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일기] 내가 수능 보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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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도 얼마 안 남고 해서 현역분들에게 수능날 시험 분위기도 알려드리고 추억팔이도 해보고자 '지난 년도의 경험'을 끄적여보려 합니다. 이 글은 설레임 구성원 중 한 명의 이야기입니다.
1. 시험 전 날
저는 종로구에 있는 모 고등학교에 시험을 쳤습니다. 고등학교 땐 기숙사를 살아서 시험장이 학교 근처로 배정된지라, 수능날 전에 시험장 근처에서 숙소를 잡고 잤습니다. 오후 7시에 대학로 근처에 도착해, 각종 필기구 상태를 점검하고, 다음날 아침에 먹을 죽과 밥을 구매해서 숙소로 들어갔습니다.
숙소에 들어가 휴대폰을 보는 순간, 시험이 12시간 남았더군요. 이상하게 눈물이 나왔습니다. 1년동안 고생한 스스로가 너무 자랑스러워인지, 아님 너무 힘들었던 나머지참았던 눈물이 나온 것인지. 그렇게 10분 정도 울었던 것 같습니다.
울음이 그치고,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지2 정리한 내용이랑 한국사, 국어 연계 지문을 봤습니다. 이제와서 무얼 더 한들 달라질게 없다는 걸 알아서,정말 외워야 하는것들만 다시 보고 오후 11시가 되어 잠들었습니다. 유독 난방이 안 되는 방인지 춥더군요.
2. 시험 당일 아침
다음날 기상했을 때는 6시 정각이었습니다. 아직 밖은 어두컴컴하고 알람소리에 맞춰 일어났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수험장에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기도를 해주시더군요. 본래 종교는 안 믿는 저였지만, 그래도 그때만큼은 진심으로 기도했던 것 같습니다.
시험장을 가는 길목은 적당히 추웠습니다. 그냥 늦가을의 추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수능 한파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저에게는 별로 체감이 안 되었습니다. 제가 수함장에 도착한 것은 약 7시 10분, 학교 정문에서는 방송국 카메라 몇 대와 슬슬 등교하기 시작한 수험생들이 보였습니다.
사실 일찍 등교한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근자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듯, 가장 먼저 등교하면 그만큼 좋은 결과가 따를 것이라는 이유없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등교했을 때 제 고사실에는 저 혼자밖에 없었습니다. 차가운 냉기만이 감도는 교실은 맨 앞에 몇몇 안내종이만이 붙어있고 공허했습니다. 저는 맨 뒷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감독관 의자가 바로 뒤에 있었습니다. 너무 근처여서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러려니하고 넘어갔습니다. 의자가 좀 삐걱거리기도 했는데 신경쓸 수준까진 아니어서 그냥 놔뒀습니다.
생각보다 별로 긴장은 안 되더라구요. 일찍 와서 어느정도 적응이 된건지 그냥 무념무상이었습니다. 한 7시 40분쯤 영어 듣기평가 성우 목소리로 뭔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듣기평가 음질테스트더군요. 갑자기 영어 듣기평가가 나와 당황했죠. 아마 현역분들은 이 방송을 들어본 적이 없어 적잖게 당황하실겁니다.
슬슬 해가 떠오르고 햇살이 창문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무렵 교실에는 절반의 학생이 있었습니다. 사람은 꽤 되었지만 침묵 속에서 각자가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화장실을 갔다오는 학생도 있고, 부모님과 전화를 주고받는 학생도 있었죠. 저의 경우는 8시쯤에 마지막으로 저희 아버지로부터 온 전화를 받고 그렇게 시험장으로 입실했습니다.
3. 1교시 국어 영역
8시 5분이 되면 본격적으로 감독관 지침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본격적으로 시험이 준비되기 시작한 것이죠. 추위 때문인지 긴장해서인지 몸이 경직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막 심장이 두근거리진 않지만, 발을 떨며 굳었습니다. 긴장해보신 분들은 이 느낌이 뭔지 아마 아실거에요. 8시 20분이 되어 감독관 두 분이 들어오시고 컴싸와 샤프, 답안지를 나눠주시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수능 샤프 사진을 봤는데 민트색이라 해서 엄청 좋아했지만 막상 받은 샤프는 뭐라 형용하지 못할 짙은 녹색이더군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습니다.
