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망령 [722197]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22-11-27 11: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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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2문제 틀리고 의대안간친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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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1때 모교 고등학교 가서 멘토링 했었는데, 되게 당돌한 고1친구가 왔었음.

나름 sky 중복 합쳐서 70명 넘던 학교로 내신따기 빡센 학교였음.

서울대 전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길래 전전은 어떤 곳인지 알려주고, 수능식 공부는 어떤 식으로 하는지, 전체적인 학교 생활과 하면 좋은 경험들 등 말해줬었음. 너무 당당하게 설전전을 목표하길래 꿈이 큰 친구인줄만 알았는데, 묘하게 자기 확신이 강해보여서 특이한 친구다 싶었음.

첫 중간고사를 보고 나서 잘봤다길래 얼마나 잘봤는지 물어봤는데 전과목에서 1개 틀렸다는 말 듣고 천재다 싶었음. 기본적으로 평균이 50~60점이였고 1컷도 80대인 시험이 많았거든. 뭐 그렇게 내신도 엄청 좋고 모의고사도 굉장히 잘봐서 얘는 그냥 될놈이구나 싶었고, 그 이후로 나도 학업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학문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음.


그 친구가 수능 볼 나이가 되고, 내 동생도 같은 고교 같은 나이였는데 서로 절친이 되어있어서 나랑도 계속 연락을 이어나갔었음. 그리고 수능에서 아마 2문제 틀렸을거임. 계속 그정도 모의고사 성적이 나왔을테니 분명 의대에 대한 유혹도 있었을텐데 너무 쿨하게 설전전 가길래 물어봤지.

왜 의대 안갔냐?

대답이 좀 멋지더라고. 일단 내가 전전을 좋아한다. 의사도 분명 고귀한 직업은 맞지만 나의 성향과 맞지 않더라.  그리고 20년 뒤에는 의대보다 전전 컴공이 더 들어가기 힘들고, 더 중요한 사회가 올 것이다. 내가 사회에서 기능하고 능력을 발휘할 때는 아마 설의보다 설전전이 더 높은 입결을 유지하지 않을까? 라는 농담섞인 이야기를 했음.


솔직히 미래를 누가 어떻게 아냐. 미래를 알면 그게 신이지 ㅋㅋ

그래도 자신의 길에 확신을 가지고 어쩌면 일반적이지 않은 길을 자신있게 가는 모습은 좀 멋있었음.

지금 원서접수 시즌일텐데 1순위는 자신의 성향, 2순위는 미래에 대한 거시적 예상을 기준으로 잡았으면 함.

기술의 발전이 지수함수적이여서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도 그만큼 빨라지기에 세상이 중시하는 가치와 중요도가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 비이성적인 일들도 많이 일어나고. 혹시 몰라? 핵전쟁나서 싹 다 리셋될지도. 주식시장 변화만 봐도 러시아 전쟁할지 누가 예상하고, 천연가스 관 폭파시킬지 대체 어떻게 예상하고, 연준 발표에서 금리 이제 좀 안정적으로 가자는 대본 확인했는데 파월이 우리 계속간다 라이브에서 외칠지 어떻게 예상해.


그럴수록 가장 변하지 않는건 자신이기에 사회가 지금 당장 인정하는 무언가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맞는걸 선택하는게 맞지 않나라고 생각함. 지금의 선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도 많지만 그래도 지금 열심히 고민할수록 이후에 덜 힘들거라고 느낌. 지금 깊은 고민 없이 그냥 과 선택하면 이 선택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도 크게 없음.

적어도 내가 왜 지금 이 학교 이 학과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나 자신이 납득할 수는 있어야 함. 그래야 나중에 이게 맞았냐 틀렸냐를 판단이라도 할 수 있지 큰 생각 없이 선택하고 나면 배울 점, 개선할 점도 없거든.


추가로 학벌사회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음.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상 50~60대가 앞으로도 최소 10~20년간 가장 많은 인구 비율과 가장 경제활동이 활발한 층일텐데 이 분들이 학벌사회의 혼을 가지고 계시기에 앞으로 적어도 10~20년, 우리가 40대될때까지는 학교 타이틀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클 것으로 보임. 물론 이것도 틀릴 수 있다는 점!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진짜 모르니까.


그럼 이만 마칩니다! 다들 후회없는 원서 접수 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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