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장문) 수국과학 비문학 총론 -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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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과학 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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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과학 비문학 총론
수국과학 비문학 총론 1편 - 여러분의 슬픈 자화상
여태 서론 편에서는 여러 예시로 지문을 몇개 가져와서 주제를 찾고 푸는 연습을 해왔습니다. 이번 비문학 총론 시리즈에서는 총 3편 정도에 걸쳐서 길게 왜 제가 주제를 중심으로 읽고, 어떤 과정을 통해 이런 방법에 확신을 가졌는지 길게 설명합니다.
수능 국어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영상이나 경험을 들어보면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비과학적이고 뭔가 눈에 띠는 발전이나 변화가 없다’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 수능 국어를 잘하고 1등급을 맞는 학생 스스로도 왜 자신이 잘 하는지 명료하게 표현하기가 어려우며, ◆ 자기는 잘하는데 남에게 설명해서 남을 발전시켜주기가 어렵고, ◆ 못하는 학생들은 계속 못하는 대로 삽질만 주구장창 하고 있으며, ◆ 독서를 어릴 때 열심히 했었다면 수능 국어를 잘 친다는데 그 이유를 독해력이라는 애매한 단어로 뭉뚱그려서 설명하며, ◆ 객관적이고 명료하고 과학적으로 표현하여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안되고 발전이나 계승이 어렵습니다.
◆ 뭔가 체계적으로 발전하고 나아지는 과정이 전무하고, ◆ 수학 같은 다른 과목의 경우 ‘이런 것을 연습하면 조금씩 실력이 더 올라서 나중에는 잘할 수 있다’라는 목표와 과정이 명쾌하지만, 수능 국어는 단순히 양치기, 물량으로 때려넣기, 문제 많이 풀기의 맹목적이고 모호한 노가다가 심한 듯합니다.
수학 수업의 경우를 예시로 들자면 사람마다 개성과 스타일, 특징이 존재하여 접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보입니다. 그러나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명쾌하게 정답이 하나로 수렴되며, 논리 과정 자체에서는 그렇게 혁명적인 차이가 나는 경우가 적습니다.
학생이든 선생님이든 자신이 주로 하는 방식으로 풀다보면 서로 과정에서 차이가 나긴 하지만, 결국은 확인하고 해야 할 일들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공통점이 많이 보입니다. 수학이라는 세계 안에서 정해진 약속만 충실히 지켰다면, 과정이 좀 다르더라도 정답은 똑같이 나옵니다.
그러나 국어 수업을 들어보면 정말 누가 하느냐에 따라, 언제 하느냐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 국어 문제를 수학처럼 분수나 간단한 식을 이용해서 접근하는 사람
◆ 배경지식으로 끼워 맞추는 사람
◆ 지시어가 중요하다는 사람
◆ 접속어가 중요하다는 사람
◆ 일일이 지문에서 모든 정보를 찾아서 선지와 대응시켜서 푸는 사람
◆ 읽으면서 밑줄 그은 것에 의존하며 푸는 사람
◆ 보기와 문제, 선지를 중시하는 사람
◆ 반대로 문제보다는 지문을 중시하는 사람
◆ 지문 내용을 그림 그리듯이 구조도로 접근하는 사람
◆ 문단마다 요약을 해서 메모하는 사람 등
푸는 방식 외에도 수능 국어를 준비하는 방법도 각양각색입니다.
◆ 도대체 무슨 지문이 비문학에 나올지를 몰라서 문과임에도 과학 교양서적을 열심히 읽고 있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무려 고3이!)
◆ 내신 공부처럼 문학 작품을 딸딸딸 다 외우고 있는 학생도 있습니다.
◆ 시에서 모든 단어와 문장에 밑줄을 그어가며 속뜻과 작가의도를 열심히 외우기도 합니다.
◆ 어떤 문법개념이 나올지 몰라서 한글 맞춤법 기준을 통째로 외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뭔가 이렇다 할 기준이나 법칙 없이 학교 내신시험 준비하듯이 수능 국어를 준비합니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수능 국어라는 과목은 학교 내신시험과의 괴리가 지나치게 크다는 것입니다. 학교 국어 내신시험과 수능 국어시험은 비록 똑같이 ‘국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속을 까보면 전혀 다른 성격의 시험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학교 내신시험은 지식형, 암기형 문제가 많으며 수업 시간에 다루었던 깨알 같은 요소들과 부분들에서 변별력을 가르기 위해 정말 다양한 문제가 출제됩니다. 수능 국어에서 특정 참고서를 외우지 않으면 풀 수 없는 문제가 나온 적이 있습니까? 수능 국어에서 마치 학교 내신처럼 서답형 문제가 나와서, 어떤 현대시 작품에서 모든 시어를 외우지 못하면 틀리게 한 적이 있습니까? 비문학에서 찌질하게 아주 구석에 있는 단어를 하나 놓치고 지나가버렸다고 그걸 이용해 함정을파놓은 문제가 있었습니까?
