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재수 택하는 아이들... 성적 위해 이런 일까지
2024-11-10 16:46:58 원문 2024-11-10 15:50 조회수 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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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 D-30, 실력 점검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30일 앞두고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치러진 15일 오전 대구 수성구 정화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막바지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한 명의 아이가 학교를 떠났다. 해가 갈수록 자퇴생의 수가 늘어나고, 자퇴를 결정하는 시기 또한 앞당겨지고 있다. 예년에는 대개 고2 때 결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엔 고1의 1학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곳곳에서 마치 유행처럼 자퇴 이야기가 오간다.
자퇴의 이유도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 예전엔 몸이 아파 학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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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의 아이가 학교를 떠났다. 해가 갈수록 자퇴생의 수가 늘어나고, 자퇴를 결정하는 시기 또한 앞당겨지고 있다. 예년에는 대개 고2 때 결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엔 고1의 1학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곳곳에서 마치 유행처럼 자퇴 이야기가 오간다.
자퇴의 이유도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 예전엔 몸이 아파 학교를 어쩔 수 없이 그만두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격 차이로 인해 친구들과의 관계 맺기가 힘든 경우는 학급을 교체하거나 드물게는 전학을 선택하기도 했다. 이든 저든 자퇴는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요즘 자퇴를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자퇴를 선택하지는 않겠지만, 고1이면 누구나 중학교 시절의 그것과 확연히 대조되는 성적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 성적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를 연신 되뇌게 되는 거다.
더욱이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 등 대입 수시 전형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내신 성적이 사실상 고1 때 결정되는 게 현실이고 보면, 그들의 자퇴는 합리적 선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들의 결심 앞에 신중하게 생각하라는 담임교사의 조언은 하나 마나다. 차라리 자신의 판단과 선택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는 말이 더 효과적이다.
이미 고1 때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정해진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잠깐 귀띔한다. 이른바 '모수'가 큰 공통 과목을 고1 때 이수하게 되어 있어서다. 고2와 고3 때는 교육과정상 대부분의 수강 과목이 선택 교과로 편성되어 내신 등급을 올리기가 여간 쉽지 않다.
특히 상위권 아이들의 경우엔 고1 성적이 대학의 '간판'을 결정한다. 1등급이 4%, 2등급이 11% 등으로 한정되어 있어서, 선택 과목의 수강생 숫자가 14명 이상이 되지 않으면 1등급이 산출되지 않는다. 보통 한 학급당 학생 수가 25명 안팎이라고 하면, 1등급을 받으려면 무조건 1등이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여 아이들은 '모수'가 큰 고1의 공통 과목에서 등급을 올리지 못하면,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고 여긴다. 명문고를 자처하는 일부 인문계고에서 '모수'를 늘리기 위해 하위권 아이들의 선택 과목을 '마사지하던' 관행도 그런 이유로 생겨났다. 제도의 허점을 교묘하게 활용하는 교육 현장의 편법과 불법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자퇴의 이유가 무엇이었든, 가는 길이 다를 뿐 명문대 진학이 목적지인 건 동일하다. 고등학교 졸업 자격 취득을 위한 검정고시를 치른 뒤 수능에 응시하거나 다시 출신 중학교에 고등학교 재배정 신청을 하는 길이 있다. 성적의 '리셋'을 위해 1년이라는 시간을 기꺼이 투자한다는 거다. 최근 '중3 자격'으로 고등학교에 재입학하는 고1들이 부쩍 늘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저희때는 외고가 진짜 인기 많았어서 외고 재수 간간히 있었던.. 그 당시에도 반응은 아니 저렇게까지 해야해? 긴 했지만
사족. 얼마 전 한국은행 총재가 대입이 수도권 집값 상승과 지역 소멸 등의 주요인이라며 '지역별 비례 입학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인구 규모와 경제적 격차로 인한 기회 불평등을 대입 정원에 반영하자는 주장이다. 일견 타당하지만, 대입 정원을 핑계 삼을 것 없이 애초 경제적 격차를 줄이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자퇴조차 돈이 있어야 선택지가 되는 마당에 '지역별 비례 입학제'는 이른바 지역 토호들의 꽃놀이패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대학에서 생색내는 '지역 균형 선발 제도'가 지역의 최상위권 아이들의 특권처럼 활용되는 현실이다. 더욱이 그렇게 명문대에 진학한 뒤 서울을 삶의 터전 삼는 이들을 과연 지역 인재라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우리 교육의 당면 문제를 교육부 장관이 아닌, 생뚱맞은 한국은행 총재가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찮다. 통화 정책을 관장하는 한국은행 총재가 교육 정책에 대해 일갈하는 모습을 교육부 장관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는 '디지털 교과서 도입'이라는 신선놀음에 빠져 도끼 자루 썩는 줄도 모르는 것만 같다.
현상황을 너무 잘 아는 기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