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tata [348885] · MS 2010 · 쪽지

2024-09-08 17:2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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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실모를 많이 푸셔도 되는 경우

게시글 주소: https://w.orbi.kr/00069104767

2주 전에 수학실모를 적당히 풀라는 글을 쓰다가 끊어졌는데,


이어서 써보려 합니다.


그 사이 9월 평가원이 시행되었는데, 이번 9평 수학 어떠셨나요?


돈을 좀 쓴 느낌이 드나요?


그보다는 너무 쉽고 성의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물론 최근 평가원에 비해서도 조금 더 쉽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평가원의 다양한 모습 중 하나이며


(15수능이나 16학년도 9월 수학 B형정도 난이도로 보입니다.)


평가원은 학생들의 선택을 받는 입장이 아니라,


학생들을 평가하는 위치에 있으므로


이와 같이 학생들의 눈치를 보지않고 출제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으셨으면 합니다.


제가 보기에 평소보다 조금 더 쉬웠던 것만 감안하면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다만 시중 수학 실모들이 경쟁적으로 학생들의(특히 최상위권 학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건질만한 문제들을 한 세트에 너무 많이 수록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와 비교하면 평가원 시험이 너무 부실해보일 뿐이죠.


수능날 우리가 풀어야 하는 시험지는 사설 업체에서 출제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원에서 출제한다는 점,


그래서 시험지 스타일을 우리에게 맞춰주지 않으며, 


어떤 스타일로 출제될 지 섣불리 예측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드리고 싶습니다.


즉, 어떤 시험지를 던져주더라도 내 실력을 그대로 점수로 옮길 수 있어야 합니다.


가령 1컷 80점인 시험에서 백분위 96을 받는 능력과


1컷 96인 시험에서 백분위 96을 받는 능력은 아예 다른 것입니다.


시험범위와 단원 별 출제 비중만 똑같은 시험지일 뿐이죠.


1컷 80인 시험에서 80점을 받아놓고 


1컷 96점인 시험에서는 실수를 많이 하거나 그정도로 난이도 차이를 크게 못느껴서 


96점보다 훨씬 낮은 점수가 나오는 학생도 있구요.


반대로 1컷 96인 시험에서 96점을 받아놓고


1컷 80점인 시험에서는 준킬러들에서 쭉 막혀서 50~60점대가 나오는 학생도 있습니다.


지면 관계상 예시를 어려움/쉬움에 대해서만 들었는데,


시간이 되신다면 제가 썼던 아래 두 글을 같이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수학시험지의 mbti: https://orbi.kr/00062390133


수학시험지의 mbti 결정법: https://orbi.kr/00062457128




그렇다면 건질만한 문제들을 가득 수록한 실모들은 단점만 있을까요?

 

그런 것은 아닙니다.


장점도 있는데요. 


하지만 이는 주로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해당합니다.


여기서 제가 생각하는 최상위권이란 


평가원 및 사설 시험에서 웬만하면 백분위 99는 나오는 정도입니다만...


물론 실력이 꼭 성적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므로


읽어보시면서 본인에게도 장점이 맞다고 생각하면


최상위권이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1. 우선 실모 한 세트를 푸는게 재미있습니다.


생각할 거리가 별로 없고 전체적으로 밋밋한 문제들이 많은 평가원과 달리


웬만큼 괜찮다는 평가를 받는 수학 실모를 풀다보면


(주로 어렵고 논리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유형으로서, 수학시험지 mbti로는 H__L 유형)


머리도 좀 써보면서 재미있게 전범위 복습이 가능합니다.



2. 집중이 잘 됩니다.


N제와 같이 다른 교재들을 풀 때보다,


100분동안 실전처럼 실모를 풀면 집중이 잘 되어서 


같은 시간동안 더 많은 학습을 할 수 있습니다.



3. 어렵게 나오는 시험을 대비할 수 있습니다.


최근 10년 넘게 절대다수 시험에서 'N'유형으로 나왔다고 해도


언제든지 'H'유형이 급습할 수 있죠.



4. 모래주머니 효과가 있습니다.


같은 난이도여도 수능은 긴장이 되어서 체감상 더 어렵게 느껴지는데,


이는 수능에서만 느낄 수 있죠.


대신 실제로 어려운 시험지를 풀면 모래주머니 효과가 있어서


체감상 더 실전에 가까운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학생들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습니다.


