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읽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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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에 발 끊은지 좀 되었는데 갑자기 오르비를 통해 어찌어찌 저에게 연락을 온 사람이 있어 예전 글을 다시 올립니다. 예전 아이디로 쓴 글이고 많은 학생들이 댓글로 도움을 요청하길래 어디로 오라고 공개적으로 말을 했더니 독포를 맞은, 저로서는 기분나쁜 경험을 한 글입니다.
독해력이 좋지 않은 사람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눈이' 글을 잘 읽지 못하는 듯한 어려움이 있는 학생을 위한 글입니다. 아래 글은 해당 학생의 동의를 받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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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학생들을 만나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앞으로 몇 개월을 주변의 도움 없이 혼자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인지라 여기저기 멀리서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모임이 끝난 후 한 여학생이 남아서 질문을 했습니다. 그 학생의 모평 성적은 5등급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와 이후 어떤 생활을 했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고등학교 내내 거의 공부를 하지 않았고, '문자만 하며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핸드폰을 아예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자세여서 그런지 지금 인상은 많이 차분하고 진지했습니다.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 학생은 글을 읽어도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모임 전에 처음 저에게 보낸 쪽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학생에게 동의를 구한 것입니다)
문과구요 다른과목은 이번수능을준비하면서 공부를거의 처음해보는거라 성적이 많이 낮습니다..ㅜㅜ
국어는 오늘 6평에서 별의밝기지문같이 정보가많은지문은 시간이 매~우 오래걸리거나 손도못대는경우가 태반이에요
다른비문학지문들은 문단간의 호응과흐름을 나름파악하며읽는데 과학지문은 그게안되다보니 읽고나면 머릿속엔 마지막문단만남아있어서 문제풀땐 항상 다시 지문으로돌아가서 하나하나씩 다시읽고 찾아내는식으로풉니다..
문학은 해석자체가 잘 되지않아서 선지를읽으면서 파악하는데 이것도 선지에 휘둘려서 귀에걸면귀걸이 코에걸면 코걸이식의 해석으로 문제를 풀구요 ㅜㅜ
화작문은 심리적압박감때문에 집중하여읽지못하고
문제에서 뭘묻는지 제대로 파악을못해서 같은지문,선지,발문을몇번이고 다시읽습니다 시간도 많이뺏길뿐만아니라 실수도많이합니다....
위 학생처럼 읽는 데에는 문제가 없는 듯 보여도 5등급을 받는 학생도 있습니다. 자신의 상태에 대한 자각 능력도 학생마다 달라서 문제가 있는지 모르거나 과하게 걱정하기도 합니다.
제가 위 쪽지로 여러분께 보여드리려 한 것은,
문자, 게임, 서핑이 주는 폐해 - 과다한 사용은 위 학생과 같이 독해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는 것과 띄어쓰기를 하지 않은 것에서 이 학생은 띄어 읽기를 하지 않고 있을 것으로 추정 - 통사적 해석이 원만하지 못할 것이란 추측.... 읽기에 문제가 있더라도 본인이 말하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고 본인조차 알기 어렵기도 하다는 점
문자와 카톡에 매달리는 학생 중에서 이제 그만 손을 놓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저 학생에게 필요한 것을 알려 주었고 곧바로 집에 돌아가서 시작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임상적으로 경과가 좋으면 후기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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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보셔서 내용 추가합니다.
공개강의 참석 후 별도로 저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답장을 받았습니다. 아래 쪽지에 이 학생이 시작한 읽기 연습은 이 학생의 특수한 필요사항에 맞게 노력하도록 권고한 것 중 첫 단계입니다. 그러니 다른 분들이 참고하시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어제 세미나 참석한 여학생입니다!
선생님 덕분에 어제 너무나 많은걸 알고 깨닫고 배워갔습니다.
글 읽는게 단순히 눈 똑바로뜨고 정신만 똑바로 차려 읽는것이 아니라
문장 안에서의 단어 하나하나에도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고 흐름이 있는 것을 어제 세미나를 통해서 알게 됬습니다.
