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화학 [746146] · MS 2017 · 쪽지

2022-12-16 2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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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학년도 화1 매우 늦은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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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중에 개인 일정이랑 학업이 너무 바빠 지금 시간이 좀 나서 일단 총평을 올리게 됐네요.

시작하겠습니다.



0. 배경


6평과 9평으로 이번 수능의 기조 자체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고, 예상대로 나오긴 했습니다. 난이도는 예상 불가능 했지만..

6평과 9평의 기조는 분명했습니다. "뒤통수, 함정, 2단원 강화, 킬러 약화"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기조를 따라 학생들이 충분히 많이 공부 했을거라고 생각이 되고, 사설 컨텐츠들도 그에 맞추어 변했기 때문에 이번 시험에서 학생들은 기조 자체에는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즉 요약하면 수능에서 갑자기 기조를 틀어서 낸 시험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컷이 난장판이 난 것에서, 시험이 미친듯이 어려웠다는 결론을 지을 수 있겠네요.


1. 난이도 및 주요 문항별 총평


위에서 말한 것처럼, 미친듯이 어려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가원 수능을 통틀어, 체감 난이도까지 전부 포함해서 역대 최악의 난이도로 나온 화1 시험이라는 것에 동의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컷 43은 오히려 높게 잡혔다고 생각합니다. 

2022수능에서 학생들을 힘들게 한 문제는 15, 18, 20 세 문제정도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이 세 문제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서 컷이 45로 잡힌거라 볼 수 있습니다(단, 이 시험에서 45점의 백분위가 낮았습니다. 사실상 46 1컷으로 보아야 합니다).


허나 2023수능의 경우, 세부적으로 말하자면...(아래는 시험지 링크입니다)


http://cdn.kice.re.kr/20suneung23/20suneung23_43_2.pdf


6번의 경우 난이도 자체는 할 만한 난이도이나 6번에 배치되기엔 어려운 문제였기에 당황할 수 있었습니다.


9번의 경우, 상황을 파악하면 눈으로도 풀 수 있지만, 낚인 학생들은 시험이 끝날때까지 문제에서 대체 뭘 묻는지도 몰랐을 것 같습니다.


10번의 경우에도 할 만한 난이도이나 일반적인 풀이로는 나열을 해야 해서 시간이 지체되는 문제입니다.


11번의 경우.. 기본적으로 너무 더러운 문제고요, 이 문제도 (나)와 (다)가 둘 다 2p이지만 ml이 다른 새로운 상황이 제시되어서 낚인 학생들은 끝까지 못 풀었을 문제입니다. 


12번도 n차 이온화 에너지가 5차까지 나온건 흔하지 않고, 기본적인 난이도가 꽤 있습니다(단, 크게 어렵진 않습니다)


13번은 기출 변형 문제였기에 빠르게 풀었어야 합니다.


14번은 산화되는 원소와 환원되는 원소만 계산하면 풀리는 특이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관성에 따라 모든 계수를 구하면서 풀려고 하거나, 총전하량을 이용해서 풀려고 하면 상당히 까다로웠기에 처음 접근을 잘못했으면 시간이 끌립니다. 그리고 출제 의도대로 푼다고 하더라도 조건 자체가 새로웠기에 시간이 꽤 끌렸을거라 생각됩니다.


15번, 16번은 2페이지로 보내도 될 정도의 난이도입니다. 여기서 출제진들의 악의가 상당히 느껴졌습니다. 2페이지와 3페이지를 서로 바꿔야 오히려 난이도 순서로 적절하게 배열될 것 같네요... 고의적으로 까다로운 문항들을 앞에 배치해서 커트라인을 떨어뜨리는 전통적이고 악의적인 수법입니다.


17번도 사실 번호에 비해 쉽습니다. 이 유형이 처음 출제되었다면 번호값을 톡톡히 했겠으나 이미 9평 17번이 똑같은 유형이었기에..  9평 17번에서 미지수를 바꾼 정도..


