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준] 노력만 하는 학생들에게
게시글 주소: https://w.orbi.kr/00016982316
4등급인 시절
무조건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10시간이 넘게 공부하고
교재를 n 회독 하고
인강을 어떻게든 완강하고
실모를 돌리며 양치기를 하면
다시 말하면
노력만 하면
자연스럽게
국어를 잘하게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계속 4등급을 받았습니다
..............................
처음으로 1등급을 받았습니다
예전보다 공부하는 시간이 줄었고
문제도 덜 풀었으며
진도가 밀려 교재를 마무리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성적이 올랐습니다
나를 위한 진짜 공부를 했기 때문입니다
..............................
저는 26살에 1학년이 되었습니다
다니던 대학을 그만 두고
입대하여
군복무를 마치고
25살에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고 결정했을 때
제 손에는 군대에서 모은 100만원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px가 없어 돈 쓸 곳은 없었지만
당시 병장 월급은 9만원이었기에
큰 돈을 모으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어느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
늦은 수능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교재 하나를 살 때도
강의 하나를 구매할 때도
제 본래 성격과 달리
신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땐 그게 서럽게 참 느껴졌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운이 좋았던 것도 같습니다
제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
사람은 생각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머리가 아프니까요
그래서 권위자나 유명인처럼 다른 사람에게
내 의사결정을 쉽게 맡기곤 하죠
연예인이 입었던 옷을 덥석 구매하거나
좋아요가 많은 음식점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처럼요.
생각하는 것 자체도 힘든 일이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내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파악하고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판단하고
나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죠
저도 그런 어려운 일을 하기는 싫었지만
그렇게 해야 했습니다
누구도 찬성하지 않는 공부였고
함께 하는 사람이 없는 공부였으며
수험생 커뮤니티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던
전에는 공부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강제적으로 제 자신을 철저히 돌아봐야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나를 위해 공부한 적이 없다.'라는 사실을요
..............................
예전의 제 모습은 이랬습니다
시간을 채우기에 급급했습니다
하루 공부 시간을 10시간으로 정해 놓고
무엇을 하든 어떻게 하든
정해진 시간을 채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집중이 되지 않아도
시간을 채우려고 절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진도 나가기에 급급했습니다
인강을 정해진 부분까지 들어야 하기에
집중이 안 돼도 다음 강의의 버튼을 눌렀습니다
교재를 정해진 날짜까지 끝내야 했기에
이해가 안 돼도 2 회독이란 핑계로 다음 단원으로 넘어갔습니다
기출을 5개년, 7개년 채우기에 바빴습니다
어디에도 나에 대한 관심은 없었습니다
내 관심은 온통 시간과 진도처럼 겉으로 드러난 것에 있었습니다
멋있고 예쁘게 공부하기에 바빴습니다
누군가에게 근사하게 자랑할 수 있는 이력들
후기에 쓰면 더할 나위 없이 보기 좋은 것들
그러는 동안
나와 나의 시간은 망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 나이 25입니다
더는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했어요
나를 이해하기 위해
'모른다'라고 쉽게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모르는 것이 생길 때면
무엇을 모르는지 왜 모르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냥 모르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르는 것에도 유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과만이 아닌 과정 전체를 살피려 노력했습니다
어떤 문제의 답이 3번이라면
답이 왜 3번인지뿐만 아니라
내가 왜 1번을 고르게 됐는지
그 과정을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과정을 분석하면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내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나니
더 이상 시간을 의미 없이 보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한 시간을 공부해도 점수가 오르는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멈춰있던 등급이 기다렸다는 듯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위한 진짜 공부가 시작된 것이죠
.................................
강의를 오가며
학생들의 학습 플래너와 공부 인증 사진을 볼 기회가 있었어요
<4월 27일>
몇 시에 일어났다
몇 시에 학원에 갔다
몇 시부터 몇 시까지 강의를 들었다
몇 페이지까지 공부했다
몇 강까지 들었다
이런 내용들이 알록달록 예쁜 색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 부분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이 부분을 다르게 이해했다.'
'나는 이런 실수를 자주 하니 이런 방법으로 보완하겠다.'
와 같이 나를 위한 내용은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의 학습 플래너에는 어떤 내용들이 적혀 있나요?
