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수능개편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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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영역/수리영역으로 2원화한 상대평가
문장만으로는 '도대체 이게 뭐야?' 싶으신 분들이 있겠지만, 수능의 원형은 언어영역과 수리영역만으로 언어적 사고력과 수리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외국어와 사회/과학과목을 더한 것이죠.
특히 2013학년도 이전의 언어영역은, '개념'이란 '있으면 좋은 것'이지 '필수요소'가 아니었죠. 막말로 국어의 음운 이런거 몰라도 전부 어떻게든 지문이나 로 제시해 줬습니다. 수능알못들이 말하는 '시의 해석을 가둬놓는다'는 이야기는 다들 아시다시피 평가원은 답의 근거를 등을 통해서 반드시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제시해 줍니다.
수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능 수학에서는 논리적으로 필요한 모든 조건들을 문제에 넣어 주며, 필요 없는 조건을 넣지 않으며, 가우스 기호와 같은 것들은 문제에 설명을 넣어 줍니다. '가우스 기호의 성질을반드시 미리 알아야만 풀 수 있다!' 같은 문제는 존재하지 않죠.
수능 언어영역과 수리영역은 정말 세계적으로도 잘 만든 시험입니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외국어영역이었죠. 2011~2014학년도의 수능 영어를 실제로 체험하시고 기억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당시 영어는강남과 비강남, 서울과 비서울 수도권,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어마어마했죠. 물론 특목고와 일반고의 차이도 컸고요.
다른 과목들 역시 대부분의 표본이 강남, 서울, 수도권, 특목고가 비강남, 비서울, 비수도권, 일반고에 비해 우세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편차가 유독 외국어영역이 극심했습니다. 영어영역의 절대평가 전환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영어유치원 붐이 일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수학이나 탐구에 비해 영어는 외국어이기 때문에 어리면 어릴 수록 투자 대비 효율이 좋았기 좋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바꿔 말하면 늙으면 늙을 수록(;;) 투자 대비 효율이 안 좋아진다는 뜻이죠. 우리는 직독직해가 당연히 되고 특이한 구문만 그때그때 체크할 때 리얼노베천국 노량진에서는 20대 중반 수험생들이 5형식 놓고 끙끙대고 있더랍니다. 듣기 강의도 따로 존재할 정도니 말은 다 했죠.
탐구영역, 정말 애증의 영역입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수강하는 일반◯◯ 시리즈는 I+II+α니까요. 왜 그럴까요? 생1지1으로 화학공학과 가는 학생들도 어차피 존재하니까요. 수능에서 선택했다면 꿀과목이 되지만, 수능에서 선택 안 했다면 어차피 대학교 1학년 때 공부하면 된다는 말이 되지요.
저도 이과생이지만 여기서 이과생의 아이덴티티를 흔드는 말을 해 보겠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과학탐구를 봐야할 이유가 있을까요? 자료해석능력은 언어영역에서 강화가 가능합니다. 후술하겠지만 전 언어영역과 수리영역의 대폭적 강화를 주장하려는 목적으로 이글을 쓰고 있습니다. 리얼 노베로 들어가도 어차피 일반◯◯ 시리즈가 기다리고 있고, 여기서 해당 과목 과탐 선택자가 받는 이득은 1학년 때 한 두 과목 정도를 비교적 꿀과목으로 먹을 수 있다는 점 뿐입니다.
... 더 정확히 말하면, 남들 10헬일때 나는 헬 정도인 거지만요.
문알못인 제가 사회탐구 영역을 함부로 까지는 못하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회탐구 역시 대학에서 선택에 따른 유불리는 1학년 때 정도만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즉, 사회/과학탐구 영역은 그 존재 의의부터 애매모호합니다. 하드코어한 고등학생 교양과목(?)과도 같죠. 개념을 바탕으로 자료해석을 시킨다는 취지는 언뜻 좋아보이지만 개념을 바탕으로 한 사고는 수리영역에서, 자료해석은 언어영역 비문학에서 다루니까요.
저는 다음과 같은 개편안을 제안합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9월, 11월 실시]
1교시: 언어영역I [8:40~9:50]
(40문항, 원점수 80점 만점, 70분)
기존의 '언어영역'과 기본 틀이 같습니다. 수험자의 기본적인 언어적 사고력을 평가합니다.
2교시: 언어영역II [10:20~12:00]
(60문항, 원점수 120점 만점, 110분)
난이도가 높은 비문학 지문 중심으로 수험자의 자료해석 능력을 평가합니다.
3교시: 수리영역I [13:00~14:00]
(25문항, 원점수 80점 만점, 60분)
기존의 '수리영역'에서 다각적인 수학적 사고를 요구하는 문제(21, 29, 30번 문항 등)를 제외한 기본 틀이 같습니다. 수험자의 기본적인 수학적 의사소통 능력과 연산능력을 측정합니다.
