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이야기 18편 - 러일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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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두고 일본 제국과 러시아 제국이 맞붙은 러일전쟁은 한반도의 역사에도 중요한 변곡점으로 작용합니다. 부동항을 찾아 계속 남하하던 러시아와,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확실히 쥐기 위한 일본의 충돌은 여러 세력이 얽혀있던 한반도의 균형을 깨트립니다.
우리가 한국사 배우면서 한번쯤 들어봤을 '쓰시마해전'이 이때 발발합니다. 해전 뿐만 아니라 육군도 충돌했는데, 한반도와 만주 일대에서 일본군이 육전에서도 승리합니다.
(비록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고, 또 극동에서 벌어졌다는 불리함이 있지만 서양 열강과 동양의 섬나라가 붙은 이 전쟁은 한국의 역사에도 큰 의미를 가집니다
https://namu.wiki/w/%EB%9F%AC%EC%9D%BC%EC%A0%84%EC%9F%81 )
비록 육전에서는 일본군에게 밀렸지만, 결정적으로 강력한 러시아 함대가 와서 일본 해군을 박살낸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쓰시마 해전에서 일본 해군이 예상을 깨고 러시아 함대를 박살내면서, 결국 러시아는 사기를 잃고 일본과 협상하여 전쟁을 마칩니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정치적, 경제적 문제가 여럿 있었는데 이 해전에서 패배하면서 결정적으로 전투 의지를 잃고 패배를 인정합니다.
청나라와 러시아를 차례차례 몰아낸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절대적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으며, 동시에 서양 열강들에게 대등한 조건을 요구할 수 있을 정도로 자부심 또한 얻게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얻은 자부심은 훗날 미국 등의 열강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한국사 시간에 자세히 배우지는 않았지만, 러일전쟁에서의 승리는 마냥 일본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일본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경제적, 군사적 자원을 동원하여 러시아와 싸웠는데 승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게 충분한 보상을 얻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승전국이었지만 경제적으로 매우 궁핍한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육전에서도 일본군은 기관총 앞에 무식한 돌격을 감행하며 병력을 지나치게 많이 소모했는데, 이런 비합리적인 면모 덕분에 최종적으로는 승리했으나 대단히 인명과 물자의 소모가 심각했습니다. 러시아는 비록 소수였지만 기관총과 콘크리트 요새, 철조망, 중포로 무장한 요새에서 일본군을 막아냈고 한번의 전투에서 일본군 3천명이 사상하는 등의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러일전쟁은 일본의 승리로 종결되긴 하였으나 전쟁 과정 중 일본군 전술의 약점, 시대에 뒤떨어진 교리와 무기 때문에 투입한 자원과 인력의 손해를 크게 보았습니다
http://m.greatcorea.kr/a.html?uid=601 )
만약 일본이 철저하고 객관적인 분석을 했었더라면, 다음 전쟁에서 사용할 적절한 전술교리를 개발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러일전쟁에서의 승리는 일본에게 오히려 엉뚱한 사상을 심어주게 됩니다.
일본과 러시아가 국력이 10배 차이남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의 결정적인 해전에서 승리해서 전쟁을 뒤집을 수 있지 않았는가? 이런 생각을 한 일본은 이후 모든 전쟁에서 함대결전, 즉 결정적으로 강력한 함대간의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결국 열강을 굴복시킬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분석은 당연히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인게, 러시아는 당시 내부적인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었기에 자존심을 버리면서 전쟁을 포기한 것이었습니다. 이때에 비해 세계 2차대전의 공업력, 특히 미국의 공업력은 압도적인 수준으로 단지 몇척의 주력전함을 잃었다고 해서 국가적 존망을 포기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세계 1차대전을 이런 식으로 공부하면서 자란 일본군의 고위 관료, 장성들은 세계 2차대전에서도 동일한 논리와 전법을 가지고 미국을 상대합니다. 진주만 공습을 통해 적의 주력 함대를 박살내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전투의지도 꺽일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국력이 강한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리라 상상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선전포고도 없이 발생한 진주만 공습에 모든 미국 국민과 정치인들은 분노했고, 본격적으로 2차 대전에 참전하여 추축국에 대항하는 계기가 됩니다. 진주만 공습은 분명 미국에게 큰 충격이자 손실이었지만, 그것 때문에 일본과 협상을 하거나 항복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러일전쟁에서의 교훈을 바탕으로 함대결전과 점감요격작전에 집착했던 일본은 진주만 공습을 통해 미국을 굴복시키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압도적인 군수능력을 가진 미국은 겨우 이정도의 피해에 나라를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https://kiss7.tistory.com/398 )
2차 세계대전부터는 본격적인 항공모함의 시대가 도래하였지만, 일본은 여전히 쓰시마 해전에서 학습한 대로 전함간의 대규모 포격전과, 이 전투에서 승리하여 적국의 주요 함대를 전멸시키면서 국력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상상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상상과 달리 이후 전쟁은 모든 국가적 역량을 투입한 총력전의 형태로 전개되었으며, 압도적인 미국의 군수산업능력에 일본은 완전히 압살당하고 맙니다. 또한 태평양 전쟁 말기 일본이 바라던대로 대규모 전함끼리의 포격전도 발발하였지만, 일본군이 거꾸로 박살나면서 유일한 희망도 사라집니다.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이 되었다는 것이죠. 우리도 어떤 문제를 푸는데 단순히 요행과 운으로 정답을 맞췄지만,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이런 방법이 앞으로도 통하리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정확하지 않은 분석과 성찰은 매우 위험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저 또한 처음 수능 국어를 지금 오르비에 가르치는 방식으로 풀기 시작하면서 여러 고민과 의심을 많이 했었습니다. 혹시 이번에만 어쩌다가 맞춘 요행은 아닐까? 앞으로 다른 기출과 평가원 모평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하여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근데 다행히 여러군데에 적용해보니까 여전히 높은 정답률을 보이더군요. 그래서 이제는 제 방식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오늘 깨달은 교훈이 정말 앞으로도 계속 유용할 수 있을지 의심해야함을 일본군의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전쟁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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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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