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는 정말 좋았을까 ? (영화 후기)
게시글 주소: https://w.orbi.kr/00064141926
대략 십 몇 년 전 모 예능에서 이 영화의 원작을 읽고 (?)
모 연예인 분이 독후감을 낭독했던 것이 영화 홍보 비슷
하게 회자되던데 오펜하이머라는 사람은 성취한 것이 많
았지만 아마도 행복하지는 않았을 듯 하다.
"세상이 자네를 충분히 고통스럽게 벌하고 나면, 언젠가
이 세상은 자네를 불러 성대한 연회를 개최할 걸세. 근사
한 곳에서 자네를 위한 연설도 해주고, 상도 수여하겠지.
사람들은 자네 등을 토닥이며 이제 자네는 용서받았다고
할걸세. 그러나 기억하게. 그 모든 것은 오펜하이머 자네
를 위한게 아닐세. 그들이 자신들 스스로에게 베푸는 것
이지."
라는 영화 속 아인슈타인의 대사에서처럼 오펜하이머의
삶은 때로는 고통스럽기도 했고 때로는 근사하기도 했었
을 것이다.
Prometheus stole fire from the gods and gave it to
man. For this he was chained to a rock and tortured
for eternity.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의 불을 훔쳐 인간에
게 주었다. 이로 인해 그는 쇠사슬로 돌에 묶여 영원히
고문받았다)
핵폭발 장면과 함께 위 문구가 뜨며 영화가 시작된다.
오프닝이 지나면 1 핵분열 (Fission) 과 2 핵융합
(Fusion) 으로 컬러와 흑백을 구분한다. 챕터가 아닌 컬러
와 흑백 전환으로 구분하는 연출. 놀란 감독이 토탈 필름
신년호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흑백
장면들은 실제 역사를, 컬러 장면들은 오펜하이머의 관점
을 따르는 장면들이라고 한다.
영화 초반, 물리학에 대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
으나 영국으로 건너온 이후 우울증에 시달리던 오펜하이머
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대변하는 예술 작품으로 토머스 엘
리엇의 시 황무지,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음악 봄의 제전,
그리고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여인
이 등장한다. 셋 모두 오펜하이머를 둘러싼 사회가 20세기
라는 당시 기준 현대에 들어섰음을 의미하는 혁신적인 작
품이며, 청년 오펜하이머의 감정, 그의 혁신성, 나아가 그
가 주도하게 될 맨해튼 프로젝트와 그 이후의 미래를 암
시하는 장치로 볼 수 있다는 나무위키의 설명에 동의한다.
영화의 핵심 인물은 크게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킬
리언 머피), 스트로스 (로다주), 캐서린 키티 오펜하이머
(에밀리 블런트), 진 태트록 (플로렌스 퓨) 인 듯 하다. 여
기서 여성 인물들을 먼저 부연 설명하면 진 태트록은 원래
사귀던 여친인데, 만약 이 분과 결혼했다면 좀더 사상 검증
이 극심했을 듯 하고 어쩌면 아예 다른 사람이 맨해튼 프로
젝트를 진행하지 않았을까 싶다.
캐서린 키티는 좋은 아내 역할을 해주었지만 좋은 어머니
역할을 할 수는 없는 사람이었다.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
이머와 캐서린 키티 모두 좋은 부모가 될만한 사람들은 아
니었다. 영화에서 그렇게 묘사되고 있고 실제 역사에서 그
들의 자녀들이 행복하지는 않았던 듯 하다.
로다주가 열연한 루이스 스트로스는 어딘가 영화 아마데
우스의 살리에리를 떠올리게 한다. 악의 없는 천재 아마
데우스를 질투하고 악감정을 가졌던 살리에리 비슷하게
스트로스는 오펜하이머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되었
고 (사실 계기는 오펜하이머가 만들긴 했음) 그를 공격하
는 청문회를 기획하게 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글만 길어지고 있는데 관심 있는 분들은 너튜브에서 이
동진의 파이아키아 오펜하이머 리뷰 영상을 보는 것을 추
천한다. 이 영화를 가장 잘 이해하고 계신 듯하다. 아무튼
정리하면 이 영화는 그냥 '인간' 오펜하이머, 그리고 그
주변에서 분열하고 융합하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봇찌 더 수능!!좋아요 1 답글 달기 신고
-
얼버기 5일차 0
-
과탐 1,4면 풀었을 때 15분이 남던 그 시절의 폼으로..
