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kkia [332350] · MS 2010 · 쪽지

2021-03-02 00:51:49
조회수 17,199

10수하고 배운 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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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수를 하면서 스스로 성찰하거나 깨달은거라기보단 어쩔수없이 배운게 하나 있는데


19살에는 내 인생의 목표가 '명문대 가는 것'을 넘어, '내 친구들 그리고 모교에 내가 명문대 갔다는걸 보여주는 것'일정도로 미쳐있었고

22살쯤부터는 명문대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하나 갖춰 이 사회에 상위층이 되고 싶었고

24살쯤 접어들면서부터 '상위층'이라는 생각 보다는 점차 이 사회에 '생존' 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될 타이틀이라고 생각 되었다.


이때쯤되니 내가 성공했다는, 위대한 업적을 이뤘다는 소식을 알려줄 사람 조차 거의 없어졌고

그러다보니 마냥 슬픈 것 만이 아니라, 어쩌면 남들의 눈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25살 입대를 하였고 그때부터 꾸준히 학벌이라는게 내 생존에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가시질 않았는데

28살까지도 내가 수능을 접을 수 없었던 이유는 너무나도 오래 혼자였던 탓일까 어떤 집단에 소속감을 가지고 싶었다.


아무래도 그때가 학벌에 대해 가장 부질없다는 생각을 가진 채 공부한 것이 아닐까


29살이 된 작년부터는 그때그때 버는 돈, 내 능력과 상관없이 시간을 녹여 번 돈 말고 내 능력을 통해 돈을 벌고싶었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학벌과 돈벌이는 큰 상관이 없다는 확신을 하게되었다.


보통 30살쯤 되면 학벌과 능력을 100% 동일시하지는 않게되는데

그토록 오랫동안 학벌에 목말라있던 나까지 이러는거보면 학벌이란 20살의 뜨거운 로망, 꿈같은게 아닐까? 생각까지도 든다.




N수를 하면서 배운 한가지는 학벌이라는게 사람마다, 심지어 한 사람의 시기마다 그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노력을 했고, 그에따라 성과를 거뒀다면 멋진 일이고

반대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단지 아쉬울 수 있을 정도의 일이다.


그런데 여기에 의미부여를 하면 할수록 멋과 여유를 잃게된다.


내 인생의 기준이 오직 하나라면 그것을 뺸 내 인생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지않나?


고작 학벌로, 셀수없을만큼 다양한 기준중 하나일뿐인 이 학벌이라는걸로 상대를 무시하는 것만큼 내 스스로를 무시하는 행위가 있을까?


수없이 다양한 가치 중 가진게 학벌뿐?




20살의 내가 이 글을 봤더라면 "아... 이새끼 핑계 존나 길게 대네 인생 ㅈ망한 새끼"라고 비아냥거렸을 테지만

그 시절의 내가 결과보단 과정에 집중하고, 조금 느슨하게 힘 좀 빼고, 하루하루 얕은 만족감이라도 느끼며 살았더라면

아직은 어린 내가 좀 더 여유있고 멋진 어른이 되어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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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spector Javert · 1005325 · 21/03/02 00:52 · MS 2020

    수고 많으셨습니다

  • ✨얼라이브✨ · 902128 · 21/03/02 00:55 · MS 2019

  • 논리싫증주의자 · 1048230 · 21/03/02 00:59 · MS 2021

    어느새 제가 님 처음봤을때 나이가 되어있네요 저는 아직도 수능에 미련을 못 버렸습니다만은 마키아님은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수능 좀 못 봐도 좀 늦어져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작년부터 했어요

  • Makkkia · 332350 · 21/03/02 10:13 · MS 2010

    논리실증주의자는 예측이 맞을 경우에, 포퍼는 예측이 틀리지 않는 한, 논리싫증주의자님 감사합니다.

  • 구주연마의서 · 665005 · 21/03/02 02:12 · MS 2016

    "그 시절의 내가 결과보단 과정에 집중하고, 조금 느슨하게 힘 좀 빼고, 하루하루 얕은 만족감이라도 느끼며 살았더라면... " 이렇게 살려고 노력중입니다 ㅎㅎ

  • Makkkia · 332350 · 21/03/02 10:15 · MS 2010 (수정됨)

    깊은 만족감 느끼기위해 구주님과 맛난거 먹으러 가고싶네요

  • 구주연마의서 · 665005 · 21/03/02 11:05 · MS 2016

    주식떡상 존버..

  • 과탐8과목하는중 · 946051 · 21/03/02 02:12 · MS 2020

  • sexymath · 965753 · 21/03/02 05:39 · MS 2020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글 감사합니다..

  • Festiva · 864732 · 21/03/02 07:20 · MS 2018 (수정됨)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도 님 나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꿈이 교사이기도 하고 시비털리면 한없이 물어뜯기는 학력이라 아직도 학벌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수능이 아니라 다른 판에서 도전하고 있네요.
    열심히 살진 못했지만 자격증 약 4개 정도(역사 관련 2개 인문학 1개 고대 최저만 맞춰놓은 공인영어성적1개) 있는데 이게 항상 지방대의 만용으로 보일까 두렵기도 하네요. 물론 그렇게 대단한 자격증도 아니지만요....
    결과에 상관없이 철없는 저보다 마키아님은 세상에 대해 먼저 깨우친 것 같아서 부럽습니다. 뭔가 배우고 싶은...
  • Makkkia · 332350 · 21/03/02 10:19 · MS 2010

    세상에대해 먼저 깨우치다뇨 노노 말도안되는소리
    지금 노력하시는 것처럼, 하나둘 이뤄나가는 그 자체로 저보다 훨씬 멋진겁니다 진심으로 화이팅!

