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앉고 싶은 문과생들에게 보내는 편지
게시글 주소: https://w.orbi.kr/00032523288
"timing beats speed, precision beats power"
"타이밍은 스피드를 압도하고 정확도는 힘을 제압한다"
당시 도전자 코너 맥그리거가 UFC 타이틀 전에서 당시 챔피언 조제알도를 이기고 한 말이다.
아름다운 말이다.
스피드와 힘은 타고나는 것인데 알도처럼 핸드스피드와 무지막지한 힘 없이도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저 말은 코너에게만 쉬운 말이다. 코너처럼 페더급 전체에서 가장 긴 리치를 갖고 있고
전형적인 카운터형 복서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저 말은 권아솔 같은 국내 파이터에겐 해당사항이 없다.
난 살면서 많은 것을 이뤘던 것 같다. 보잘 것 없지만 대학 시절,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인정하기 싫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도 많았다. 그런 건 감췄다. 드러내봐야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마음아파하는 이들이 몇이나 될 것 같은가. 대부분은 동정, 안쓰러움이다. 1등이 10000등을 위로해주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말도 하지 않는 것이다. "10000등이 뭐 어때. 다 잘 될 거야"는 솔직히 말해 기만이다. 저런 위로는 날 더 괴롭게 했다.
아픔을 드러내는 게 유행인 적이 있었다. 아파요. 같이 울어주세요.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할 것 같아요. 수능 점수가 안 나왔어요. 그럴 때마다, 어른들은 위로의 말을 건넨다. 한 번 더 일어서면 된단다. 아무도 너를 비웃지 않을 거란다. 그 누구도 지금의 결과로 너를 무시하지 않을 거란다. 학벌따위 아무것도 아니란다.
내가 10여년 전 수능을 망치고 하루하루를 숨만 쉬며 살아갈 때, 내게 위로를 건넸던 많은 어른, 문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저런 말 하는 사람들은 죄다 고학력, 고스펙으로 이미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었다. 청춘은 아파도 된다던 그 분은 서울대 교수였고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던 승려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미국인이다.
오히려 학벌이 중요하다고 역설한 이는 학벌의 벽을 극복했던 자들이다. 전문대를 졸업한 배달의민족 CEO가 명문대에 관해 어떻게 평가했는지 들어보라. 아픈 게 씻겨버리고 싶은 쓰레기같은 기억으로 남을지 청춘으로 추억될 수 있는지는 현재의 자기 처지에 달려 있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활약하며 바쁘게 살던 이에게 휴식은 꽤 많은 것을 주지만 원래 멈춰있던 자가 또 멈춰봐야 무엇이 보이겠는가.
독일에서 공부할 때, 역시나 되는 일이 없었다. 익숙지 않은 외국어로 의사표현하기도 바쁜데 현지인끼리의 날선 디베이트에 외국인인 내가 쉽게 끼어들기 어려웠고 학부시절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던 내가 교수의 질문을 받을까 떨었다. 이 친구들이 알게 모르게 나를 무시하는 것 아닌가 하는 무서운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다 정말 우연히도 시인 나르테스크의 구절을 봤다.
"고생했으니 이제 쉬어라. 모두가 너를 비웃을 것이다."
이 말은 나의 많은 걸 바꿨다.
저마다 힘든 사정이 있는 이들에게 많은 위로가, 또 그보다 많은 질타와 동정이 있었을 것이다. 이것만 기억하자. 고생했으니 주저앉아도 된다(세련된 문체로 쉬어도 된다)는 말은 모두가 너를 비웃을 수도 있다는 말이 생략됐다.
알아두자. 쉬어도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언가를 탓해도 된다.
그것 때문이니.
다만, 모두가 너를 비웃을 것이다.
그게 싫다면 무얼 해야 할지 역시 당신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 하면 되는 것이다.
0 XDK (+50)
-
50
-
부질없는 아픔과 이별할수 있도록
-
엔제 투표가 훨 많넹
-
기출 김기현쌤이랑♥️♥️♥️햇고 어삼쉬사풀려햇는데 생각보다너무 쉬워서 걍다풀어버림...
-
우리집 개 보고가세요 14
귀엽죠 ㅎㅎ
-
정말 잘하는 사람이 많이 들어와서 그런걸까요?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았는데 정말...
-
실모 88의 벽 넘었다 드디어 84~88 진동 -> 88이 더 많은 84~88진동...
-
실모하고 오답하면 피곤할거 같아서 고민임..
-
외않풂
-
알바 해서 모을 수 있나.. 아 공부해야하는데 병원마다 다르다곤 하는데
-
국어꾼도 오면 좋겠네
-
어떻게 이런 지문 10개를 70분만에 풀라는 거지? 브레턴우즈, 에이어, 오버슈팅,...
-
일단 1점 중반대 내신을 메디컬 간다고 버린거부터가 말이 안됐다 제발 다시 돌아가서...
-
어느정도 나올까요? 서울대 재학중이고 작수는 언미영생지 96 98 2 99 90 이었습니다
-
나이는 20대중반이고 고졸인데 꿈이 생겨서 수능공부를 하려했는데 집안이 어려워서...