10시간을 앉아 있는 것도 노력이고
인강 진도를 빼는 것도 노력이며
문제를 많이 푸는 것도 노력입니다
하루하루 플래너를 예쁘게 꾸미는 것도 노력입니다
여러분은 충분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적은 노력만 한다고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내일의 학습 플래너에는
무엇보다 소중한 나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으면 좋겠네요
나를 위한 공부가 될 때
절대 바뀔 것 같지 않았던 내 성적은
때를 기다렸다는 듯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남은 200일은 여러분의 시간으로 채워 보세요
노력이 헛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개찝찝하네 이거 어캄 피부병걸리는거아님?
-
가천대논술 5
나만 어려웠냐..?
-
아니면 이조차도 이룰수없는 꿈인가
-
움짤 투척 4
짱 이쁘당
-
여유부리면서 오랜만에 자습중인 1인 헤헤=)
-
지원없고 돈이 많이필요한상황이면 1000만원어케마련함??하 알바도할게없어돈도많이안주고;
-
우사기ㅣ!!! 11
https://youtu.be/jgYVHsjXrIA?si=qnHPDyALHVWwQF-...
-
님들 나이에는 총의치는 힘드니까 국소의치 쓰세요
-
1명 풀커리 타고 n제 풀려고 하는데 누가 좋을까요? 섞어듣는 건 비추인가요?...
-
재학생입영원 마지막날 16
꿈도 희망도 없으면 7ㅐ추 시발
-
캬
-
아직 이규철t 철물점 듣고 있습니다 근데 규철쌤께서 입대 하시고 이투스에서 선생님...
-
https://orbi.kr/00070129533
-
허수의 실수도전기 12
이번 수능 학원에서 풀어봤는데 그래도 많이 올랐어요… 미적은 아직 개념 나가는...
-
제 동물상은 참고로 11
이 친구입니다. 저도 잘생긴 여우이고 싶었어요
-
뭔가 크게 배우거나 어른스러워진 건 없는 듯. 서비스직이나 멘탈 능력은 좋아짐..
-
전적대 같은 학과 진학사 텔그 둘다 1등 ㄷㄷㄷ
-
유도기전력 질문 7
과외생한테 유도기전력을 증가시키는 방법이 자속의 시간변화율 비례 or '단위길이’당...
-
작년보다 빡세던데
-
동물이나 캐릭터 일수도 있음
-
사람 별로 없어서 쉬울 듯 ㄱㄱ
-
다들 주말만 된다네..
-
https://youtu.be/yIyokCZjTPk?si=khXY6pyJkN-YBRt...
-
기습이원준숭배 1
이원준<<국어강사중goat
-
모래 마녀 4
샌드위치
-
걔추줘 4
아침메뉴도 추천해주고 가
-
대치 러셀 0
김기현쌤 200번대 윤성훈쌤 310번대인데 언제쯤 들어갈 수 있나요..?
-
다 재릅인거 같아..
-
닉변하고싶어요 10
시즈카 이 친구 내성격이랑 안맞아서 못견디겠네
-
슬림
-
학고받으면좋은점 4
새비지해보임
-
나만빼놓고..
-
오늘꿈 4
방에서 티비로 요스가노소라 시청중이었는데 가족 난입
-
성적표도 안 나왔는데 우리가 어떻게 아냐고
-
히히 본가 내려와서 요양중
-
문제가 더러워서 그런가 1-2, 1-3밖에 기억 안 나는데.. 혹시 복기 하시는 분 계신가요?
-
다시 태어날까
-
화작 / 기하 / 영어 / 사문 / 지구1 97 / 80 / 100 / 48 /...
-
보통 교재를 만들때 한컴이나 워드중에 어떤걸 쓰나요? 과외용으로 하나 만드려고...
-
서강대도 갔다왔어여 11
화공 다니는 친구가 서강대 구경시켜줬어여 근데 친구가 다니는 곳만 소개시켜줘서...
-
뀨뀨 15
뀨우
-
이분 왜 폭주하심 11
-
소수과임 지금까지 40명 실제지원 변표뜬다고 1000점 만점 점수가 막 2~3점씩...
-
기상 7
-
ㅇㅈ 12
펑
-
맞팔 하실분 6
잡담태그 잘 달아요
-
보실 분 있을까요? 성적은 11222 나왔어요 물론 씹갓용 칼럼은 당연히 아니고...
좋은 글이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
고3된이후로 제 얘기네요 ㅠ 1월1일부터 하루도안쉬고 매일매일했는데 아직은...진도나가느라 급급해서 머리에 제대로 채워넣지못했어요 3.4등급 진동인데 수능날 올2 이상이목푭니다 남은 199일 스톱워치 10시간씩 저를위한진짜공부하면 충분한시간이겠죠??
