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256351] · MS 2008 · 쪽지

2014-02-16 21:50:06
조회수 628

선택

게시글 주소: https://w.orbi.kr/0004356437

우리는 항상 선택하며 살아갑니다. 무엇을 먹을지, 어디에서 먹고 잘지, 또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어떤 것 하나 선택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입시를 치룬 수험생 여러분들은 학과, 혹은 학벌과 같은 것들 중 어떠한 가치를 선택해야 하는 지 고민하고 계실 겁니다.

길은 가봐야 아는 거지만, 되도록이면 안정적이고 편안한 길을 선택하고 싶은 것은 어느누구든 마찬가지겠지요. 3년전 저는 꿈을 포기하고 전문직을 택했습니다. 마지막 원서를 넣는 순간까지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얼마전 까지도 꿈을 포기한 내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잘 가고 있는 지, 무엇을 해야 하는 지 보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립해야 하는 지 혼란스럽고 막막했습니다. 네, 저는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위해 전문직을 택했으니까요. 이제 나는 죽고 내 신 앞에서 내가 당신이 준 인생을 잘 살았노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으니까요.

이러한 불안은 생활에 고스란히 반영되었습니다. 공부는 진급을 위해 하였으니 후배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어떻게 공부하면 쉽게 진급할 수 있느냐에 관한 것 뿐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살아갔습니다. 

얼마전 새벽, 신은 조용히 말씀하셨고 저는 묵묵히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밤을 마음에 새겨 잊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세상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이제 저는 당신의 삶을 제 삶 만큼 소중하게 생각하는 한의사를 꿈꿉니다. 


이런 제가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 지 고민하는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지금 선택의 무게는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가벼우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지만 치열하게 고민해 보세요. 어떠한 당신의 모습이 선택을 좌지우지 하는 지 치열하게 고민해 보세요. 

지나간 전두환 대통령이 있습니다. 전두환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을 규정하지 않고, 대통령이라는 지위 혹은 직업이 전두환을 규정하지 않듯 

학벌이 당신을, 당신이 학벌을 규정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결과가 1등을 위해, 부모님의 꿈, 혹은 사회가 시키는 대로 달려오신 걸 수도 있습니다. 설사 그랬다고 하더라도 앞으로의 삶의 선택은 여전히 당신이 할 수 있습니다.

20대의 무게는 30대의 무게보다, 40대의 무게보다 훨씬 가볍습니다. 그러니 인생을 살아간 선배들의 삶에 비추어 당신의 삶을 꿈꿔 보세요. 마지막까지 고생 많으셨습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gyu3579 · 495118 · 14/02/16 23:50 · MS 2014

    지금까지 계속 눈팅만 했는데
    한마디 안 쓸 수가 없군요
    이런 저런 걸 떠나서
    참으로 오랫만에 만나보는
    말그대로 가슴을 울리는 아름답고 멋진 글입니다
    어쩌면 이런 글을 쓰실 수가....
    당신은 사람을 치료할 능력과 자격
    그리고 인격을 갖추고
    인술을 품은 진정 한의사이던지
    한의사가 될겁니다

    오르비에서 지금까지 봐왔던 글 중에
    최고의 글임다
    퍼가도 되죠^^

  • gyu3579 · 495118 · 14/02/17 00:47 · MS 2014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