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의대 뚫은 방법: 애매함 감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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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수능이 다가옵니다. 벌써 50일 남았네요. 지금부터는 칼럼을 읽을 때도 조심해야 합니다. 잘못된 관점으로 뇌가 오염되면 치명적입니다.
그 사실을 잘 알기에, 공부법 1가지만 추천하고 떠나겠습니다. 너무 중요한 내용입니다. 독해력이 있는 분이라면, 이 글만으로 공부의 우선순위를 잡을 수 있습니다.
-시작-
나는 수많은 종류의 시험을 경험했다. 수능과 의대시험은 물론이고, 공무원/전문직 수험생도 컨설팅해봤다. 그 결과 느낀 게 있다. 수험기간의 구조는 모든 시험에서 비슷하다는 것이다.
수험기간은 크게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눌 수 있다. 전반전은 지식을 습득하는 기간이고, 후반전은 지식을 숙달하는 기간이다.
1) 지금까지는 지식을 배우는 기간이었다. 1년간 많은 교재와 강의로 지식을 쌓았다. 그리고 기출을 분석해서 수능에 적합한 지식으로 교정했다. 이제 전반전은 지나갔다.
2) 지금은 후반전이다. 이제는 새로운 것을 탐하는 시기가 아니다. 지금껏 모은 것을 지켜야 할 시기다. 잃어버린 부품은 없는지, 정리정돈은 잘 되어 있는지 검토하는 시간이다.
어쩌면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저는 아직 가진 게 없어요. 모의고사 점수가 개판이거든요."
그러나 대부분 착각이다. 수능 1등급과 3등급은 지식의 양이 거의 비슷하다. 1등급이 이해하는 건 3등급도 대부분 이해한다. 단지, 누가 뇌를 더 정돈했는가의 차이일 뿐이다.
후반전 공부에 확신이 없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될 것이다. 1년 간 쓴 칼럼 중에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당신은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 고민하다가 해설을 봤다. A->B->C->D라는 과정으로 푸는 문제였고, 당신은 B->C 과정을 떠올리지 못했다. 강사님은 양변을 적분해서 풀어냈다. 이때 학생의 반응은 둘 중 하나다.
1) 무릎을 치며 깨달음을 얻던가, 2) 뭔가 애매한 감정을 느끼거나. 진짜 깨달음을 얻었다면 다음부터 그 문제는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은 애매하게 넘어간다. "음.. 다음부터는 저렇게 풀어야겠다."
그러면 '양변을 적분하는 논리'는 수능에서도 쓸 수 없다.
스스로 애매함을 탐지하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장면에서 어떻게 적분을 떠올린 거지?"
"적분하는 거 말고 다른 방법은 안 되는 건가?"
"다른 문제에서도 이 논리를 쓴 적이 있었던가?"
기출문제를 뒤적거리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 그 때가 성적이 올라가는 순간이다. 당신 눈이 가장 반짝거려야 할 시점이다.
근데 대부분은 이 과정을 생략한다. 스스로 질문을 떠올리는 과정이 피곤하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다른 문제를 더 보고 싶은 조급함 때문이다.
그렇게 얕게 연습한 사고법은 어차피 수능에서 사용할 수 없다. 뼛속까지 녹아있는,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만 쓸 수 있다.
이 칼럼에서도 분명히 말했다. 실모는 일주일에 몇 개가 적당할까?: https://orbi.kr/00064446591
지금부터는 항상 애매함 탐지기를 가동해야 한다. 생각이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은 부분을 느끼고, 바로 견고하게 다듬어야 한다.
호머식으로 채점하고 자위하지 마라. 어떤 애매함 때문에 실수했는지 날카롭게 파고들어야 한다. 지금 넘어간 개념 하나가, 수능날 두 선지 사이에서 고민하게 만든다. 결정적인 문제에서 실마리를 놓치게 만든다. 끔찍한 결과로 돌아온다.
50일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하루에 10개의 약점만 포착해도 500개를 보완할 수 있다. 실전모의고사는 '애매한 부분'을 찾기 위해 푸는 것이다. 이번엔 몇 개나 틀렸는지 보는 용도가 아니다. 지엽적인 지식을 정리하려고 푸는 것도 아니다.
나는 재수 끝에 의대에 붙었다. 그러나 재수 시절의 내가 고3 때보다 지식의 양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단지 이 '애매함 탐지기'의 기능이 극도로 올라갔을 뿐이다.
수능이 다가와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모든 문제에서 애매한 부분을 찾고 다듬었다. 그렇게 하루에 1점씩 올렸다. 그래서 늘 노트에 뭔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누군가는 내가 연애편지를 쓴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은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단언컨대 나는 그 노트 덕분에 의대에 합격했다. 그 노트에 있는 지식이 아니라, 그걸 쓰면서 다듬어진 내 생각 덕에 의대에 합격했다.
이게 너무 사기급 스킬이기 때문에, 예전에도 이런 칼럼을 적었다. 워낙 이슈가 되었던 내용이라 대부분 한 번은 봤을 거 같다. 나를 의대에 붙여준 글쓰기는 무엇인가?: https://orbi/medchan19/223034590100
그러나 "지금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하며 다시 보자. 지금쯤은 느끼는 게 다를 것이다. (이 글만 읽고도 성적이 올랐다는 연락을 종종 받는다.)
