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Roman. Q&A <신문은 어떻게 읽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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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쎈유 로만입니다.
Snu Roman.의 상담 시리즈를 안내합니다.
수험생 여러분이 쪽지로 물어보는 사안 혹은 필요할 것 같다고 개인적으로 판단되는 사안 중 공유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정보를 담습니다. (상담자의 신원이 노출될 수 있는 정보는 제외됩니다) 힘겨운 수험공부를 마치고 대학진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내가 아마 10년 전 이 글을 읽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느껴질 만큼 간결하게 담았습니다. 또 취직을 준비하는 대학생, 혹은 여유가 없어 신문을 읽지 못하는 직장인 분들에게도 유의미할 수 있도록 목차를 구성하였습니다.
Reading newspaper is the art of drawing sufficient insight from insufficient facts
Snu Roman. (198x~)
Part 1.
Q. 에쎈유 로만님, 안녕하세요. 이번에 의대에 진학하게 된 학생입니다. 그간 책도 읽지 않고 뉴스를 보지도 않아 교양을 쌓기 위해 신문을 읽고 싶은데요. 평소 Snu Roman.님의 글을 낄낄거리며 봤는데 유독 신문을 많이 보라는 글을 간간이 봐왔습니다. 어떻게 읽어야 좋을까요? 조언을 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A.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 끄적입니다.
물어보신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마다 다를테니 무한대겠죠. 이건 마치 '성적올리는 공부법'과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신문을 어떻게 읽는지 보고 그것을 자신의 능력과 상황에 맞게 적용시켜보면 자신만의 독법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을 꽤나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이 글은 '가이드북'은 아니되 요긴한 '참고'는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은, 신문을 왜 읽습니까?
결국, 신문을 읽는 이유는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알기 위해서입니다. 사회 성원은 개별 구성원으로부터 집단 사회에 이르기까지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어하는 욕구를 저마다 갖고 있습니다. 이 욕구를 취합해 대신 취재해 중요하다 생각하는 기준대로 거르고 걸러 정제된 종이가 바로 우리가 짜장면 먹을 때 받침으로 쓰는 신문입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사회현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정립하기 위함입니다. 단순히 정보만 얻고 마는 것은, 마치 주식 투자를 위해 수많은 애널리스트 리포트들을 읽고 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읽으면 분석을 해서 주가변동을 예측하고 투자를 해야 하듯이 신문 역시 현안에 대한 견해를 정립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사람의 스마트함을 기본적으로 세 가지 범주로 구분합니다. 첫 번째가 Book Smart인데 이건 말 그대로 엉덩이 붙이고 열심히 공부해 성과를 낸 인재입니다. 판사, 외교관, 고위공무원 등이 이에 해당할 겁니다. 두 번째는 Social Smart인데 상대의 얘기를 잘 듣고 그것을 잘 정리해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설령 아는 것 하나 없어도 수려한 말빨로 풀어내는 사람들이 해당되는데 경영 컨설턴트, 아나운서, 고위 세일즈맨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마지막으로 News Smart입니다. 겉에서 보기에 정말 만능박사같아 보이며 어떤 사회 현안이라도 이 사람에게 물어보면 쉽게 잘 설명해줄 것 같은 선배 혹은 친구가 여러분 곁에 한 명쯤 있을 겁니다. 이 사람들은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는 욕심이 있는 사람들로 주로 책을 많이 읽거나 글을 많이 쓰며 자신의 견해를 끊임없이 정리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신문을 읽으며 이 경우가 제가 보기엔 가장 Smart해 보입니다.
요즘은 상태가 좀 안 좋지만 한 때 글빨과 말빨을 자랑했던 2011년 이전의 진중권과 jtbc를 이끌고 있는 손석희, 희화화되고 카리스마가 없지만 컨텐츠 하나는 조리있게 잘 말하는 강용석 등이 이 부류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 세 가지 Smart 구분은 상호 보완하지만 결코 겹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공부를 잘해 어떤 시험도 잘 풀어내는 사람이 정작 말할 때는 어눌하고 뭔가 좀 빠져보인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Social Smart) 또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깡통인 경우(News Smart)도 꽤 있죠. 가령 검찰이 사법부에 속해있는지, 수장의 직급이무엇인지, 법원과 어떤 직무관계를 갖는지 기본지식조차 모른다면 백날 공부해봐야 유리천정 이상을 올라갈 수 없을 겁니다.
(서론이 길었지만 제가 상기(上記) 구분한 Book Smart, Social Smart, News Smart는 자주 인용할 경우가 많으니 알아두세요.)
신문을 펼치면, 읽는 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스포츠 면이나 연예면을 주로 보기 마련입니다. 그러지 말고, 이렇게 해보세요. 우선 모든 신문의 제목부터 Skimming(훑기)합니다. 보다 보면, 분명 관심가는 제목이 있을 겁니다. 가령 재미없는 정치 경제 기사라도 ' 정부, "게임은 마약, 술과 동급" 제재 방침 밝혀 '라는 기사라든가 ' 앞으로 아동음란물 다운만 받아도 처벌 ' 따위의 기사는 보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기사를 보다 보면 분명 그 주제에 관한 사설이나 칼럼을 신문 뒷면에 하나 이상 실려있을 겁니다. 기사는 '객관'이지만 사설, 칼럼은 '주관'을 지향하기 때문에 기사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한 번 생각해보고 사설, 칼럼을 통해 그것을 점검/보완하는 일이 꽤 유용합니다. 그렇게 얻은 사설과 칼럼에서의 필진의 논거를 대학토론이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많이 활용하고는 했습니다.
