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인문제재 분석글
게시글 주소: https://w.orbi.kr/0003020861
2012 인문 제재 분석글.pdf
제가 올린 글을 보고 어느 학생이 쪽지로 질문을 했습니다.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답이 길어져 여기에 따로 게시글을 올립니다..
작년(2012) 인문 지문을 펼쳐 놓고 제글을 읽으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 글도 분량도 좀 되니 프린트해서 보세요..
우선 학생의 질문입니다..
지문을 읽을 때 한 단락이 끝나면 ‘아 이런 내용 언급했고 이러이러한 내용을 설명하겠구나!’ 하고 예측하고 또 읽고 하고 이런 요약 작업을 하고 넘어가는데요.. 지문을 다 읽고 나서도 ‘이 글은 이러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이러이러한 방법으로 설명했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가는데 그 다음 문제를 풀고 지문을 정확히 독해했나 확인 작업을 하기 위해 다시 지문의 내용을 구조도를 그려서(지문을 보지 않고) 확인 하는 작업을 기출을 통해 연습하고 있는데요. 뭔가 그 작업을 하다보면 2문단의 내용을 아예 언급해버리지 않거나 어떤 때는 내용이 뜬구름 잡는 듯한 느낌밖에 들지 않고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애매한 것들이 있네요... 또 철학지문 같은 경우는 이해자체에 시간이 많이 걸려서 지문 읽는데 시간을 많이 허비하는 편인데 철학 제재의 글들은 따로 독해의 방향이나 초점을 맞춰 줘야할 방향 같은 게 있을까요? 또 내용 일치 불일치 문제를 풀다보면 “이 내용이 언급 된적이 있나?” 이런식으로 애매하거나 곧바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지문으로 다시 돌아가 찾는 게 맞는 방법일까요...? |
답글입니다..
구조를 분석하는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지요.
지금 하시는 방법대로 하시면 되는데 조금 걸리는 것이
지문을 보지 않고 구조도를 그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의 학습 목표는 독해력 향상이지
그 지문 자체를 완벽히 이해하고 배우는 것은 아니잖아요.
기출 지문은 독해력 향상을 위한 좋은 소재라고 생각을 해야지요..
지문을 보아가며 구조도를 그리는 연습을 하다보면
손으로 그려야 할 것이 머릿속으로 그려집니다.
즉 구조적인 독해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지문에 밑줄, 동그라미, 네모, 연결선, 화살표 등을 한다는 것은
머릿속에 그려지는 구조에 대한 표시라고 생각하면 되지요..
즉, 종이에 별도로 그려야 할 구조를 머릿속으로 그리고
그 표시를 지문에다 직접 한다는 것입니다..
이 단계까지 발전하기 위해 꾸준히 보고, 읽고
손으로 그려 보고 써 보는 것입니다..
자신이 직접 쓰는 글도 개요를 짠다든지
나름대로 간략화 시켜보고(콘티를 짜보고)
하물며 남이 쓴 글을 읽는 학생인데
어찌 개요나 구조를 생각지 않고 독해를 하겠습니까?
학생이 철학 지문을 어려워하는데 충분이 공감합니다..
누구나 어려워하는 제재(분야)가 있게 마련입니다..
저는 예술 제재 중 음악적인 글을 가장 어려워합니다..
철학 지문이라 해서 특별한 독해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철학 제재는 다른 재재보다 구조가 더 선명하며
독해가 쉽다고 봅니다.
단어 하나하나에 얽매이지 말고 문장을 큼직큼직하게 읽어나가세요.
철학은 대게 한 사람의 생각을 다루기 때문에 잡다한 부분이 많습니다.
즉, 곁가지가 많다는 말인데 그것들은 독해를 진행 하면서
그냥 그랬구나하고 지나가도 무방한 것들입니다..
작년(2012) 인문 제재에 대한 분석으로 나머지 답변들 대신하겠습니다..
1) 비트겐슈타인이 19I8년에 쓴 ‘논리 철학 논고’는 ‘빈학파’의 논리실증주의를 비롯하여 20세기 현대 철학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는 많은 철학적 논란들이 언어를 애매하게 사용하여 발생한다고 보았기 때문에 언어를 분석하고 비판하여 명료화하는 것을 철학의 과제로 삼았다. |
다른 것은 다 버리고 원인과 결과로 간단히 정리해 볼까요?
결과는 무슨 문제 상황이거나 대립되는 상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 글에서 결과는 무엇일까요? 바로 ‘철학적 논란’입니다.
그럼 원인은 무엇일까요? ‘언어를 애매하게 사용했다’입니다.
해결책은 원인을 제거하거나 고치면 되겠지요?
해결책은 ‘명료화’입니다. ☞ 이글 끝까지 붙들고 가야 할 단어입니다.
첫문단을 읽고 바로 이렇게 단순화 시키면 나머지 내용은 그냥 따라 나오게 됩니다..