-
얼버잠 0
-
이건 내용은 없고 서론과 목차만 적어 놓은 파일입니다만, 저 목차에 따라서 내용을...
-
지구 기출보는데 0
지1 왜케 어려워졋나요 올해 17번 당황스럽네
-
원랜 S10 울트라로 갈 생각이였는데 찾아보면 태블릿은 그래도 아이패드라는 말도...
-
대학교 졸업학년 앞두고 휴학해서 중앙약(외 수도권 약대)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
나가기 싫다 ㅠ 0
추워잉 ㅠ
-
우유까지 먹어도 한 끼에 3처넌 거기다가 맛도 잇슴
-
아니 왤캐추움 0
집도 춥네 나가기무섭다
-
강제얼버기 5
토하느라 깸
-
의대 유급 제적 3
본과때 여러번 유급당하면 제적당하나요? 학교마다 다르려나..
-
Ebs 수능개념 어떰뇨 서울런 남아있어서 그냥 메가 들을 수도 있긴 한데 먼가 책이...
-
굿모닝 1
아 물론 자러가는 인사 ㅎㅎ
-
얼버기 4
-
생존자확인 6
-
그리 건강한 식단도 아닌데,,아침 먹는 시간이 하필 편의점 말고 여는 곳이 없구나
-
진학사 질문 2
등수 나오잖아요 칸수랑 그게 마지막날 29등이었는데요 실제 원서접수 마감 직전에...
-
식케이 합작앨범 5초듣자마자 전율오는데 사람이 비트를 어떻게 이렇게 찍음
-
햄버거는 롯데리아임 10
다른 곳에서 세트시킬돈으로 데리버거 세개 겟또 야아아아미
-
다욧해야되는데 3
운동도 약챙겨먹는것도 넘 귀찮음 먹는건 안귀찮음
-
노잼...
-
재수 7
설레면서 불안한 느낌….. 되게 복잡함 커리따라 계획따라 매일같이 일찍 일어나 공부...
-
자연스럽게 나가게될듯
-
기차지나간당 10
부지런행
-
새벽이라 그런가? 10
나정도면 귀엽다고 생각한다 우뿌뿌
-
나 잘 모름
-
씻고옴 4
.
-
네캎이 좀 유하지 않나
-
ㅈㄱㄴ
-
새출발 예정지
-
챙겨보진 않았다만 유사재종처럼 관리하고 과목별로 선생 1대1로 붙여서 가르쳐준거 아냐?
-
그래서 조회수가 ㅜㅜ
-
글리젠이 안되넹 1
축구보러 감
-
오르비 2
오르비가 외로움 해소에 도움이 되나요? 친구들 다 현역으로 떠나가버렸는데 반수하면...
-
글카스 가져올까 4
심심함 오르비에 폭탄 투척
-
성대 입학처 여기 진짜 잔머리 하나는 최고인듯 ㅋㅋㅋ 5
연고대 스나하고 싶은 지원자들의 심리를 이용해서 입결 폭발을 유도한다!!
-
깨알 맞팔구 4
환영티비
-
이건 무조건 7
무조건 천억 아닌가
-
2달동안 사문만 공부해서 2등급이면 저능안가 재수 어케하지
-
작년에 실모를 거의 못풀어봐서 최대한 여러업체꺼 풀고싶은데 낫베드인걸로 아는거 싹다...
-
고대 발표날 기다리는 고대생 꿈나무인데 ㅈㄴ짜치는거같은데 진심은 아니고 컨셉이죠?
-
제 계정에 오점 남기기 싫어요
-
ㅈㄴ 무서운게 7
저지랄로 30씩 7방 쏠거 같음 ㅋㅋㅋㅋ
-
ㅈㄱㄴ
-
리버풀 vs 토트넘
-
수학의 안락사 0
땅(우)울림
-
아시발또벌점 7
반성하잖아요.. 봐주세요. 벌점 다시 가져가
-
그분한테 매일매일 108배할 자신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