4교시: 수리영역II [14:30~16:10]
(15문항, 원점수 120점 만점, 100분)
수험자의 수학적 의사소통 능력과 다각적인 수학적 사고력을 측정합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연중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성적을 취합하여 해당 연도의 전체 수험자의 성적을 표준화한 성적을 각 대학에 제공하며, 수험자 역시 그 중 자신의 성적을 쉽게 조회할 수 있도록 제공합니다.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은 상황을 설정한 예시를 들겠습니다. 어느 해 6월 시험이 난이도가 비교적 낮았고, 9월 시험의 난이도가 비교적 높았고, 11월 시험이 난이도가 예년과 비슷하였다고 합시다. 이 때, 학생A와 B와 C가 한 영역에서 받은 3번의 성적, 총 9개의 성적을 재배치한 점수를 연말에 제공하며, 학생은 그 중 자신의 성적들을 제공받는 것입니다. 각 대학에는 원하는 시험의 원하는 영역을 제출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각 대학은 대학이 요구하는 인재상에 따라 각 영역의 표준점수 반영비율을 달리한 변환표준점수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현재와 다를 바 없지만 언수외탐이 아닌 언언수수라는 점이 차이겠지요.
덧붙여 'EBS 반영'을 폐지합니다. 간혹 예전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이 수능 만점을 받았을 때 인터뷰의 레퍼토리가 "교과서를 중심으로 부족한 부분은 EBS 교육방송을 활용했습니다"였던 것에 높으신 분들이 감명을 받으셨던 것 같은데, 현 시점은 물론 탐구영역이 제외된 제 개편안에서 EBS 반영은 오히려 학습부담을 가중시키며 수험자의 사고력 측정이라는 목표에 대하여 독이 됩니다.
이 개편안을 생각하며 저는
1. 학생의 학습부담을 경감시키는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2. 변별력과 학생의 '포텐셜'을 측정할 수 있으며
3. 실패에 대한 '재도전'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
을 목표로 구성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입시는 단순한 대학 입학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가장 자유로운 재도전"입니다. 저는 '입학사정관제 세대'입니다. '입학사정관제 세대'에서 제가 깨달은 것, 그것은 '이미 지나간 3년(학생부)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과거는 낙인이 되어 결코 되돌릴 수 없습니다. 한 번 탈락했다면 재수하기 어려운 전형입니다.
정시와 논술, 이것이 '실패에 대한 재도전'이 가장 넓게 허락되는, 아마도 대한민국에서는 유일한 전형일 것입니다. 하지만, 부담 역시 적지 않지요. 가장 큰 부담은 '시간'이라는 가치일 것입니다. 제가 여러 번 수능을 치르며 가장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많은 비판도 예상되지만 모의평가인 6월과 9월을 본 수능에 포함시킨 것은 이러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전년도 수능에서 만족하지 못한 대학생도 1학기를 이용해서, 또는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준비하여 응시하면서도 변별력과 시험간 유불리를 가능한 해소할 방법을 생각해 본 것입니다.
특히 이 부분은, 탐구영역의 과목별 유불리에 관한 문제를 학생들의 성적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평가원이 실제로 적극적인 해소에 나서면어떨까 하는 아쉬움에서 착안하였습니다.
어차피 입시는 연말에 이루어지므로, 하나의 시험에서 아쉬웠다면 곧치러질 다음 시험을 준비하면 될 것이며, 하나의 시험을 응시하고 입시까지의 기간을 다른 활동을 하며 시간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여행을 갈 수도 있으며, 원하는 외국어를 공부할 수도 있겠지요.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수능의 개편안입니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남을 수 있습니다.
'공교육의 정상화'는 어떻게 되는가?
내신의 등장 배경, 그것은 수능을 대비하여 주는 과목, 또는 사교육에 학생들이 집중하고 수능과 상관이 없는 공교육 수업은 비교적 파행적으로 운영되던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수능 체계에서는, '수학'을 제외하고는 이제 수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과목이 사라집니다. 오히려, 학생들의 사고력을 증진시켜줄 수 있는 공교육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의 발판이 될 것입니다.
예시를 들어 볼까요? 문학 시간에 어떤 작품을 수업한다면, 교사는 학생에게 마치 수능에서 주는 와 같이 시대적 배경과 어떤 해석 관점을 제시하고, 학생들에게 어떤 해석이 가능한 지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수업이 가능할 수 있겠지요. 미술이나 음악 시간에 어떤 양식에 대하여 수업한다면, 교사는 학생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겠습니다. 마치 비문학 지문처럼요. 윤리와 사상 시간, 경제 시간, 물리 시간, 화학 시간, ... 수능에서 자유로워진 모든 과목은 오히려 수능 언어 영역(비문학 독서)의 기초가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수능에서 해방된 수업에서, 역설적이게도 비로소 수능적인 수업이 완성되지 않을까요? 공교육의 정상화는 수능으로 완성할 수 있습니다.
부족한 글이나마 문재인 대통령이나, 교육부 관계자분들이 꼭 보아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차피 제가 고등학교를 다시 다닐 일은 없을 것이고, (아마도 이번 수능 이후에는) 수능을 또 다시 보게 되지는 않겠지만, 이것이 희망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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