2) 그는 이 책에서 언어가 세계에 대한 그림이라는 ‘그림 이론’을 주장한다. 이 이론을 세우는 데 그에게 영감을 주었던 것은, 교통사고를 다루는 재판에서 장난감 자동차와 인형 등을 이용한 ㉠모형을 통해 ㉡사건을 설명했다는 기사였다. 그런데 모형을 가지고 사건을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모형이 실제의 자동차와 사람 등에 대응하기 때문이다. 그는 언어도 이와 같다고 보았다. 언어가 의미를 갖는 것은 언어가 세계와 대응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언어가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는 명제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계는 사태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명제들과 사태들은 각각 서로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언어와 세계의 논리적 구조는 동일하며, 언어는 세계를 그림처럼 기술함으로써 의미를 가진다. |
2) 문단에서는 ‘그림 이론’이라는 생소한 개념이 등장하는데 왜 등장할까요?
추측하며 읽기가 되어야 하는데,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앞 단락에서 말하지 않은 새로운(대조되는) 개념을 말하려 하거나
바로 앞 단락의 핵심이었던 ‘명료화’를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무슨 말이(개념) 가장 많이 나오나요?
바로 ‘대응’입니다.
무엇과 무엇이 대응하지요?
‘모형’과 ‘사건’이죠?
이제 편 가르기 해봅시다.
‘모형’ 편에 드는 것들은? ☞ 언어, 명제
‘사건’ 편에 드는 것은? ☞ 세계, 사태
(바로 세 번째 문제의 해결 실마리가 보일 것입니다.)
앞 단락의 핵심이었던 ‘명료화’와 2단락의 ‘대응’은 어떤 사이일까요?
앞 단락의 내용에 ‘대조’일까요? ‘상세화’일까요?
바보 아니면 알겠지요?
무엇과 무엇을 ‘대응’시키면 알기가 쉬워지겠지요?
즉 첫 단락에서 말한 ‘명료화’의 한 방법(부분)입니다.
위와 같이 핵심을 잡았고, 편 가르기 끝났으면
이 단락의 제일 마지막 문장이 이해되어야 하겠지요?
이처럼 언어와 세계의 논리적 구조는 동일하며, 언어는 세계를 그림처럼 기술함으로써 의미를 가진다. |
2단락의 마지막 문장인데 참 친절하지요?
‘이처럼’이러고 표시까지 달아놓으며, 2단락을 정리해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마지막 문장의 ‘동일’은 2문단의 핵심어인 ‘대응’으로 바꿔도 무방하죠?
또한 ‘그림처럼 기술함으로써’도 ‘그림과 대응시키므로써’로 바꿔도 무방하지요?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다른 지문 독해에도 널리 적용됨)
그래서 세 번째 문재의 <보기>에도 A:B란 표현을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부호는 바로 ‘대응’이죠?
3) ‘그림 이론’에서 명제에 대응하는 ‘사태’는 ‘사실’이 아니라 사실이 될 수 있는 논리적 가능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언어를 구성하는 명제들은 사실적 그림이 아니라 논리적 그림이다. 사태가 실제로 일어나서 사실이 되면 그것을 기술하는 명제는 참이 되지만, 사태가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 명제는 거짓이 된다. 어떤 명제가 ‘의미 있는 명제’가 되기 위해서는 그 명제가 실재하는 대상이나 사태에 대해 언급해야 하며, 그것에 대해서는 참, 거짓을 따질 수 있다. 만약 어떤 명제가 실재하지 않는 대상이나 사태가 아닌 것에 대해 언급하면 그것은 ‘의미 없는 명제’가 되며, 그것에 대해 참, 거짓을 따질 수 없다. 따라서 경험적 세계에 대해 언급하는 명제만이 의미 있는 것이 된다. |
앞 단락보다는 조금 어렵지요?
통상 인문, 사회 제재에서는 결론의 바로 앞 한두 단락이 어렵습니다..
비문 독해가 잘 안 되는 학생들은 맨붕 사태를 가져오게 하는 단락이지요.
지금까지 핵심을 다시 짚어보면
‘철학적 표현은 명료화시키면 좋은데 그 명료화의 방법이 대응이란다.’
3단락을 보았습니까?
어떤 단어(개념)가 가장 많이 보이죠?
☞ 바로 ‘명제’와 ‘사태’입니다..
그럼 명제와 사태를 가지고 또 편 가르기를 해봅시다.
명제 편은? ☞ 논리적 그림 ( ≠사실적 그림)
사태 편은? ☞ 사실이 될 수 있는 논리적 가능성
여기서 세 번째 문제의 확실한 답을 정할 수 있겠지요?
(<보기>에서 ㄱ,ㄴ이 들어있는 선지가 답인데, 선지 ①, ④가 ㄱ,ㄴ을 포함합니다.