세 줄 요약
1. 지금은 지식을 넓히는 시기가 아니라, 다듬어야 할 시기
2. '애매함'을 적극적으로 감지해라.
3. 나는 노트에 적는 방식으로 성적을 올렸다. (링크 칼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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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님 예전 글부터 몇개 봐봤는데 님이 쓴 공부법 말고 다른 공부법 소개하는 것들 살펴봐도 결국 본질 중에 하나는 지식을 출력해보는거인듯 공부한 내용을 써보는건 내가 뭘 알고 모르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되고 다른사람한테 가르치는 것처럼 지식을 꺼내보면 내가 정확하게 알고있는게 아니면 분명히 막히더라 이게 님이 얘기하는 칼럼써보는거랑 관련 있는거 같기도 하고
정확하게 보셨네요!
혹시 공부한 내용 출력하는거 손으로쓰기 vs 타이핑하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저는 문장으로 완결지어서 글로 써보는 걸 선호하는데, 그렇게 되면 쓸 양이 꽤 많아져서 타이핑으로 치는 편입니다.
아하 완전히 강의 준비하는 느낌으로 쓰시는군요 이번 시험에 한번 적용해볼게요 감사합니다
아 근데 혹시 의대생이시면, 모든 개념을 그렇게 할 순 없을 거에요. 진짜 파고 들어야 하는 부분만 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ㅎㅎ
문제 다 단답형으로 내시는 교수님 계신데 그 부분은 확실히 공부해야 할것 같아서 그 교수님 파트에 한 번 적용해봐야겠네요 ㅎㅎ
혹시 공부할 때 노래같은건 절대 안들으시나요?
가사 있는 건 공부할 땐 안 듣습니다. 가사 없는 노래는 뇌를 많이 쓰는 공부에서는 안 듣고, 뇌를 적게 쓰는 공부에서는 가끔 듣습니다.
공부할때 기본적인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데 혹시 팁 있으신가요
목표를 잘게 쪼개면 도움이 됩니다. 계획을 세밀하게 짜는 법: https://orbi.kr/00064284485
답변 감사합니다
게시글 잠깐 봤는데 치열하게 공부해오셨네요. 남은 기간 잘 정리하면 분명히 좋은 결과 있을 겁니다!
애매함 감지.....두뇌 속도 미친듯이 느려터져서 한 문제 가지고 너무 시간잡아가면서 과몰입하는거 아닌가 싶었는데 과한 정도만 조절하고 그냥 그대로 해야겠네요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그래도 저도 옛날에 지해서 지금 실력 되게 많이 올린 방법이 있는데 그걸 저는
‘풀이의 명제화’라고 부르고 있거든요..!
어떠한 조건을 봤을 때 이러한 것을 떠올렸어야하는데 떠올리지 못했다면, 우선 그렇게 해야하는 당위성을 이해하고 ‘이런 조건 -> 이런 접근’으로 명제화해서 노트에 기록하는데,
지금 말씀하신거랑 맥락이 비슷한거 같네요!
애매했던 부분들 <- 당위성을 찾아서 이해하기
생각 정리 <- 명제회해서 노트에 기록
정말 좋은 칼럼입니다.. 언제나 사고과정을 애매한 부분 없이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이 학습의 핵심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현역때 이걸 깨닫고 성적이 수직상승했었죠ㅎㅎ
평소에 어렴풋이 생각하던건데 잘하는분이 정리해주니까 확 와닿네요
요즘 인강 큐엔에이 질문량이 많아져서 내가 공부를 제대로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애매함을 느낄 때마다 질문했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추출하면서 완전히 내것으로 만든 공부를 남은 50일동안 계속해보겠습니다 !!
좋은 현상인 거 같습니다. 저도 성적 오르기 직전에 질문량이 많아졌습니다.
굉장히 바보같은? 질문일 수 있지만 국수영탐 모두 4등급에 뭔가 개념이 부족하다고 생각되어도 습득은 멈추고 현재까지 쌓아온 지식들을 지키려고 해야할까요?
요 질문을 하는 이유가 주변 선생님분도 그렇고 지금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보다 다듬는게 맞다고 하시는데, 이게 4-5등급 대의 개념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인지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글을 잘 이해하지 못한 질문이라면 죄송합니다
우리는 1달동안 많이 쌓은후 20일동안 저걸 해야할듯
완전히 노베면 지금이라도 지식을 채워야지요. 그러나 개념 강의를 한 번 이상 들었다면, 인풋보다는 아웃풋 위주로 가야 합니다. 아웃풋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지식을 잘 습득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걸어다니거나 이동하는시간에 노래듣는거 어떻게생각하시나요?
그 시간에도 공부 생각해서 장기적으로 몰입하는 방법도 있는데, 아니라면 음악 들어도 상관 없습니다.
3줄읽고 끝냇습니다
사람 생각이 다 똑같은가봐요. 근데 단어선택이나 글 작성이 참 기묘하네요
쪽지 확인 가능할까요?
넵
요즘 슬럼프에 빠졌는데 다시 이런식으로 해봐야겟습니다 수능공부는 어찌보면 무의식과의 싸움인 듯(편하게 공부하려는 나를 제압하고 의식적으로 효율적인 공부를 하는)
좋은 글 너무 감사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수험은 사실상 심리 싸움입니다.(이 말을 이해하기가 어렵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