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에 대한 단상
게시글 주소: https://w.orbi.kr/00012291378
이럴 수가 있나. 세상에 내가 다시 오르비에 글을 쓰게 될 줄이야. 기어코 나는 삼반수를 하는구나. 그리고 작년에 그랬듯 이렇게 또 새벽에 글을 끄적이는구나. 복잡한 생각을 풀어내정리하고자 이 녀석아 그러냐?
그렇다. 나는 항상 글을 의식의 흐름으로 써내려가며 생각을 정리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곤 했다. 이 글 역시 마찬가지다. 독자는 나 자신이며 자문자답이다.
열정의 고갈. 게으름과 나태함. 현재 나의 상태이다. 원인을 찾고자 질문을 던져봤다.
사실은 내가 별로 간판을 바꾸고자 하는 열망이 없는 것 아닌가? 단순히 도피성 반수이진 않은가? 공부가 하기 싫은가? 근본으로 돌아가서 나는 왜 반수를 선택했는가?
"왜 나는 다시 지옥으로 돌아오기를 선택했는가?"
...
첫째, SKY 학벌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병적인 미련 때문이다. 우리 부모님의 학벌 컴플렉스를 어릴 때부터 보고 듣고 자라서 그런건가 나는 이 세상을 학벌 때문에 무시받으며 살아갈 자신이 없다.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로는 불충분하다.
둘째, 부모님에게 인정받고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는 2류이기 때문에 1류가 되기 위해선 대학교 1학년 때부터 피터지게 공부해야 된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들으며 내 청춘을 보내긴 싫다.
셋째, 자신감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학벌부심도 있긴 하겠으나 그것보다는 내가 해냈다는 그 성취감에서 비롯됨 자신감, 결국은 해냈다는 그 자신감이 필요하다.
넷째, 작년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분명 아무리 작년을 돌이켜 봐도 나는 열심히 했다. 하루 7교시 수업 제외 순수 자습시간 평균 7시간을 보냈다. 대략 13시간씩 매일을 공부했다. 양적으로는 충분했다. 그런데 성적은 그만큼 나오지를 않았다. 부언하자면 이것이 반수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 작년에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실패한 거라면 나는 그냥 안 되는 거 아닌가. 접어야 되는 거 아니냐. 그래 맞다. 접어야 된다. 양적으로는 최선이었다. 하지만 공부의 질이 문제가 좀 있었던 것 같다. 공부 방향이 잘못 되어있었다. 너무 가념과 이론에만 파묻혀 실전을 등한시하고 빨리 풀지를 못했다. 여튼 작년의 나의 피나는 노력이, 그 수많은 감정들이 내 결과로 인해 "너가 더 열심히 안 해서 그래"라는 말로 무시 당하는 것이 화가 나서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
그래. 잘 알겠다. 근데 너는 왜 지금 그 모양 그 꼴이냐? 너가 말하는 작년의 너의 모습은 어디 가고 그렇게 한심한 모습을 하고 있냔 말이다.
나의 무의식, 아니 의식의 뿌리에 자리잡힌 '노력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작년 인간관계, 짝사랑, 노는 거 전부 싹다 포기하고 주말 자습 혼밥에, 수업 쉬는 시간마다 공부하고, 셔틀타고 집 갈 때도 개 같이 공부했는데 결과는 대부분 항상 적당히 놀고 적당히 친목도 하고 여자애들이랑도 놀고 하는 애들보다 결과가 안 나왔었던 그 기억이 노력에 대한 회의감•불신을 나의 정신 속에 각인시킨 것 아닌가.
미친듯이 노력하는 것이 더 손해처럼 느껴지고 공부만 하는데성적은 안 오르는 병신처럼 느껴진다. 열심히 악착같이 노력하는게 더 미련한 것처럼 느껴진다.
근데 내 상황은 그 어느때보다 위급하다. 내 인생에 있어 마지막으로 간판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뿐더러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극도로 짧고 부족하다. 또한 경제적으로 상당한 양의 돈이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시간이 지체되어선 안 된다. 나에겐 군대가 기다리고 있고 많은 삶의 과제들이 눈 앞에 놓여있다.
---지금까지의 내 생각들이었다.
---다시 내 삶의 철학으로 되돌아가보자.
내가 언젠가 멋진 비유를 생각해낸 처럼 이 인생의 주인공은 너다. 너가 곧 주인공이자 너가 곧 감독이다.
단 한 번의 인생이다. 더욱이 꽃다운 젊은 날의 청춘은 단 한 번 뿐이다. 나의 스무살은 암흑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 속엔 빛이 있었다. 고독함 속에 치열함이 있었고 열등감 속에 자기반성이 있었으며 좌절감 속엔 오기가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노력이라는 것을 통해 그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근데 너는, 그래 나는.
내 노력을 스스로 무시하고 있다. '결과가 나오지 않은 과정은 헛된 것 아닌가? 결과가 나오질 않았는데 그래도 열심히 노력했어 라고 말하는 건 패배자의 자기위로 아닌가?'
그렇게 친다면 나는 인류 역사의 수많은 도전자들을 패배자라 보는 것이다. 에디슨은 성과 없이 쓰잘데기 없는 노력을 수없이 한 패배자이다. 하지만 그가 실패하고나서 그 노력을 부질없는 것으로 치부했는가? 아니다. 성공을 위한 발판으로 삼았다.
나는 그래, 솔직히 지금 덜 노력하고 더 성공한 애들을 부러워하고 있다. 그게 현명해보이니까. 부럽다. 하지만 길게 보자. 노력이라는 이 고군분투를 덧없는 것이라 여기지 말자. 공부만 하라는 소리가 아니다. 가끔 쉬어도 된다.