8시 30분. 예비령과 함께 부저음이 울립니다. 이 부저음은 상당히무섭습니다. 인터넷에서 수능 안내방송이라 치고 나오는 영상을 보면 아실 수 있어요. 유튜브로 들으면서 훈련은 했지만, 그 큰 부저음이 복도와 학교 전체로 퍼져나가는 그 소리 사이즈는 절대 무시 못할 정도이고, 상당히 무섭습니다.
하지만 몸이 이 이상으로 긴장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채념한 것인지 그대로 답안지를 받아들고 수험번호를 적기 시작합니다.
수험번호 하나하나 바르게 마킹했는지, 이름이나 필적확인은 제대로 썼는지. 아마 당일에는 더더욱 신경쓰일겁니다. 예상컨대, 1교시 답안지를 내자마자 드는 생각은 '망했다'나 '답 맞았나'보다도 '수험번호 제대로 썼나'일 것입니다.
다행히 당해 수능 국어는 상대적으로 쉬웠습니다. 물론 막판에 현대시 2문제를 찍다시피 풀긴 했지만, 그래도 2등급은 나오겠거니 하는 마인드로 계속 마음을 안정시키려 했습니다. 시험 종료 10분 전에는 방송과 함께 감독관이 답안지를 작성하라 합니다. 이때부터초조해지기 시작합니다. 정말 이때는 스스로와의 싸움인 것 같습니다.
고정 1등급이 아니시면 분명히 시간이 부족할겁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국어로 변별하려는 시도에 이번 년도는 더더욱 부족할 가능성이 높겠지요. 저도 너무 부족했습니다. 시험지를 받아들고 항상 하던대로 화작부터 풀려는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화작이 15분이 넘게걸리더군요. 변수였습니다. 너무도 당황했지만 틀려도 수학에서 만회해야지 하는 마인드로 우선은 재빠르게 넘겼습니다. 그래도 결국은 시간이 부족했던게 아직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더구요.
여차여차 시험이 끝났습니다. 시험지를 걷을 때쯤이면 아마 햇살이여러분의 후리스에 닿고 있을겁니다. 시험지를 내면 감독관이 정확히 이렇게 말합니다.
"퇴실해도 좋습니다."
순간에는 정적이 흐릅니다. 정말 아무 말도 없고, 1분쯤 지나면 복도에서 답을 맞춰보는 아이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저는 시간이 부족했던 몸인지라 답을 듣고 멘탈이 흔들리지 않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면서 화장실에 갔다왔습니다.
그렇게 성적표에서 받아든 저의 등급은 3등급이었습니다.
4. 2교시 수학 영역
수학 시간쯤 되면 대부분 긴장이 풀려있습니다. 그냥 사설 모의고사 풀러온 기분이랄까요? 긴장이 약간은 되지만, 무아일체가 된 듯아무렇지 않습니다. 항상 그랬듯 또 답안지를 받아들고 필적확인란을 쓰고, 본령까지 대기를 합니다.
시험지 너머로 뭔가 글자가 보입니다. 이번 1번은 어떻게 나왔을까너무 궁금해집니다. 사실 문제가 어느 정도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제대로 시험지를 보기 전에 미리 풀면 실수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냥 1번에 이상한 게 나오지 않았는지만 체크해둡니다.
파본 검사를 시작합니다. 중간에 이상한게 있습니다.
분명 ㄱㄴㄷ문제의 선지는 두 줄이어야 하는데, 한 줄밖에 없습니다.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듭니다.
가장 처음 한 생각은 '평가원 이놈들 장난질쳤네'
두 번째로 한 생각은 '이번 수능은 이 문제가 관건이갰네'
예상대로였습니다. 1번부터 쭉쭉 풀어나가다 막힌 첫 문제가 바로 14번이었습니다.