그럼요~! 물론이죠. 199일은 충분히 긴 시간입니다. 화이팅!!
계획때 생활뿐아니라 공부에대한 자기반성을 쓰는것도 좋겠군요. 잘읽고갑니다
감사합니다 :)
★★★
'나는 이 부분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이 부분을 다르게 이해했다.'
'나는 이런 실수를 자주 하니 이런 방법으로 보완하겠다.'
★★★
감사합니다 청년사범님~:)
정말 최고로 좋은글 정말 모든분들이 이글 읽으셨으면
감사합니다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제 수강생들에게 보여줘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저도 쓰신 칼럼 잘 보고 있어용~ :)
저도 항상 강조하는 부분
정말 공감하며 잘 읽고 갑니다.
공부는 ‘사고하며 배워나가는 것’인데
이 단순한 것을 깨닫기까지의 시간이 너무나도 오래걸렸네요.
감사합니다~ :) 항상 화이팅입니다~
공부할때 기본태도 위험한 무작정노력 와드
감사합니다..
감사해용 :)
공감되네요 어느순간 제 삶의 모토가 된 말이 있습니다. 열심히 하지말고 잘 하자 .
열심히 하는 게 잘 하는 것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때 공부시간은 오히려 줄었지만 성적은 오르더ㅠ라구옇ㅎ
좋은 글이네여 선생님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진짜로 본문스크린샷해서 핸드폰화면에 저장해놓고 공부하겠습니다
감사해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진짜 좋은 글입니다. 언제나 선생님 칼럼보면서 기출 반복하고 있습니다.
남은시간 공부시간은 최대로 늘리고 생각하면서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군대에서 모은 100만원 ㅜㅜ 고생하셨음
ㅜㅜ..
무작정 열심히만 했던 현역, 재수
그리고 원치 않은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으며...
2학년 마치고 입대...
작년 전역후 본 수능국어 4등급...
올해 25살 수능준비하는 수험생입니다
저와 너무 상황이 똑같아서 그럴까요
마음이 짠하네요
저랑 엄청 비슷하네요ㄷㄷ 힘내세용!!
잘 될 거예요 :)
저의 현역의 실패와 재수의 성공을 가른 생각이 딱 이 글에 나와있는 것 같네요. 정말 좋은 글이에요.
감사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번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글이 제수험생활에 있어 큰 변환점이 될것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국흐 정말 잘 공부하고있어요^__^!
삼수하는데 진짜많이공감가요 근데 또 작년의 그런 바보같고 무식했던 노력이 발판을 됏기에 그 결과 이런 깨달음으로까지 이어진것 같아요 그런노력 없이는 도약도 없을듯..
감사합니다! 좋은글이네요.
아무리해도 국어가 2등급에서 오르지 않아서 고민인데 국어는 흐른다 지금부터 봐도 괜찮을까요?
네 괜찮습니다. 컨텐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교재 페이지의 맛보기 파일에 올려 두었어요~
오 이거군요 보통사람들이 무식하게 노력만 하지말라고 이런뜻인가
고3학생입니다. 선생님께서 앞서 설명하신 잘못된 방향으로 제가 가고 있었군요.. 공부를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뭔가 채워지지 않는 듯한, 뭔가를 잘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계속 들어 최근에 굉장히 힘들었는데 그 이유를 이제서야 찾았네요. 지금 당장이 뭔가를 시작하고 바꾸기에 가장 빠른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늦었다는 후회보다는 5월에라도 이걸 깨닫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이제부터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도움이 되어 다행입니다~!! 끝까지 힘내서 좋은 결과 얻기를 기원합니다!
선생님의 25세 전의 시간들이 이유가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이 드는군요. 선생님의 칼럼을 읽어보고 에 관심이 생긴 학생입니다. 저는 작년 수능 때 화작문을 잘 해놓고 나서 문제를 풀지 않고 생각을 하느라 시간을 다 흘려 보냈습니다. 고민과 긴장과 혼란. 이번에는 잘 준비하려고 합니다. 저도 저에 대해서 철저히 성찰해야겠군요.
감사합니다~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선생님 강의는 어디서 하시나요?
강남역 근처에서 자리를 빌려 하고 있어요~
스물여섯에 잊혀진꿈을 끄집어내어 다시 수능을 준비합니다.
이글을보니 힘이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