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때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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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젊어보였고, 실제로도 꽤나 젊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머리카락은 나이를 꽤나 먹은듯 회색이였고, 다만 군데군데 갈색 머리가 끼여있었다. 울기라도 한 걸까, 남자의 눈은 조금 부어있었고, 얼굴에는 흉터와 상처가 아문 자국이 덕지덕지였던 데다가, 입의 찢어진 상처는 아직 아물지 못한 듯 했다. 몸은 분명히 지쳐보였고 표정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다만 남자는 어떻게든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토요일 오후였다. 남자는 묘지 앞에 섰다. 묘지를 바라보며 남자는 억지로 울음을 참는 듯, 꺽꺽대면서도 결코 울지는 않겠다는 듯, 상체를 벌벌 떨었다. 하지만 손에 들린 꽃을 묘지에 내려놓으려 몸을 굽히자마자 반대쪽 손의 우산마저 땅에 떨어뜨리며 남자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 남자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며, 참회의 눈물이었고 그리움의 눈물이었다. 눈물이 땅에 떨어지며 비와 함께 고여갔다. 동시에 남자의 입에서도 단어가 터져나왔다.
“곁에 있어주겠다고, 함께하겠다고 말했는데... 다 내 잘못이야...”
곧이어 여자 하나와 붉은 머리의 남자 하나가 묘지 앞에 섰다. 둘 모두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붉은 머리의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흐르던 눈물을 손으로 슥 닦았고, 여자는 그저 손을 모으고 있을 뿐이였다. 흐느끼던 남자는 조금 진정하며 말했다.
“미안합니다. 여기에서까지 이럴 생각은 없었는데... 앨리스 씨.. 그리고 크리스...”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희는...”
“왜 그래? 울땐 울어야지. 울어. 지칠때까지 울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는 복받치는 감정을 참기 힘들었다는 듯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제는 무릎꿇기도 힘들었는지 엎드려서 흐느꼈다. 눈물은 얼굴을 타고 땅에 떨어져 스며들었다. 하늘도 울음을 들은 걸까, 남자의 울음소리가 거세질 때마다 비가 조금 내리던 것이 마구 쏟아붇기 시작했다. 땅에는 흙탕물이 고였고, 우산도 쓰지 않은 남자의 몸은 흠뻑 젖었다. 그렇게 남자는 몇시간을 울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남자가 일어나서 말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남자의 옷은 진흙 투성이였고 머리도 비에 흠뻑 젖어서 엉망이였다.
“차 있으니까...”
“아뇨. 걸어갈게요. 10분도 안 걸려요.”
“뭘 걸어가? 차 타고 가. 지금 옷도 더러워지고 머리도 다 젖었는데.”
“괜찮아요. 정말로.”
남자는 뒤돌아 비를 추적추적 맞으며 걸어갔다. 뒤돌아가던 남자를 보고 걱정스러웠는지 앨리스는 말했다.
“에드워드 씨... 에드워드 씨는 잘못 없어요. 제발 죄책감 갖지 마세요.”
남자는 뒤돌아보고는 머쓱한듯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게... 잘 안되네요.”
집에 돌아간 남자는 몇날 며칠을 먹지도 않고 울다가 목에 밧줄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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