학교 내신 문법문제처럼 단어 몇 개 던져주고 모든 형태소 개수를 세라고 요구하는 문제를 수능에서 보신 적이 있습니까? 학교 내신시간이 끝날때마다 애들 독해력이 박살이 나 있다는 학원 선생님들의 푸념을 자주 들어보았습니다. 학교 내신시험을 준비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수능 국어를 제대로 공략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학교 수업에 나오는 개념들과 지식들을 딸딸딸 외우는 방식으로는 절대 수능 국어를 공략할 수 없습니다. 내신 시험은 독해력과 사고력보다는, 학교 수업에서 선생님들이 찝어준 세세한 부분을 얼마나 정교하고 많이 외우느냐에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능 국어를 다룰 때 나름의 기준이나 접근방법이 정해진 것이 없이, 어려운 비문학 지문이 나올 때마다 멘탈이 갈려나가면서 모든 선지의 정답유무를 일일이 눈알 빨리 굴려서 찾아가고 있습니다. 수능 국어에서 말하는 ‘사고력’과 ‘독해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잘 모른 체로, 그저 빨리빨리 훑어가면서 정보들을 찾아내고 일일이 대응시키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접근방식으로는 도저히 체계적으로 남에게 전달할 수 없으며, 이런 방법을 듣는 사람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깁니다. 그냥 그날 컨디션이 좋아서 눈알이 좀 더 빠르게 굴러갔거나, 운이 좋게 바로 해당 선지에 해당하는 내용을 지문에서 찾아내서 빠르게 맞추고 넘어갈 때도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맞췄다면, 다음에 똑같은 문제와 지문을 풀 때에는 또 정답률과 걸리는 시간이 크게 차이가 날 것입니다. 즉 정답률과 소요 시간에 일관성 없이 그때그때마다 능률이 큰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수능 국어를 단순히 빠르게 찾고 선지와 지문을 일대일 대응시켜서 푸는 것은, 마치 수학으로 비유하자면 30번 가장 어려운 마지막 문제를 1~999까지의 숫자를 일일이 대입하면서 끼워맞추는 식으로 푸는 것과 동일하다고 봅니다. 수학 30번 문제를 이렇게 접근한다면 일단 시간이 엄청나게 오래 걸릴 것이며, 오답을 적을 위험도 커지고, 풀 때마다 결과가 달라질 것입니다. 어제는 기분이 좋아서 1부터 시작해서 999까지 일일이 확인했다면, 오늘은 기분이 별로라서 450쯤의 중간정도 되는 숫자부터 대입하기 시작해서 운 좋게 더 빨리 맞췄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앞서 쓴 ‘학습이란 무엇인가’에서 학습에 대해서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학습은 과학적이고 효율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수능 국어를 접근하는 방법은 대단히 비과학적이어서 동일인이 동일한 문제를 풀더라도 그때그때 시간과정답률이 달라지며, 일일이 모든 내용을 찾아서 확인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렇다면 많은 학생들이 이렇게 수능 국어에서 삽질을 하고 있는데, 문제를 출제하는 평가원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평가원의 생각은 주로 이의제기에 대한 답변을 하는 사례를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의제기 답변들을 찾아보면 평가원이 은근히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2016학년도 수능 A형 19번 문제가 이의제기된 적이 있습니다. 해당 지문은 ‘애벌랜치 광다이오드 소자’에 관한 지문이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유명 인강 강사도 이의를 제기하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이의제기 내용을 보면 ‘요 문장 하나를 보니까 해당 선지에 대한 정답 유무를 확인할 수 없네요?’라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한 평가원의 답변을 보면 눈에 걸리는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이 문항은 지문에 설명된 전체 내용을 이해하여 답지를 판단하는 문항인바, 특정 문장에만 주목하여 답지를 논리적으로추론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여태 어떻게 수능 국어의 어려운 비문학 문제를 풀어 왔습니까? 제가 한번 제 과거의 모습을 떠올려보겠습니다.
일단 비문학 문제에 어려워보이는 단어나 그림이 있습니다. 시작할 때 속으로 ‘x됬네..’하고 표정이 안 좋아집니다. 첫 문단을 읽어봤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모르는 용어 어려운 문장은 닥치는 대로 밑줄을 그어가며 넘어갑니다. 특별해 보이는 소재가 나오면 동그라미를 칩니다. 그리고 나서 마지막까지 정신을 잃고 대충 읽다가보면 결국에는 다 읽었습니다.
그런데 머릿속에 남는건 아무것도 없고 그냥 뭔가 많이 어렵구나,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나서 문제를 살펴보았습니다. 역시 선지 1~5번까지 아무것도 바로 정답유무를 판별할 수 없습니다. 결국에는 다시 지문을 올라가서 각 선지의 내용이 대체 어디에 있었는지 일일이 찾아가며 풀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다 되면 욕을 한번 더 하고 대충 찍고 넘어갑니다.
다음에는 반드시 1등급을 맞으리 전의를 불태우며 자습시간에 몇 시간씩 투자해서 모든 선지의 내용을 뒤늦게 다 확인합니다. 앞서 인용한 평가원의 답변은 우리의 이러한 모습에 한번 경고장을 날려준 겁니다.
“자꾸만 문제 풀 때 지문 내용 일일이 하나하나 문장에 집착하지 말고,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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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내용은 이미 법학적성시험(LEET)에서 법학전문대학원 협의회 출제진이 강조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들에 따르면 '글의 대의'와 '글의 중요 부분'에 대한 이해는 구별된다고 합니다.
문항 유형 중 '주제/구조/요지 파악' 유형과 '정보의 확인과 재구성' 유형이 각각에 대응합니다.
어느 하나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모두 다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수능 국어영역에서는 '글의 대의'의 파악이 훨씬 중요했지만, 점차 글의 '중요 부분'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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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대의'를 파악하는 것은, 글의 '핵심 쟁점'이 무엇인지 적실하게 파악하고 글쓴이가 그 핵심 쟁점에 대한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에 다름이 아닙니다.
하지만 만점을 원하는 학생들은, 글의 '핵심 쟁점'을 다리처럼 받치고 있는 '세부 쟁점'이 각각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핵심 쟁점'과 연결되는지를 이해할 필요도 있습니다. '글의 대의' 뿐만이 아니라, '글의 중요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한 이해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쟁점 파악과 글의 이해는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본문에서 어떤 것이 문제시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쟁점 식별 능력입니다. 그것이 핵심 쟁점이든, 세부 쟁점이든 상관 없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