분명 답은 'ㄱ'인데 최근 절대 출제된 적이 없는 답선지라 상당히 당황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이 문제에서 심리전을 하느라 꽤 많은 시간을 소비했습니다.
21번까지 풀고, 미적으로 넘어가 29번까지 모두 마쳤습니다. 이때남은 시간은 약 30분, 이 시간동안 검토와 22/30번을 모두 풀어야 했습니다. 일단 제 목표는 최소한 96점은 맞자였기 때문에 검토 전에 30번을 먼저 풀었습니다. 30분이면 30번 정도는 충분히 풀 시간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22번을 제외한 모든 문항을 풀고 검토를 시작했습니다. 14번을 제외하면 모두 맞는 것 같더군요. 사실 처음에는 14번 답을 3번으로 골랐습니다. 아무리 봐도 심리전인 것 같아서, 3번으로 일단 밀었던 거죠.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하고 22번을 풀었습니다. 이때 남은 시간은 약 12분.
22번을 풀무렵에 omr 마킹을 다 끝내고 최대한 이 문제 하나만 붙잡았습니다. 어느 정도 길이 보이고 22번을 풀자 제 손목시계는 남은시간 약 1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물론 전 시계를 일부로 원래 시각에서 2분 뒤로 맞춰놨습니다. 최대한 시간에 대한 압박을받으면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해도 고칠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죠. 즉, 저에겐 3분이 남아있었습니다. 초침은 계속 가고 있고,저는 이제 14번 문제에 대한 고민만 계속되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1번인데 답 개수로 보면 1번이나 3번이나 둘 다 말이 되고, 소신을 지켜야 할지, 평소의 기조를 따라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그리고 시험 종료 약 1분 전.
저는 결국 14번 마킹 3번을 지우고 1번으로 고쳤습니다.
부저음이 울리고, 시험이 종료됩니다.
성적표를 받았을 때 저는 하나를 틀린 1등급이었습니다.
다만, 그 한 문제가 미적분 3점일뿐.
5. 점심시간
점심시간이 되면 우선 밥을 대충 먹습니다. 저는 밥이 잘 안 들어가더군요. 밥이 안 들어가기보다는 배가 아플까봐 많이 먹지 못했습니다. 그냥 적당히 배만 찰 정도로 먹고 복도로 나와서 환기를 했습니다. 이쯤 되니, 저희 학교 친구들끼리 돌아다니고 있길래 저도 껴서 얘기를 했습니다. 사실 수학은 자신이 있었어서 답을 공유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었습니다.
예상대로 14번 문제에 대한 시비가 갈렸습니다. 어디서는 답이 1번이다, 어디서는 3번이다, 정말 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갑자기 14번 정답 1번이라는 말이 터져나왔습니다. 확실하다는 말을 듣고서 감격에 금치 않을 수 없더군요. 그때를기점으로 무너진 친구들과 저처럼 원동력을 받은 친구들이 나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그때 홀수형 기준으로 중간에 정답 번호가 54321이 나와서 뭔가 이상했던 친구들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친구들 모두 어떻게 보면 함정에 빠졌던 것이었겠죠. 정답 가지고도 심리전 거는 평가원이 어떻게보면 원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확실하게 맞은 번호가 생기니 든든해졌습니다.
점심도 다 먹었을 때쯤 영어 영역 예비령이 울립니다.
6. 3교시 영어 영역
사실 영어는 2등급만 맞으면 괜찮았어서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수능 전날까지 평가원 기출도 다 안 풀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냥 학교 다니면서 배운 내용 가지고 적당히 풀고 말았던 것 같습니다.
듣기평가 음악이 나옵니다. 반가운 성우 목소리가 들리고 영어에 부담감이 없던 저는 그냥 그 순간을 즐겼습니다.
영어 답안지는 또 그날따라 얼마나 예뻐(?)보이던지. 그냥 밥도 다먹고 그 순간이 평온했습니다.
