐오감이 심해지고 자존감이 낮아지고 웃긴 장면을 봐도 눈물이 나고 사람 만날 땐 과하게 즐거워하다가 집에만 오면 이유도 없이 다섯시간씩 울고.
    제가 작성자님께 드리고 싶은 조언은 꼭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겁니다. 저 같은 경우는 교회에 다녔고 정말 거기서 사람 만나는 거 아니었으면 저 자살했을거에요. 자살이란게 대단한 게 아니에요
    제가 제 행동을 인지하지 못하고 차도에 뛰어든 적만 올해 세 번이에요. 행동 후에 깨닫는거죠
    꼭 교회를 가라는 말이 아니고 재종을 다니시든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시든 해서 사람의 소음이 있는 환경에서 지내라는 말입니다
    저는 독재하느라 논술준비할 때 어휘력이 많이 떨어져서 정말 혼나고 스트레스받았어요
    지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못할 정도였거든요
    이 모든 건 잔인하게도 수능이 끝남과 동시에 해결됩니다. 잃었던 자존감도 되찾고 밝은 성격도 돌아와요. 진심으로 재수생활 중 도움이 되고 싶어요. 힘드실 때 언제나 쪽지해주세요. 더군다나 제가 이번에 붙은 학교가 목표시라니 내년에 붙어서 만나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밥 사드릴게요.

  • Olaf · 682131 · 16/12/11 01:04 · MS 2016

    당신은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입니다

  • 떨어지던낙엽 · 671282 · 16/12/11 01:11 · MS 2016

    조언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꼭 동국대 가서 한번 뵙고싶네요..

  • Olaf · 682131 · 16/12/11 01:14 · MS 2016

    정말 빈 말 아니니 사소한 일로 쪽지해주세요 기다릴게요 내년에는 얼굴 보고 밥 먹어요!

  • 떨어지던낙엽 · 671282 · 16/12/11 01:24 · MS 2016

    네! 감사합니다!

  • 떨어지던낙엽 · 671282 · 18/03/18 11:55 · MS 2016

    저 동국대 갔는데 탈퇴하신것 같네요 아쉽아쉽 ㅠㅠ

  • 17수험험생 · 665276 · 16/12/11 12:40 · MS 2016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언젠간 노력의 보상을 받을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힘내세요!

  • 떨어지던낙엽 · 671282 · 16/12/11 19:13 · MS 2016

    감사합니다

  • 충남의 가고 싶다 · 700786 · 16/12/11 17:55 · MS 2016

    저도 생각의 강박증이...진짜 힘들었죠 저도 님처럼 고3때 시작해서 올해 재수 할 때까지 괴롭혔는데..궁금한게 있어서 그런데 쪽지 보내도 될까요??

  • 떨어지던낙엽 · 671282 · 16/12/11 19:14 · MS 2016

    네 보내셔두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