다들 이렇게 느끼실거예요.



1. 우선 실모 한 세트를 푸는게 재미있다기보다는 벅찹니다.


복습까지 마치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죠.



2. 집중이 잘 안될겁니다.


여기저기서 턱턱 막히다보면 과부하가 걸리기 마련이죠.


집중을 해보려고 해도 계속 튕겨져 나옵니다.



3. 어렵게 나오는 시험을 대비를 할 수 있는 것은 맞는데...


이것은 어려운 시험지를 복습까지 다 마치면서 꾸준히 소화했을 때의 이야기이지,


무리하다보면 수학 공부 자체에 흥미를 잃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수학공부량 자체가 줄어들거나 심지어는 포기에 가까운 수순을 밟게 되어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하죠.



4. 모래주머니 효과가 아니라...


평가원, 수능보다 살짝 더 어려운 수준이면 모래주머니 효과를 노릴 수 있지만,


주로 모래주머니가 아니라 쇳덩이를 매고 있는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실전연습이 거의 되지 않아서 타이머를 끄고 N제처럼 푼 경험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맞춤제작된 시중의 수학 실모들은 


대부분 학생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우선 실전처럼 푸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구요.


설령 실전처럼 풀 수 있다고 해도,


수학시험지의 16가지 mbti중에서 


주로 HRSL (어렵고 준킬러가 많으며 신유형을 기피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욕하는)


스타일 위주로 훈련하게 됩니다.


이는 2008~2010년에 평가원 시험지들 스타일과 비슷한데요.


수능이 다시 이런 스타일로 출제되면 효과가 있겠지만,


그보다는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출제되고 있고, 


출제될 확률이 높은 스타일들에 대한 시험지를 100분동안 다루는 연습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물론 다양한 스타일을 연습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우선순위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중간에 잠깐 말씀드렸지만 똑같은 수학영역 시험지라고 하더라도


서로 다른 스타일의 시험지에 대해 내 성적(백분위)는 천차만별로 찍힙니다.


가령 요즘 실모들 미적분 28번 어렵게 내고 있는데,


수능날은 갑자기 28번이 쉽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가령 1등급을 받는 것이 목표인 어떤 수험생이 28번은 포기하고,


나머지 문항들을 최대한 맞히는 것으로 전략을 세워서 


실모들도 그에 맞춰서 연습했다고 해봅시다.


그러다가 수능날 마주한 28번이 


1. 쉽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아까운 4점을 날릴 수 있고,


2. 눈치채고 풀긴 했더라도 이는 남들도 마찬가지일테니,


   동일한 백분위를 얻기 위해서는 거기서 세이브한만큼 다른 문제들을 더 많이 맞혀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 자체가 너무 낯설어서 리듬이 깨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요즘 15번이나 22번이 예전처럼 킬러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죠.


실모도 그에 맞춰서 훈련했다가 갑자기 수능은 15번이 만점방지용으로 무척 어렵게 출제되었다고 가정해봅시다.


1. 그 15번을 반드시 맞혀야 한다고 계속 붙잡고 있다가 시간만 날릴 수도 있고,


2. 풀 수 없는 문제임을 눈치채고 다른 문제로 빨리 피신했다고 하더라도


   평소 맞히는 연습을 했던 문제를 손도 못썼다는 것 자체가 불안하고,


   이러한 상황 자체도 너무 낯설어서 멘탈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결론은, 


지난 글에서의 제목과 달리 


수학 실모를 다양한 스타일로 많이 풀 수 있다면 이를 추천합니다.


각각의 상황에 대해 100분을 어떻게 활용할 지 연습은 많이 할수록 좋죠.


다만 수능은 나에게 맞춰주는 시험이 아니라, 나를 평가하는 시험이라는 점에서


실모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계속 떠올려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수학 실모들이 보여주는 특정한 스타일에서만 실력발휘를 할 수 있도록 뇌가 굳어져서


위의 예시와 같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이런걸 잘 못해서


(맹목적으로 최상위권 학생들의 추천을 따르거나, 소비자로서 나에게 맞춰주는 실모만 풀고 싶어해서)


그럴거면 오히려 수학실모를 많이 풀지 않는 것이 더 낫겠다는 뜻이었구요.


적어도 실전에서는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테니까요.


'실전'모의고사인만큼 실전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활용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주저리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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