18번은 정말 쉽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앞의 퍼즐문항들보다 쉬웠다고 생각합니다. 양적관계를 충실히 연습한 학생들 입장에선 순식간에 풀려서 허탈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9번의 경우, 논리적으로 (나)의 액성을 파악하긴 살짝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귀류법 또는 혼합용액으로 보는 관점이 있습니다). 다만 직감적으로 (나)의 액성을 잘 찍을 수 있을거고, 시간이 부족한 시험 특성상 이렇게 푸는게 유리합니다.


20번의 경우, 오랜만에 나온 실패작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변별력도 없고 의미도 없는 구데기..문제죠. 마지막에 직감적으로 숫자를 잘 찍은 학생들이 유리했을거고, 사실 대부분의 학생이 손도 못 댔을 거기에 별로 평가할 의미와 이유도 없는 문제입니다.


2. 어떤 학생들이 유리했을까?


이번 수능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직관이 좋은 학생들에게 매우 유리했다고 봅니다.

퍼즐 문항들의 경우 각각 최적의 논리적인 풀이가 존재하나, 학생들 입장에서 이런 풀이를 현장에서 구사하긴 힘들겁니다. 적당히 논리, 비약, 직관을 섞어가며 빠르게 빠르게 넘긴 학생들이 당연히 유리합니다. 

18, 19번의 경우에도 일반적인 직관과 실제 한계반응물/액성이 차이가 없는데다가 시험이 워낙 어려워서 시험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논리 섞인 직관으로 접근해야 더 유리했을겁니다.

20번의 경우엔 마지막 식 정리는 정석으로는 감당이 안될거고, 직관적으로 푸는게 유리했을거고요.


사실 '직관이 좋아야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문제들의 설계, 시험지 난이도의 분포가 그렇게 좋지 않다는 뜻입니다. 좀 아쉬운 상황이네요..


3. 그러면 논리적으로 푸는게 별로 안 중요하네?


당연히 이건 전혀 아닙니다. 직관과 비약하는 방법을 학생마다 습득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일단 당연히 문제를 많이 풀면 생깁니다. 다만 문제를 정확히 풀 줄 모르는 학생들은 일종의 '통계에 의한 직관'이 생기는건데, 문제를 정확히 풀 수 있는 학생들이 가지는 직관은 '통계와 논리에 의한 직관'이 생깁니다. 


단순히 문제를 많이 풀어 얻은 직관으로만 시험장에 들어가면, 새로운 상황이 제시되거나, 의도적으로 직관과 상반되는 문항이 나오면 쉽게 무너집니다. 하지만 정확한 풀이를 들고 시험장에 들어가면 새로운 상황에서 유연한 직관을 얻을 수 있고, 직관과 상반되는 상황에 마주해도 연습했던 논리를 꺼내들면 됩니다.


즉 '수많은 훈련끝에 생기는 감각적인 직관'이 필요하다는건 맞는데, 그 훈련 방식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4. 그러면 예전처럼 논리적으로 푸는 연습 하라는거고, 직관이 중요하단 얘기는 왜 한건가요


사실 예전부터 저는 '처음 풀 때는 직관 섞어서, 복습할땐 논리'방향으로 학습하라고 여러번 얘기했습니다. 다만 이제 '이런 상황에서는 적당히 비약을 해도 괜찮을까?' '이 문제를 시험장에서 마주하면 어떻게 해야하지?' '이런 상황에선 논리적으로 접근하는게 좋은가?' 등에도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복습할때도 '어떤 직관이 좋을지'도 생각을 해야 좋다는 거죠. 특히 2단원 퍼즐문항 학습에서 이런 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일단 총평 및 소감은 여기까지입니다. 전 문항 상세 해설도 올릴 생각인데, 이것도 한 12월 말쯤 가야 제대로 올릴 것 같아요. 오랜만에 좀 제대로 된 글이었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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