또 근본적인 저의 문제점을 알게되어 좌절은커녕 오히려 너무너무 기쁩니다.
수능을 치뤄야하는 입장에서 5개월은 저의 나쁜습관을 고치고 공부를 하기엔 짧다고 생각이듭니다만 단순히 수능이 아니라 저의 생활에있어서 예전보다 나은 삶을 살고 좀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것같아 정말로 정말로 행복합니다.
선생님께서 조언해주신대로 글을 소리내어 읽고있는데 어제는 시간이 너무 늦어 신문을 3기사만 보고 잠을 잤고 오늘은 기사21지문(3장)을 소리내어 읽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글의 위쪽을 보며 읽고있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의식하며 글자의 중간을 보면서 읽었습니다.
예전에는 뒷문장도 보여서 소리내어 읽을때 별로 끊김이 없고 억양이나 톤도 자연스러웠는데 글의 중간을 보면서 읽으니까 경직되고 문장에서 숨도 제멋대로 쉬고 억양이나 톤도 부자연스러웠습니다.
아 그리고 선생님께서 기분을 코멘트해달라고 하셨는데 좋고 나쁘고 슬픔의 기분인지 위와같은 느낌?인지 확실히 알고싶고 읽는 분량도 적진않은지 궁금합니다 !
끝으로 어제 좋은 시간 마련해주셔서 선생님께 너무너무감사드립니다!!!!
* 글 중간을 보니까 오히려 경직되고....등 읽기 어려워하는 증상?같은 것이 나타났다고 하지요. 예상되는 바는 있지만 지금은 시작한 연습을 계속 하면서 두고 볼 필요가 있어 특별히 변화를 주라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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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글을 올린 다음 주고받은 쪽지입니다 나아지는 과정을 보여드릴 수 있어 올립니다.
학생 :
오늘은 아침에 늦게일어나 신문은 읽지 못하였고
자습실에서 비문학 인문지문 8개 기술지문 1개를 읽었습니다.
달라진것이 있다면 글과 글 사이의 빈 공간을 보는 습관은 어느정도 나아졌습니다.
문장의 주어를 까먹는다거나 내가 무슨 글을 읽고 있었는지 잊어버리는 현상은
예전보단 나아졌지만 아직까지 글을 읽는데 있어서 빈번합니다..ㅜㅜ
글을 쭉 읽지못하고 꼭 전에 문장을 간략하게 다시 읽어봅니다.
그래도 집중하며 읽으려고 노력하니 다시보는 횟수는 줄어든것같습니다.
자습실에서 읽느라 눈으로만 읽었는데 소리내어 읽는게 더 읽기에 수월하고 이해도 빨라지는 것 같습니다.
인문지문이 잘 읽혀서 욕심내어 기술지문을 읽어봤는데..
기술지문을 읽는데있어선 예전과 똑같습니다..
기술지문은 읽지말고 인문지문이나 경제사회뉴스만 읽는것이 좋을까요??
답 :
하루 하루 달라지는 것이 궁금한 건 오히려 내쪽인 것 같네요.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것이 불과 사흘동안의 변화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계속 변화가 있을 것이고 일단은 빨리 변하는 것부터 좋아지지만 점점 더 늦게 변하는 것들이 서서히 변하는 일이 일어날꺼에요. 그러니 두어 주 후에는 아무 변화가 없는 날들이 오겠지요. 하지만 그때도 계속해야 합니다.
글을 읽다가 되돌아가서 다시 읽거나 되돌아가야 하는 필요성(기억 못하는)이 있는 건 보통 사람들에게 15%정도가 있는데 매 문장마다 그러는 것처럼 평균보다 높은 비율로 되돌아간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 겁니다. 지금 문제가 있으니 앞으로는 나아지겠지요.
소리를 내어 읽으면 사실은 읽는데 방해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글자를 소리값으로 바꾸는 것이 원할하지 않기 때문에 소리내어 읽는게 더 수월하고 이해가 잘 되는 것입니다. 한참 더 읽으면 소리내지 않고 읽는 것이 더 이해에 수월해집니다.