나의 스물하나를 가볍게 생각하지 말자. 결과가 반드시 좋아야 하는 승부다.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도록,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악착 같이 노력하자. 재능 같은 거 가진 것 하나 없는 나한텐 노력밖에 없다. 재능이 부럽다면 노력으로 그 재능을 사자.
할 수 있다. 해낼 수 있다. 작년의 그 노력의 양에다가 더 노력을 얹고 결과를 나오게끔하는 방향감각을 더하자.
이번엔 기필코 내 노력은 결실을 맺는 노력일 것이다. 믿자. 내 자신을 믿고 내 노력을 믿자. 억울해도, 가끔 남과의 비교 속에서 작아질 때에도. 해낼 수 있다. 결국엔 내 노력이 자랑스러웠다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다시 흔들릴 때 이 글을 보고 중심을 되찾자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생윤황분들 6
9모 50이고 풀었던 모든 모의고사에서 96~100진동하는데 작년엔 1~2진동에서...
-
수능판은 의대증원이랑 킬러문제 베제때문에 등급컷 ㅈ되서 혼란이지 의대증원 확대때문에...
-
술약이 12
오늘 내일 금욜 일케 있는데 내일을 빼기위한 핑계를 구해요 사유는 귀차니즘
-
이제 남은 5개 학교를 해결해야지.. ㅎ.ㅎ
-
심심하다 4
근데 이상하게 시간은 잘 간다
-
그냥 4
4장 안에서 붙었으면 조켄네 다 떨어져서 건대랑 켄텍 고민하는 날이 오지않길…
-
소신발언하면 6
맞말인거같아요
-
걍 겨울방학에 2
여동생이랑 같이 독서실 가서 공부하기로 함 여동생 공부 습관도 잡을겸해서 그러기로...
-
우선 컴이 두 대 이상이여도 친구랑 집에서 같이 게임하는거랑 피시방에서 같이...
-
수능 기준으로 난이도가 어떻게 되나요? 단순 궁금증 입니당
-
그냥 2~3권 한번에 막전위만 쭉 풀고 근수축 풀고 이런식으로 하는게 남 아니면...
-
입결이 이정도긴 한데 괜춘함?
-
사진 이상하게 찍기
-
1. 수능 잘 보면 끝인가? -> 내신 맘에 안들면 입학 불가 2. 논술로 수학...
-
나쁜사람은 못봤는데 변태는 많이봄
-
공군 질문받습니다 24
전역 21일 남은 병장입니다 질문 받습니다 특기 장물보
-
분캠을 가도 다른급으로 침?
-
한지가 대중적인 편인 과목이라고 해도 지리덕후는 무섭구나
-
2회독까지 완료했는데 수1은 확실히 고난도n제 치곤 쉽습니다 수2는 진짜 문해전보다...
-
평가원 중간~높2 나오나요?
-
김기철t 커리 0
신택스 듣고 영어 2-3나오는데 긴 문장 해석이 잘 안되고 붕 뜨는 느낌이 듭니다....
-
뉴케어ㄱㄱ이거 두개만 먹어도 배부름
-
로직 4권 타입 3권+3권 띰 3권 맞나요?
-
외모평가좀 17
할머니나 친척들 포함 살면서 한번도 잘생겼다는말 들어본적없음 사촌형이 어렸을때부터...
-
수상하 개념복습 0
수학이 가장 취약해서 쎈B+기출로 수학공부 중인데 쎈B 풀다가 삼각함수+고1...
-
수학 n제 ㅊㅊ 2
미적분 6모 77 9모 88 인데 공통 수학 n제 추천 좀 해주세요 ㅠㅠ (4규,...
-
ㅈㄱㄴ
-
전 학원이랑 과외해보면서 느낀게 이젠 사람들마다 지능의 한계가 있다는 쪽으로 매우...
-
수학 실모 84~88점 뫼비우스의 띠 진짜 어케 벗어나지 4
1~13 무난하게 품 14,15 둘중하나 풀고 주관식으로 넘어감 21번까지 풀고...
-
무엇인가요?
-
남자라서 안된다고 했어요
-
요즘엔 하루만 안 해도 샤프심 보임.. 개귀찮네 진짜
-
재가동!
-
ㄷ ㄷ 수능날 물갈이 개꿀
-
우리 조상님은 수박이랑 감이였어요? 왜 엄한 음식에 대고 절을 해여? 이러다 욕...
-
아응 2
앙
-
저도좀알여주새요 저는수학을잘하는사람이 멋있더라고요 ㅡㅅ,ㅡ
-
11~12??
-
찬물 샤워나 해야겠네
-
약부작용때문에 점심 못먹어서 뉴케어(암환자용 식사 음료)먹는데 오늘 안가져옴..
-
6번 14번 아니 디카프 개념 쉽고 도표 어렵다는데 난 왜 개념만 다틀리냐
-
섹시 미만 잡임
-
수능커하 찍을거에요
-
'잔들거리다' 이거 시에 아무생각 없이 썼는데 검색해보니 없는 단어네요;;
-
히히 똥 5
히히 똥 발싸!!!!!히히
-
상병 진급
-
뻘글 머신 과부화 10
-
23~25 = 1~7 26 = 8~9 27 = 11~12 29 = 13,20,21...
-
일단우리집은 개쌉유교파티라서 가족들이 절대 추석에는 모여야됨 안모일시 그집안...
-
슬슬 본색을 드러내는거 같은데 요새 안나오는 성별임금격차 계층이동 문제 다 박아놓고...
성하예프거늘.....하지만 서울대로 꺼지세요
님 작년에 올리신 짝사랑 글 너무 잘 읽었어요 저도 얼마전에 비슷한일있어서 너무 공감되더라고요. 이글도 그렇고 다른것도 보면 글재주가 너무 좋으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