-
기코같은 유형문제집 vs 회차별 문제집(빨더텅) 머가 나을까오 미적 선택 수학 4등급임…
-
기출에서 롤스가 1. ‘절대빈곤 해결을 위한 원조는 보편적 의무로 간주해야한다’...
-
화작 기준
-
공군질문 5
공군가려면 운전면허 1종 한능검 토플 봉사시간 이거말고 더 해야 되는 것들 뭐가...
-
코리안 ㅅㅅ머신 4
외국인타자 goat 테임즈가 인정한 모델급 외모의 ㅅㅅ머신 황재균 선수
-
세지 0
거의 노베인데 2,3 목표면 뭘 해야 효율적일까요 지금 이알기 하고 있는데 이후에...
-
마지막 엔제 0
이해원ㄷ빅포텐 1등급 턱걸이 성적 어떤 시즌이 좋은지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제2외국어 공부하시나요? 한다면 주에 얼마나 하시나요? 자꾸 우선순위에 밀려서...
-
군가산점 관련 0
어... 다들 살짝 오해하는게 있는것같은데 10살때 사고로 손목을 잃은 정강용씨가...
-
241122 < 국어적 능력 뛰어나고 추론 잘하는, 법조인 가면 성공할 거 같은...
-
오늘 국어모의고사 잘 보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맛있는 양식 먹게 해주셔서...
-
국어 노베인데 1등급이 목표입니다.조언 부탁드립니다 1
노베인데 1등급이 목표입니다 최소 2등급이 목푠데 시작은 나비효과로 끊고 인강을...
-
너무비싸 진짜너무비싸
-
사람임?
-
아수라 총정리과제랑 수특 2일치 정도 밀렸는데 하루에 +@해서 밀린것들 하면 될까요?
-
원래 불안하면 8
심장뛰고 떨리고 속안좋고 그러나요 얼마전부터 계속 그러는데 불안한 건지 무서운 건진 잘 모르겠지만뇨
-
왜그런진 모르겠는데 수1은 개념하고나서 뉴분감 하면 그래도 풀리긴 했거든요 근데...
-
열심히 공부하고 2
토요일에 kfc 먹고싶다 아니다 내일 감동할만큼 공부하면 ㄹㅇkfc각이다 진짜
-
윤성훈 적중예감 파이널 모의고사 해설지 있는 분?? 0
6회차 15번 문제 해설 좀 볼 수 있을까요.. 문제 오류인 것 같아서요..
-
얼굴은 당연히 존잘인거 논외로 하고 20후반, 30대 누님들은 포마드나 슬릭백...
-
오늘 벽느낌 12
현장에서 서바푸는데 옆자리 여자애가 내 1.3~1.5배속도로 딱딱 쳐내더니 100점...
-
천만덕 가쥬아
-
실수가 학습이 안됨 실수로 틀린거 틀렸다고 존나세게 그으면 정신에 충격와서 다음에...
-
확실히 미적을 1틀정도로 실력 올리니까 점수가 안정적임 5
미적열심히한보람이있다이말이야~~~~
-
패딩 뭐사징 9
7년째 입어서 바꿔야되는데
-
슬슬 하루 하루 지나갈때마다 수능에서 포텐터질거다 잘볼거다 하면된다 라는 마인드와...
-
성캐언변말안된다 0
저도저렇게말잘하는사람이고싶어요
-
아수라의 강의 구성은 일단 첫 2강은 9평 분석 강의고, 나머지는 6평 분석 and...
-
유대종갤러리였나 와서 치킨뿌림
-
대신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탈모와 노화를 획득함 어라? 손해만 봤네?
-
걍 일안하네 ㅋㅋㅋㅋㅋ
-
이거 틀린거 맞나요? 그리고 삶의주체아닌 생명체와 비교하면 우월한거 맞나요?
-
오르비언들 건강을 위해서라도 무슨글 올라올지 궁금해서 잠을 잘수가 없어!
-
현내신 4.83 이번 중간도 ㅈ박은거같은데 다음기말부터 살리면 가망있나요 모고성적은...
-
잊고 있었다 2
10월이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것을…. 작년 생각나네 올해는 이라믄 안되는데
아솔이 은퇴했던데
이과한텐 편지 안보내주나요 ㅡ.ㅡ
ㅇㅈ
이과는 이메일로 갑니다 아 ㅋㅋ
3줄 요약 좀 해주실 분
???:문과 애들아 참고해
???:ㅋㅋ아 걍 참고 하라고 새꺄
이거네 ㅋㅋㅋㅋㅋ
진짜 좋은글이네요 ㅠㅠ 스크랩하고 볼게요
Send me Location
send me your location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문과 만등이면 서성한인데
예상댓글) 찐, 삼수통
문과가 세상을 바꾼다
재인이가 바꾸고있긴한데...
문과는 유튜브다..
이과도 똑같고 이과에서 공부 ㅈㄴ 잘해도 똑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