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찬우 [677168]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7-11-14 22:44:32
조회수 8,885

[심찬우]너를 믿고 또 나를 믿는다

게시글 주소: https://w.orbi.kr/00013804625

최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 모든 것이 있었고

우리 앞에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모두 천국으로 가고 있었고

우리 모두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긴 시간들이었습니다






그저 멀리서 

바라볼 때는 몰랐는데



막상 나의 일이 되고 보니




하루하루를 이겨나가는 것이

이토록 무겁고 버거운 일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무엇을 향해 달려나가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나가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의문의 틈바구니에 갇혀



그저 대학에만 가라는

사회와 어른들의 일방적 소통 앞에



숨죽이며 지나온

많은 것을 포기해온


시간들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여전히



합격자들의 이름만이 걸려있는

졸업식날 정문에 서있는 기분이고



여전히



마지막 수능날

당당히 정문을 박차고 나오지 못해



말없이 서성거리고

한없이 울먹였던



그날의 기분입니다




어두워진 저녁

모두가 시험이 끝나

후련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 때




나만큼은

수많은 고민에 휩싸여



당당하게 집으로 향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나름의 최선은 다했지만



성적표에 적힌 숫자들이 만드는

'결과'라는 단어 앞에



모든 것이 무시되는 것은 아닐까




나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들 앞에 굴복해 



그저 그렇게 살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살아온 세계가

이제는 나를 거부하는 것이 아닐까




서성거렸던

그 시간동안



참으로 외로웠습니다






아무도 내게



걱정하지 말라고


너가 최선을 다한 것은

누가 뭐라해도 너 자신은 안다고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

.

.



마지막 수능이 끝나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이들을 가르치는

한 사람의 강사나부랭이로



아니



그대보다 먼저 1년을

경험해본 형, 오빠로서 



지금의 너에게



그리고



그때의 나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






수험생 여러분




우리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하지만



아직



완성되지도, 완벽하지도, 완전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평범한 인간입니다



그렇기에 실수할 수 있고

그렇기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대가 그동안 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인생은


아직까지 꽃피지 않은 뜨거운 젊음이고

아직까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젊음입니다




세상의 그 누군가가

결과만을 놓고 그대를 판단하더라도





그대가 가진 가능성을 무시한다 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만은 꼭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이 시간을 달려온

그대의 뜨거운 젊음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전 믿습니다




성적과 대학이

그대의 가치와 인생을



결코 규정짓지는 못하니까요



.

.

.



[ 죄송한 마음으로 ]



수험생 여러분




올해는 참으로

다사다난 했습니다




부족한 아마추어로

늘 부끄러운 모습만을 



보여드린 것 같아



최선을 다했다고도

열심히 했다고도



차마 말씀을 못드리겠습니다





[ 감사한 마음으로 ]



여러분들이 제게 보여주신

뜨거운 젊음만으로도



저는 너무나 감사하고 또 감사했습니다




앞으로



국어강사 심찬우가





인간 심찬우가




어떻게 성장해갈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대들과 함께 성장해나가는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동안 정말 고생많았습니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폭 넓고 깊은 이해


국어강사 심찬우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