준비해온대로 듣기평가를 풀면서 읽기 파트랑 계속 넘기면서 해결했습니다. 큰 변수는 없었지만 중간 즈음에 듣기 7번이었나요? 못 알아들은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듣기평가만큼은 다 맞고 가자 주의였기 때문에 그 순간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원래 같으면 그래도 읽기 7문제는 풀었던 것 같은데, 그날은 6문제도 못 풀었습니다. 듣기 8번도 덩달아 잘 못 들어서 진짜 큰일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듣기평가를 의문으로 남긴채 나머지 문제들을 계속해서 풀어나갔습니다. 그래도 큰 타격은 없었습니다. 제가 지원하려던 학교들은 대부분 영어 반영비가 그리 크지 않아서 조금 못 본다고 큰 영향이 있을 정도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렇게 집에 와서 채점했을 때는 못 들은 듣기 7번을 맞고 엉뚱한 8번을 틀렸더군요. 점수는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아마 높은 2등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되게 아쉬웠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거든요.
7. 4교시 탐구 영역(한국사)
시험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이 입시의 종지부를 보게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벌써부터 설레옵니다. 한국사는 사실상 쉬는 시간이기 때문에 영어 영역에서 쉬었던 저는 쉬는 시간을 한 번 더 가지게 된느낌이었습니다. 한국사 특성상 10분이면 거의 다 풀고 자게 됩니다.
저의 경우에는 자지는 않았습니다. 잤다 일어나면 사람이 몽롱해져서 문제를 제대로 못 풀거든요.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지금은 긴장해서 체감을 못할 뿐, 피로가 많이 쌓였다는 것도 알고 있었씁니다. 그래서 감독관에게 말하고 화장실을 갔다왔습니다.
금속 탐지기로 검문을 하던데 재미있더라고요. 학원에서는 금속탐지가 막 오래걸린다고 하던데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던것 같습니다. 화장실에서 바깥 공기도 마시고, 세수도 해서 마지막 탐구 영역 때 쓸 힘을 모았습니다.
돌아와서는 한국사 문제를 마지막으로 보고 문제지 맨 뒷편에 물리학1이랑 지구과학2 개념 정리를 마지막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큰 의미야 없었지만 그래도 너무 지루하고 할 게 없었거든요. 잘 수는 없고 이렇게라도 해야 버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마침내 한국사 영역이 끝났습니다. 당해 한국사가 많이 쉬웠던건지성적표을 받은 당일 저의 성적표에는 1등급이 찍혀 있더군요.
시험이 끝나고, 과학탐구가 이어서 시작됩니다. 이제는 정말 마지막입니다.
8. 4교시 탐구 영역(과학탐구)
9월 때 봤던 시험지 봉투를 감독관께서 나눠주십니다. 익숙한 봉투를 다시 보게 되어 기쁘더군요. 한국사와 탐구 사이에는 시간 갭이 커서 지루할 줄 알았지만 부정행위 관련 안내방송이 계속해서 나오고 파본 검사에 과목코드 작성에 이리저리 할 게 많다보니 은근히 시간이 빨리 갔습니다.
다행히도 컨디션은 아직 괜찮았습니다. 피곤하지만 보람찬 몸을 이끌고 그렇게 제1선택이 시작되었습니다.
물리학1은 그냥 무난무난했습니다. 약간 고민되는 문제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다 예상한 범위 내에서 나왔고 평소 실수 관리 루틴도 잘 잡아둬서 무난하게 풀었습니다. 마지막에 한 문제가 안 풀리긴 했는데 20번 문제여서 틀려도 사실 크게 지장은 없었습니다. 저는 과탐에서 1등급을 받는게 목표이지 만점까지 바라는 건 오히려 욕심이라 생각했기에 못 풀어서 틀려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찍었죠.
부저음이 울리고 제1선택이 끝납니다. 사실 감독관 몰래 20번 정답을 다시 바꿀까 고민도 하게 되지만 그럴 여유도 없을 뿐더러, 굳이 부정행위를 해서 좋을 게 전혀 없습니다. 정말 마지막 30분이 남은 상태에서 제2선택이 곧 시작됩니다.