기술지문을 시도하는 건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인문지문보다는 더딜 꺼에요.
기술적인 지식이 부족하고 읽은 경험이 적어서 추론이 잘 되지 않을겁니다.
우선은 편하게 읽어지는 것을 계속 읽으세요. 너무 도전적인 지문을 읽으려 하지 말고. 급하면 안됩니다. 충분히 읽어야 합니다. 잠깐 시합 나가자고 벼락치기 연습하는 것이 아니니 어제와 같은 수준의 읽기라도 똑같이 계속해 나가세요.
학생 :
아 그리고 선생님 제가 글을 읽을때 집중을 잘 못하고 멍을 자주 때려서
영어처럼 끊어서 읽고있는데 안좋은 방법인가요??
쭉~ 자연스럽게 읽기보단 짧고 굵게 읽습니다. 이래야 딴짓을 덜 하고 집중도 덜 하게되서요..ㅜㅜ
답 :
그냥 할 수 있는대로 읽어요.
다음 문답입니다.
글 읽는데있어서 처음보다 많이 나아진것같습니다!
느낀 것들을 말씀드리자면 처음엔 앞에 이어지는 내용이 보이질 않아 호흡도 불규칙하고 억양이 어색했는데 요즘은 새로운 내용의 신문기사를 읽어도 전처럼 막히지 않고 읽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진 소리내어 읽는게 불편하다고 느끼진 않습니다.
신문기사말고 비문학지문은 몇번 읽어본 글임에도 불구하고 전에 읽었던 내용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어 제가 나아진건지 판단이 잘 서질 않았는데 신문기사를 읽을땐 예전과 많이 달라진 모습이 보입니다.
- 신문의 글이 글감을 다루는 형식에 익숙해진 것입니다. 그리고 신문은 정말 읽히기에 쉬운 형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비문학지문은 훨씬 복잡합니다. 그러니 아직 비문학지문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지요. 그리고 아직은 비문학을 읽기에 충분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신문 기사 일기를 통해 비문학 지문을 읽기에 필요한 준비를 더 합시다. 나아질 수 있다는건 확인했군요
그리고 제가 글을 읽으면서 느낀건데 제가 굳이 소리내어 읽지않아도 눈으로 읽을때 속발음?을 하며 읽고 있었습니다.
읽는 속도를 빨리 하고 싶었으나 제가 속으로 읽는 속도에 맞춰 읽혀졌기 때문에 빠르게 읽히지가 않았습니다.
- 원래 속발음이 있었을수도 있고 이번에 소리내어 읽기를 하면서 생긴 것일수도 있겠지요 소리를 내며 읽어야 하니 소리 자체에 너무 몰입한 것일수 있을 겁니다. 원래는 청각적 심상-어떤 글자의 소리값은 '이것'이라는 인식-만 떠올려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처음 목표한 것은 글자를 정확하게 봄으로써 그것의 소리값을 떠올리는 자극을 분명하게 받자는 것이었으니 글자를 정확하게 보는 건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학생이 말한대로 읽는 속도에 맞춰지는 건 안좋은 것입니다. (자신을 정말 잘 관찰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소리내어 읽는 걸 그치고 눈으로만 더 빨리 읽어보세요. 의미를 파악하려면 몇 단어를 보고 다음 단어들을 재빨리 연달아 입력해줘야 합니다.
또 글을 읽을때 제가 얼굴을 거의 책에 닿을듯이 가까이하고 읽습니다. 몸을 고쳐 바른 자세로 읽어도 어느샌가 몸이 쏠려있고 얼굴을 거의 박고 읽는데 이런 습관도 글 읽는데에 있어서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나요??
- 글을 읽을 때 시선은 문장의 처음 부분에 고정했다가 다음 위치로 재빠르게 옮겨갑니다. 그 시선 이동 각도는 안구가 1도 정도 회전하는 것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너무 가까이서 읽으면 그만큼 한 지점에서 다음 지점으로 시선이 옮겨가기 위해 눈이 더 큰 각도를 움직여야 하겠지요? 한 의미가 들어온 다음 이어지는 의미가 신속하게 들어와야 의미를 통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얼굴에 자를 대서라도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세요.