  • 젖지가 된 오리비 · 834955 · 21/03/02 07:49 · MS 2018
    관리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여고생토끼 · 1011363 · 21/03/02 08:53 · MS 2020

    19살->22살->24살의 학벌에대한 인식이 제가 최근3년간 했던 생각과 완전히 일치하네요...저도 나중 언젠가는 초연해졌으면 좋겠어요. 하루빨리 입시판 뜨고싶네요ㅋㅋㅠㅠ

  • ✨타코벨✨ · 589435 · 21/03/02 09:15 · MS 2015

    마키아형 군대는 25살까지밖에못미루는건가...알려줘..

  • 100수 · 755903 · 21/03/02 09:44 · MS 2017

    25살넘으면 대학없으면 웬만하면 힘들어요

  • Makkkia · 332350 · 21/03/02 10:22 · MS 2010

    저는 사이버대학으로 군대미뤘는데 이제까지 수능이나 다른 방식으로 군대 미루셨다면 사이바대학 몇십만원 주고 미루시면 됩니다
    저도 못미뤄서 간게 아니라 룰루랄라 드디어 군대간다 웃으며 갔어요ㅋㅋ

  • ✨타코벨✨ · 589435 · 21/03/02 11:15 · MS 2015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jenesaisquoi · 455916 · 21/03/02 10:12 · MS 2013

    지방한의대 연대붙었는데 연대가고 20대 후반돼서 후회한 친구가 기억나네요

  • Makkkia · 332350 · 21/03/02 10:23 · MS 2010 (수정됨)

    그런데 저같아도 지방한 연대경영쯤 붙고 고민했다면 연대경영 갈것같습니다. 저도 후회했으려나요

  • KD · 1014497 · 21/03/02 11:00 · MS 2020

  • 공부지존 · 876408 · 21/03/02 12:31 · MS 2019

    이제 막 20살 된 학생인데 저와 생각이 거의 일치하시네요 파이팅입니다!

  • 네콜이 · 947677 · 21/03/02 13:31 · MS 2020

    와 10수.. 존경합니다 ㄷㄷ

  • 불꽃숭이 · 666694 · 21/03/02 13:47 · MS 2016

    군수생으로서 정말 공감합니다

  • White:) · 806487 · 21/03/02 15:15 · MS 2018

    긴 시간동안 수고많으셨어요, 글에서 느낀 점이 많이 와닿네요!!

    행복하세요!!

  • 수학잘하고 싶다 · 917511 · 21/03/02 15:29 · MS 2019

    오르비에 이렇게 좋은글이 있다니

  • asdfxxd · 676071 · 21/03/02 17:15 · MS 2016

    누군가에게 좋게 느껴질 수 있으나, 필자는 10수, 현재 30살 무직인 것도 감안해서 봐주세요. 주식에 대한 글 올리고, 정작 자기는 주식 망하고. 공부법 올리고, 정작 자기는 수능 망하고. 조언이 귀한 위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친구야, 나는 오르비 마키아라는 닉네임이 내 현실친구랑 굉장히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제주도 의경도 그렇고, 나이도 그렇고, 고시원도 그렇고. 너가 올린 글들 정독해보니 유튜브 주소 올렸더라. 너 얼굴 보고 알았어. 수험생들한테 너가 해줄 수 있는 말이 아니라고 현실 친구로서 생각이 든다.

  • asdfxxd · 676071 · 21/03/02 17:17 · MS 2016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asdfxxd · 676071 · 21/03/02 17:19 · MS 2016 (수정됨)

    포항에서 함 볼수 있음 좋겠네

  • jangga5831 · 998862 · 21/03/02 20:11 · MS 2020 (수정됨)

    카이스트요?

  • Makkkia · 332350 · 21/03/02 21:48 · MS 2010

    날 기억해주는 사람이 아직 있다니 반갑다 친구야
    보고싶으면 연락을 하지 그랬어
    난 아직 포항이고 곧 서울 올라가
    이런 온라인 상에서 말고 얼굴 한번 보고 그러자

  • 결국엔 · 982407 · 21/03/28 19:23 · MS 2020

    친구라면서 공개적으로 이런글 올리는건 진정한 친구도 아니고 그냥 무안주고 꼽주기 위해서인거 같은데 굳이 이런식으로 글쓸 필요있으신가요?

  • 한남(더힐거주) · 1131199 · 22/12/08 04:56 · MS 2022

    Makkkia님이 적어도 님보다 훨 성숙하고 멋진 인격체를 가진 분이란건 잘알겟네요 뭐가 그렇게 아니꼬와서 참

  • 맞아 · 1192473 · 22/12/10 22:46 · MS 2022

    저도 서른...10수
    고독하고 힘겨운 길 걸었습니다
    깊이 공감합니다
    이번 수능도 아쉬움만 남긴 채
    성적에 맞는 대학 가려고 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친구하고 싶네요

  • Makkkia · 332350 · 22/12/11 11:40 · MS 2010

    친구야 우리들 인생 뽜이링!!!

  • 맞아 · 1192473 · 22/12/11 14:09 · MS 2022 (수정됨)

    고맙다 친구야
    항상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