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 [1220239] · MS 2023 · 쪽지

2024-11-16 15: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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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되도록 수능 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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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맞는 것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던 시절이 있었다.

오르비에 올리는 성적표만큼 표현의 욕구로 흘러 넘치는 것도 없다.

무언가를 표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시간들이 수능을 보게 한다.

그는 자신의 수능을 향한 마음이 얼마나 어렵고 진정하며 운명적인가를 설명하고 싶었다.

수능은 사람을 설득시키거나 매혹시키는 방편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수능은 마지막 순간, 평가원스럽지 못하다.

세상의 모든 시험이 최후에 순간에는 처음에 품었던 소소한 의도를 배반하는 것처럼,

통제할 수 없는 출제자의 욕구가 수능의 현실적 목표를 잊어버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수능에는 N수에 대한 배려가 들어있지 않다.

수능을 또 본다는 것은 결정적 정보나 주장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N수에 대한 고백을 누군가가 들어준다는 충만한 느낌.

형편없는 내신을 가지고 수시원서를 쓸때처럼, 주체할 수 없는 부끄러움 따위.

N수선언은 결국 2인칭을 경유하여 1인칭으로 돌아온다.

그의 들끓는 N수 고백의 언어들은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왔다.

한동안 그는, n수의 여정을 오르비에 자주 썼다.

오르비언들은 그의 여정을 사랑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수능을 보는 그'를 오르비언들이 사랑했다.

글 속에는 그가 찾아낸 자신의 수능을 위한 영혼이 있었다.

수능을 위한 '그'는 순수한 열정과 끝 모를 동경과 깊은 동경심을 가진 존재였다.

그도 역시 다른 이들처럼 자신의 수능 속 1인칭 화자에 깊이 매료되었다.

하지만 너무 뻔해서 가혹했던 지리멸렬한 시간들 속에서 

그는 수능 속 1인칭 화자를 잊어버렸다.

공부조차 할 수 없는 시간들이 무심하게 지나가고, 다시 수능이 보고 싶었을때,

그는 이미 '수능 속의 그'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수능 속의 그'가 되는 것이 부끄러웠고, 자신의 비루함을 뼛속 깊이 실감했다.

그는 "N수의 여정"이라는 글을 쓰고 싶어하던 대신 

자신속의 어떤 늙지 않는 영혼을, 그 순수한 인격을 외면하고 싶었다.

누군가가 듣기를 바라는 모든 N수의 고백은, 위선이 아니면 위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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