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체육교육과 23학번 [1032714]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2-06-11 11: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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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생이된 검정고시생의 6평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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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평성적



다른분들에게는, 특히 오르비 회원분들에게는 별 볼일없는 점수일 수 있다


하지만 내게 이 성적표가 지니는 의미는 매우 특별하다.



이 성적표가 지닌 의미를 말해보고자 한다.


















부모님은 영어유치원, 수학과외, 어학연수 등등 교육에 굉장히 힘써주셨다.

 

덕분에 살면서 숙제한번 제대로해본적이 없었고, 공부한다해놓고 


매일같이 핸드폰을 하는등 딴짓을 해왔지만 학구열이 낮은 동네 특성덕분에 


상위권을 유지해온 나는 항상 공부에대한 자신감을 가져왔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기숙학원에 들어가기전까지 말이다.



책상에 제대로 앉아있지 못했고 책읽기를 정말 싫어했던 나. 


그동안의 사교육은 고등학교에와선 더이상 유효하지 않았다.


성적은 처참했지만, 언제든지 하면 오를거라 안이한 생각을 해왔다. 


난 서연고 아님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그런학교를 내신성적으로 가기 


불가능해진 고등학교 2학년때, 난 자퇴하고 수능에 전념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기숙학원에 입소해서 공부하는데, 바로 성적이 오를리는 만무했고 


나는 영락없이 재수하게되었다.



그래도 내신성적으로는 인서울 끝자락까진 갈 수 있었는데, 지방 농어촌적용


는 학교 내신 3등급인 나에게 정시로 인서울 끝자락은 불가능에 가까웠었다.




너무 만만하게봤던 수능의 벽의 높이가 슬슬 실감나기 시작했다. 


내가 왜 자퇴를했는지, 수시로 갈 수 있는대학에 왜 만족하지 못했는지 


후회를 해봤자 달라지는건 없었다.



내겐 선택권이 없었다. 묵묵히 공부했다.  


하지만 나는 책 한권 제대로 읽어보지 않아서 


다른친구들에겐 너무나 당연했던것들이 내겐 당연하지 않았다.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의 성적이 쭉쭉 오르는동안 나의 국어성적은 고요했다.


 누가 노력은 정직하다했던가. 순 엉터리 말이였다. 


나는 해도 안된다는 생각이 무의식의 한자리에 자리잡게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머릿속을 지배했던 감정은 희망. 


목표인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입학할 수 있을거란 확신을가지고 공부했다. 


끝내 이 성적을 받게되었다.

인서울에 내가 갈 수 있었던 학교는 없었고, 내신으로 갈 수 있었던 학교보다


낮은점수대의 학교에 차마 갈 수 없었다. 




이성적으로 동국대 체교과, 서울대체교과, 순천대약대를 쓰고 삼수생이 되었다.




2022년 음악, 복싱, 농구등을 배우고 실컷 놀겠다는꿈이 좌절되고, TV에 


나오는 내 나이대 사람들을 보며 내가 너무 뒤쳐진것같았고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다. 


스트레스에 얼굴이 뒤집혔다.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너무 괴로웠다. 


주변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와 내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컸다.


나는 수학 1개틀렸다는 거짓말로 내 유일한 자존심을 지켜왔다.


거짓말에의한 죄책감에 시달리는것도 지긋지긋했다.


이런저런것들을 잊기위해 막 놀았다. 그러다 3월말이 되었고 기숙에 들어가려


는데 자리가 없어 집주변 잇올에 통학하며 공부했다.





통학하며 공부하면서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12시간을 공부해도 3시간 공부하느니만 못할 수 있고. 3시간을 공부해도 12시간을 훨씬 상회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것을.


올해 초 엄청 놀면서 짙어진 좆됬다 싶은 생각이 아주 밀도높은 공부를 


가능하게 해줬다. 


더이상 무의미한 공부시간에 집착하지 않았다. 


공부의 질에 가치를 두었다. 그렇기에 휴식도 아주 과감히 취해주었다.


그동안 가져왔던 수험생은 놀면 안된다는 강박을 버렸다.




잇올 수업시간에 몰래나와 건물 2층에있는 pc방을 들락날락했다. 


그때마다 '내가 이래도 되나.. 

나 진짜 얼마나 말아먹으려고 이짓거리를 하는거지?' 라는 좆됬다 싶은 감정이 이후의 공부 집중력을 많이 높여주었다.


그렇게 쭉 고요했던 나의 성적에 물결이 일어났다.


수학공부를 잠시 소홀히하고 국어에 올인한 결과 드디어 성적이 올랐다. 

그외에 다른 과목들도.

이 성적이 믿기지가 않았다.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 


그동안의 노력이 의미 있었다. 

나도 하면 되는놈이였다. 

나도 1등급 받을 수 있는 놈이였다. 

조금은 떳떳해졌다.


지긋지긋한 수능판을 떠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누구보다도 부모님이 기뻐해주셨다. 

그동안 나를 응원해주셨던 분들께 드디어 보답할 수 있겠구나 싶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 있어서 수많은 고통이 있었다. 

그 고통은 성장으로 이어졌다. 

수능공부하기 전과 후의 난 천지 차이다. 

난 그것만으로도 얻을건 다 얻었다고 생각한다.


근데 그것들에 더해 노력의 가치를 알게되었고,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성취감을 맛보았다. 자퇴하길 잘했다는생각이 다시금 든다.






내가 겪었던 절망을 겪고있을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것을 알고 있다. 


그분들께 나의 이야기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겪고있는 고통이 정말로 가치있다고, 정말로 멋진 사람이 되게


해줄것이라고 말해주고싶다.


이런 고통을 견뎌내고있는 내스스로가 너무 멋지다. 


같은 고통을 견뎌내고있을 여러분도 정말 멋지다.


앞으로의 우리 인생이 정말 아름다울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갖고있는 많은 감정들이 잘 전달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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