제2선택 전에 안내방송이 굉장히 길게 나옵니다. 말까지 빠르게 해서 한편으로는 웃깁니다. 거의 랩 수준으로 나오는데, 이건 정말 가서 들어보시면 굉장히 빠르게 많은 안내를 하고 있다는 걸 새삼스레 깨닫게 되실겁니다. 정확히 시험 시작 30초에 모든 안내가 끝나고 곧 부저음이 울리며 제2선택, 지구과학2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지2도 엄청 어렵진 않았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45점 정도 1컷이 나올만한 난이도였습니다. 전반적으로 낚는 문제도 잘 버텨냈고, 9평 때 호되게 당해서 공부한 보람을 몸으로 새삼스레 느꼈습니다.
사실 지2는 22수능때부터 굉장히 불안정하게 출제가 되었어서 제 입장에서는 23수능 때 어떻게 나올지가 정말 겁났습니다. 그래도 준수하게 마무리지을 수 있어 시험이 끝난 후에도 크게 망했다는 생각 없이 끝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깔끔하게 시험이 끝났습니다.
물1과 지2 모두 무난하게 1을 쟁취했고, 지2는 만점이었습니다.
9. 시험 종료 직후
드디어 내 1년이 모두 끝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허무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슬프거나 엄청 기쁘지도 않습니다. 그냥 수고했다는 느낌만이 저를 감쌀 뿐입니다. 해방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들뜹니다.
곧, 감독관 선생님께서 휴대폰을 하나씩 와서 가져가라 말씀해주십니다.
당연히 휴대폰을 받자마자 확인하는 것은 답 체크입니다. 수능이 끝났을 때는 국어랑 수학 답이 나온 상황이라 바로 가채점표랑 대조해서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물론 감독관 선생님은 아직 시험 안 끝났으니까 지금 답 확인하지 말라 하시지만 수능 끝난 고3한테 뭐 보이는게 있겠습니까.
서둘러 채점을 해보고 생각보다 잘 받은 점수에 살짝 우쭐해집니다. 당시에 국어가 굉장히 걱정이 많았는데, 그 국어에서 그래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아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습니다. 일단 메인 두 과목은 준수한 성적을 받아 집 가는길이 가벼워질 것 같습니다.
차근차근 방송에 따라서 퇴실을 시작합니다.
지금쯤 고사본부에서는 이름이랑 수험번호를 매칭하고 있을겁니다. 언제쯤 우리 고사실을 불러주나 하는 생각에 기다리고 있다가 드디어 퇴실을 하게 됩니다.
10. 집을 가면서
드디어 집으로 갑니다. 사실 그날 오후 5시에 고대 수시 결과가 나왔습니다. 친구랑 집으로 가면서 확인해본 결과 불합격이더군요. 물론 그렇게 슬프지 않았습니다. 애당초 저는 정시로 대학을 가려 했었고, 실제 성적도 그렇게 나쁘진 않은 것 같았죠.
정문 앞에서는 방송국 기자들과 여러 학부모님들이 수고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그때 일을 하고 계셨기 때문에 저는 조금 쓸쓸하지만 홀로 집으로 향하게 됩니다.
학교 주변에 대학로가 있어 조금 놀다 갈까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오늘은 아닌 것 같습니다. 4호선을 타고 집으로 향해 출발했습니다. 열차가 지상으로 나올 무렵 노을은 수험생활이 끝난 저에게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저를 집으로 안내했습니다.
그렇게 저의 1년의 수험생활이 끝났습니다.
수능 당일에 느끼고 기억했던 것들을 그대로 적어보게 되었네요. 이상하게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데 정말 인상적인 경험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글이 자랑처럼 보이는 글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현역분들과 여러 사람들에게 저의 수능날 일화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아마 현역 분들과 다시금 새로운 대학에 도전하시는 여러분들도 이와 같은 경험을 곧 하시게 되겠죠.
그 경험이 마지막 경험이 되길 간절히 소망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2024 수능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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