신문기사 외에는 칼럼이나 던지기술서나 참고서라던지 제가 몇번이고 읽어보고 익숙한 내용의 글들만 읽는데 익숙한 내용의 글들도 읽는것에 도움이 될까요??
- 우선은 익숙한 내용 읽기를 하세요. 서서히 새로 접하는 글을 보도록 해요.
선생님~ 요즘 고1 학평풀기와 신문읽기를 병행하고있습니다!
사실 신문읽기는 요즘들어 꾸준히 하질 못했어요..ㅠㅠ
대신 (종이에 인쇄된) 학습칼럼읽기는 매일 꾸준히 1~2시간정도 읽고 있습니다!
요즘 바뀐게 있다면요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라기보단
예전에 비해 저의 부족함을 저 스스로 자각하고
글을 읽을 때 긴장하며 읽습니다.
전엔 글을 읽어도 머릿속이 하얘서 진짜 말그대로 눈 운동만하고
내가 무슨 글을 읽는지, 심지어 읽은 문장의 주어도 기억이 나질 않았는데
요즘은 머릿속이 비어있다고 느끼면 읽은 내용이라던가 글자의 의미를
떠올릴려고 노력합니다!
덕분에 많이는 아니지만 읽는 속도도 조금은 빨라졌습니다.
사소하지만 예전과 다른 저의 모습이 신기합니다 !
변화하는것을 직접 느끼니 더더욱 기분이 좋습니다 ㅎㅎ
그리고 저번에 시읽는 방법에 대한 실강이 너무너무 도움이 많이 됬습니다.
시의 본질까진 저 스스로 깨우치진 못했어도 읽는 방법을 아니
너무 재밌고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따로 ebs교재에서 시부분만 풀고있습니다!!재밌어요!
예전엔 글 읽는것이 그렇게 크게 문제가 될거라고 생각해본적은 없습니다.
가끔 내가 난독증이있나보다...라고만생각했지
살면서 글읽는것을 통해 내게 플러스요인이나 마이너스 요인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글을 올바른 방법으로 읽어보니 시작한진 얼마 되지않았지만
글을 통해 제가 느끼는 바, 깨우치는 바, 얻어가는 바가 너무너무너무 많습니다.
정말로 신~기합니다. 특히 시가..너무너무신기하고 재밌습니다 ㅎㅎㅎㅎㅎㅎ
늘 쪽지 끝에 쓰지만....항상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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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쪽지입니다.
해준 것 보다 스스로 한 것이 많은데
많은 것을 이루어서 대견합니다.
다른 분들도 발전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주는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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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요즘 기출 풀고 있어요~ㅎㅎ
6월 모평때 왜 그렇게 못봤나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여러 문제들도 많이 있지만
시간이 제일 부담이 많이 됬던거 같아요~
그래서 이해도 못하면서 그냥 '글읽기'만 빠르게하고
문제로 바로 넘어가고..문제풀때 헤메고..
또 참 이상한게..전 공부를 못하면서도 공부에 대한 부담감은 많았어요..
학생땐 시험기간에 늘 과민성대장염에 시달리곤했어요.
그래서 밥도 제대로 못먹고 고생이 많았어요.
시험지를 받으면 눈을 어디다둬야하는지 모르겠고
글을 읽어도 쓰여져있는 글씨만 읽지 무슨말인지는 하나도 모르고..ㅜㅜ
근데 근래에 저의 문제점을 깨우치고 바뀌는것을 저 스스로 느끼니까
저에 대해서 좀더 생각하게되고 관찰하게됬어요.
그 결과 일단은 차~분히 차분히 대응하는게 답이라고 생각했고
기출 풀때 차분히 푸니까 전엔 그냥 지나쳤을법한것도 제대로 읽게 되더라구요.
별거 아니지만 제겐 큰 깨달음이였어요!!ㅎㅎ
선생님덕분에 독해력도 교정되고 저를 관찰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어요~감사합니당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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