선지 ④에서 ㄷ이 포한 되어야 하나 제외해야 하는 가 조금 고민이었을 텐데
지금 편 가르기에서 ㄷ은 포함 되지 않음을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답이 ①입니다.)
‘명제’의 편을 좀 더 갈라봅시다.
‘의미 있는 명제’ - 실재하는 대상이나 사태, 참, 거짓을 따질 수 있음
‘의미 없는 명제’ - 위와 반대
단락의 핵심을 다시 한 번 정리하라고
필자는 마지막 문장에 표시까지 하면서 친절히 써놓았습니다..
‘따라서 경험적 세계에 대해 언급하는 명제만이 의미 있는 것이 된다.’ |
여기서 앞 단락에서부터 가져오던 핵심과 연관지어 봅시다.
‘명료화’기억 납니까? 그렇다면 ‘경험적 세계는 명료한 것’입니까?
그럼 두 번째 문제의 정확한 답이 보이겠죠?
문제에서 ‘의미 없는 명제’는 곧 ‘명료하지 않은 명제’입니다.
어느 누구에게나 ‘명료’하지 않은 명제 ⑤가 답입니다..
눈치 빠른 학생들은 여기까지 독해되면 네 번째 문제도 거저 풀립니다.
(아니, 대부분 풀릴 것입니다.)
4) 이러한 관점에서 비트겐슈타인은 기존의 철학자들이 다루었던 신, 영혼, 형이상학적 주체, 윤리적 가치 등과 관련된 논의가 의미 없는 말들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그 말들이 가리키는 대상이 세계 속에 존재하지 않는, 즉 경험 가능하지 않은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형이상학적 문제와 관련된 명제나 질문들은 의미가 없는 말들이다. 그러한 문제는 우리의 삶을 통해 끊임없이 드러나는 신비한 것들이지만 이에 대해 말로 답변하거나 설명할 수는 없다. 그래서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앞의 3단락을 정확히 이해했다면 4단락은 거저 얻는,
단숨에 읽혀지는 단락입니다.(시간도 벌겠지요?)
그래도 한번 정리 해봅시다.
마지막 단락에서 반복 되는(눈에 띄는) 말들이 좀 있습니다.
‘의미 없는 말’, 과 ‘말로 답변하거나 설명할 수는 없다’입니다.
이 두 말은 같은 말이며,
무엇이 ‘의미 없는’의 주체인지만 알면 되겠지요?
그런데 ‘의미 없는’의 주체는
이미 첫 단락에서 개념을 딱 잡아 놓았습니다.
바로 ‘명료하지 않은 것들’이 될 것입니다..
명료하지 않은 것들 = 신, 영혼, 형이상학적 주체, 윤리적 가치
= 형이상학적 = 말할 수 없는 것
그럼 최종 마무리로 비트겐슈타인의 생각을 정리해볼까요?
‘철학(철학자)는 명료한 것만 말해야 한다.’
우리가 비분 독해나 분석에서 첫 단락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바로 위의 글에 해당되는 말입니다.
첫 단락에서 말한 ‘명료화’란 키워드가 글 전체를 꿰뚫고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려 했으나 막상 자판을 두드리다 보면 말이 길어졌습니다.
조금이라도 쉽게, 본질을 파악하라는 저의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의 해설 방법이 만능도 아니며, 절대적이지도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의 것을 취사선택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자신의 것을 완전히 체득할 때까지 꾸준히 밀고 나가라는 것입니다..
무협지 이야기 한 번 더 할게요.
무당파 최고수와 아미파 최고수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그야 싸워 봐야 알겠지만,
중요한 것은 각기 다른 수련의 과정을 밟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둘은 최고수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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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ㄷㄷ 역시 대응이 중요한듯 하네요, 근데 막상 혼자하면 뭐가 뭔지 모르니깐 ㅠㅠ
핵심개념과 구조를 보려는 생각과 노력을 꾸준히 하세요..
희안한게 보고자 하는 생각과 노력이 있으면 보인다는 것입니다..
다른 지문도 이렇게 명쾌하게 적용되나요? 저도 님 말씀듣고 이 지문에 해봤는데 전혀 이런걸 캐치하지 못했군요 ㅠㅠ
어느 정도의 명쾌함을 말씀하는 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기출 지문은 깔끔하게 분석 됩니다..
그래서 기출 비문 분석을 철저히 하라는 말이 생기죠..
되든 안 되든 나름 자신 있는 지문을 선택하여 최대한 자신의 힘으로 분석, 구조화 시켜 보세요..
시간과 노력이 축적 되어야 보는 눈도 생깁니다.
바로 아래 ' 2012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22번 질문합니다' 에 대한 저의 답글도 참고 해보세요..
평소에도 이렇게 하는데 확실히 도움되는 방법이에요 ㅎㅎ
만년 4등급에서 1등급으로 가게 만든 저 방법들.. 대응 부분에서 특히나 공감이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