또 저의 경우, 신문만 읽지 않습니다. 주간지, 월간지까지 가능한 모든 매체를 다 활용합니다. 그러나 시중에 나온 모든 신문과 주,월간지를 읽을 수는 없습니다. 아무 일도 안 하고 그것만 읽어도 읽기 불가능합니다. 앙드레김이 매일 십몇종의 일간지를 읽었다고 하는데 그것은 필요한 것만 골라 읽는 발췌독 혹은 통독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입니다.
여기서 결국 신문을 어떠한 기준을 갖고 고르느냐가 중요한데 제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바로 '메시지의 명확성'입니다. 즉, 어떤 메시지이든 간에 그것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내느냐를 저는 기준으로 잡습니다. 이제껏 제 나름대로 거의 모든 일간지와 주간지를 몇 번 이상 정독해본 결과 일간지의 경우 보수, 주간지의 경우 진보 쪽이 보다 논리적 전개가 우수했고 콘텐츠도 다양했습니다. (특정 매체의 이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간지의 경우 보수 신문 2개를 구독하고 주간지의 경우 중도 하나, 진보 2개를 구독하고 있습니다. 월간지는 각각 제가 가장 읽을만하다고 생각하는 보수 월간지 하나, 진보 월간지 하나, 경제지 하나 구독하고 있습니다.
왜 굳이 언론을 진보, 보수로 가르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는데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부터 이미 언론은
그들의 business를 위해서라도 노선을 보다 분명히 하기 시작했습니다. 밋밋한 중도는 시장에서 돈이 안 돼 많이들 퇴출됐습니다. 모두가 균형을 외치지만 결국 많은 사람들의 입장은 4대강을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것이지 '이런 점만 보완하면 좋다' 가 아닙니다. 중도지를 표방하던 경향이 지금은 명실상부 진보 쪽으로 인식되는 신문이 된 것도 그런 흐름과 궤를 같이 합니다. (다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압도적 인기를 누림과 동시에 친문세력이 날뛰면서 거의 모든 언론이 애매한 position이 되었습니다.)
제가 일간지를 보수, 주간지를 진보 계열로 몰아서 보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우리는 사안에 대한 쟁점을 파악하고 그 쟁점에 대한 자신의 논리적 시각을 정립하기 위해 강한 자극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4대강 논쟁에 대해 알고 싶다면 4대강에 중립적인 칼럼 2편을 보는 것보다 반대 칼럼 하나, 찬성 칼럼 하나를 보는 것이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데 훨씬 효과적입니다.
둘째, 일간지는 보수 쪽이 콘텐츠가 더 좋다는 개인적인 판단 때문입니다. 사진이 많고 다양한 기획이 많고 문화, 스포츠 면도 우수하며 인터뷰이 섭외에 있어서도 보수 신문 쪽의 콘텐츠가 저는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결국 사안을 보는 시각을 보수 일간지를 통해 기르고, reporting되는 사실도 보수 일간지를 통해 얻습니다.
이 때, 진보 계열의 주간지는 그 주의 핵심 사안을 다시 한 번 심층적으로 되짚으면서 위 일간지에서 얻지 못했던 insight를 제공합니다. 가령,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 간 것에 호의적 기사만 실린 보수 일간지를 보다, 그 외교의 엉성함과 결함을 싱가폴-말레이시아 영토 분쟁의 예를 들어가며 되짚은 진보 주간지를 보면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 번 rewind시키고 정립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진보계열의 주간지는 탐사보도, 필력 등이 매우 좋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정도의 독력만으로도 굳이 스터디 없이 세상의 흐름을 잡아나가는데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월간지도 그렇고, 쓰고 싶은 말은 더 있지만, 이런 글은 너무 길어지면 또 재미가 없기 때문에
이쯤에서 접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컨대 신문 하나를 빨리 읽는 방법은, 먼저 제목과 리드기사를 읽고 그것만으로도 그 기사의 value를 판단하는 눈을 길러 skip을 하는 겁니다. 이러한 눈은 많이 읽다 보면 자연스레 체득되는 경험칙과 같은 것이어서 크게 걱정을 안 하셔도 됩니다. 중요한 건, 처음 읽을 때부터 띄엄띄엄 읽지 말라는 겁니다.
읽다 보면, 같은 신문 내에서도 나름대로 중요한 기사 - 덜 중요한 기사를 고르는 눈이 생기게 되고 일간지의 경우 보수 신문이라도 같은 진영 논리가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상의 참관자가 되어 그 둘의 싸움을 즐기시는 것도 재미있게 신문을 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학생이 무엇을 전공하든, 신문읽기는 반드시 필요한 습관이며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가능성이 있는 인재라고 저는 봅니다.
긴 글 읽어주어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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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roman님 글은 좋아요에 비해 퀄리티가 굉장하네요. 정주행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